활활 타올랐던 여름 휴가 시즌의 절정이 끝나고, 때늦은 장마가 이어지는 요즘입니다. 며칠동안 신나게 잘 놀아 놓고도 어딘가 아쉬운 휴가 후유증…저만 걸린건 아니겠죠? ㅠㅠ 훌쩍 떠나고 싶지만 몸은 사무실에 있는 게 현실이라면, 지구 곳곳을 돌아다닌 여행자의 자유로운 시선을 따라가 보는 건 어떨까요? 듣기만 해도 몸이 둥둥 떠오를 것 같은 청량한 음악과 함께 말이죠.
엔젤북캠페인과 함께 하는 ‘앰네스티의 여름’ 세번째 이야기를 들려주실 분은 사무처의 살림을 담당하는 운영정책팀의 곽연희 간사님입니다.
러브앤프리(LOVE & FREE) | 다카하시 아유무 著
이번 주제가 ‘앰네스티의 여름’이잖아요. ‘여름’ 하니까 자유로움, 가벼움, 홀가분함 같은 것이 떠올라서 그런 느낌에 맞는 여행 에세이와 음반을 골라 봤어요.
첫번째 책은 다카하시 아유무가 쓴 ‘러브앤프리’라는 여행 에세이에요. 일본에서는 베스트셀러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대부분의 여행 관련 책에는 당연히 컬러사진들이 들어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 사진들과 짧은 글로만 구성돼 있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저는 여행책에서 여행 ‘정보’를 얻기 보다는 여행에서 얻은 작가의 짧은 감흥을 읽고, 그 안에서 내 생각을 정리하는 걸 선호하거든요.
작가가 26살에 세계 일주를 하면서 쓴 내용이라 그런지 사실 지금보면 오글거리는 부분도 있지만 와 닿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반드시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라는 부분이었어요. 제가 이 책을 산 게 이십 대 초반이었는데, 그 때 한창 자아 정체성을 고민하던 시기였거든요. 하고 싶은 것도, 잘 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방황하는 오춘기였다고나 할까요. 지금도 해결된건 아니지만 그 땐 막연한 두려움이 훨씬 컸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게 됐기 때문에 제게는 더 각별한 책이에요.
‘끌림’은 10년 동안 전 세계 도시를 여행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적은 시집이에요. 이병률씨는 2000년대 초반에 꽤 인기 있었던 ‘이소라의 FM 음악도시’ 작가였다고 하네요. 여기 나오는 시를 읽다보면 마치 내가 그 곳에서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요. 답 없는 고민으로 힘들어 할 때, 사람과 사람간의 이야기를 읽으며 힐링이 되는 기분을 느꼈죠.
책에는 거의 200개가 넘는 지역이 나와요. 그런데 제가 알고 있는 국가나 도시는 몇 개 안되다보니 다들 어디에 있는 곳들인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작은 지구본을 샀죠. 지금은 제 보물 1호가 됐어요. 모르는 지역이 나올 때마다 작은 지구본을 뱅글뱅글 돌리며 찾아보는 재미도 의외로 쏠쏠하던데요?
얼마 전에 TV프로그램에도 나오시던데, ‘오기사’라는 별명으로 많이 알려진 오영욱씨의 스페인 체류기에요. 지금은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처음 발간될 당시에는 사실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샀어요. 그런데 꽤 재미있더라고요. 바르셀로나 건물을 무심하면서도 디테일하게 그린 스케치 선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짤막한 카툰도 그렇고요.
앞서 소개한’ 러브앤프리’나 ‘끌림’은 공간에 대한 묘사보다는 함축적인 표현을 통해 독자에게 영감을 주는 쪽에 가까웠기 때문에 실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책은 읽는 내내 바르셀로나로 떠나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죠. 거기서 살고 있는 저자가 부럽기도 했고요. 지금도 저의 워너비 여행지 1순위는 바르셀로나에요.
해피밸리(Happy Valley) | 오렌지페코
여름에 어울리는 노래도 하나 골라봤어요. 오렌지페코는 2000년대 초중반에 활발하게 활동했던 일본의 듀오밴드에요. 아마 한국에서도 좋아하는 분들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오늘 제가 추천하는 곡은 Organic Plastic Music이라는 2004년 발매 앨범에 수록된 ‘해피밸리’라는 노래인데요, 우연히 음반 가게에서 틀어 놓은 것을 들었는데 가사를 모르는데도 너무 좋더라고요. 점원한테 물어보고 바로 샀죠. 노래만 듣고 있어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게다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게 왠지 여행하고도 어울리는 것 같아요.
“추천해놓고 보니 대부분 고민 많던 20대 때 알게된 책과 음악이네요. 그 때는 내가 제일 잘하는 게 뭔지만 찾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못하는 것만 보여서 좌절도 많이 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방향을 이 당시 읽은 책들을 통해 찾아 나갔기 때문에 더 각별하게 느껴져요.
흔히들 인생은 여행 같다고 하잖아요. 설레고 즐겁기도 하지만 이방인으로서의 불편함과 외로움이 종종 밀려오죠. 이럴 때마다 힘이 되어 주는 건 늘 ‘사람들’이더라고요. 제가 책에서 위로와 감명을 받은 문장의 대부분도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 관한 얘기였어요.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교감이 여행에 의미를 더해 주는 것처럼 국제앰네스티 활동을 통해 이어지는 사람들이 결국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쓴 한 통의 편지들이 모여 지금까지 수많은 양심수를 석방시켰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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