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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인권’ 인권교육 “가난은 나랏님이 구할 수 있어요”

시범학급의 4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브레인스토밍부터 기획만 2달이 넘게 걸린 세 번째 인권교육 패키지, ‘빈곤과 인권’이 마침내 8월 28일(목) 공개되었습니다. 배포를 시작하자마자 쇄도하는 신청 때문에 추가 제작을 해야했을 정도였어요. 점점 더 해가는 인권교육 패키지의 뜨거운 인기! 전국 500개 학급 이상으로 배포된 ‘빈곤과 인권’의 실제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었을지 궁금하시죠? 뜨거운 열기와 진지함이 가득했던 수업 현장을 소개합니다!

‘절대빈곤’의 기준이 뭔지 아시나요? 세계은행의 기준에 따르면 하루 1.25달러(한화 1300원)로 살아가는 사람들로 현재 12억명이나 됩니다. ‘인권’이란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권리입니다. 적절한 수준의 물, 음식, 집, 건강, 교육 등 은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요소인 ‘인권’이며, 이는 1948년 채택된 유엔의 ‘세계인권선언’에 따라 전 세계 누구나 차별 없이 누려야 합니다. 그러나 세계은행의 기준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하루 1.25달러도 없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를 포함한 훨씬 많은 사람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인권을 침해당하고, 존중받지 못해 더욱 빈곤해지고 있습니다. 빈곤은 특정한 국가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최대의 인권 위기 상황입니다.

인권친화교실의 세 번째 인권교육 패키지는 우리에게 ‘인권’이라면 가장 떠올리기 쉬운 이미지이기도 하면서, 정작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는 ‘인권’이 잊혀지기 쉬운 ‘빈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활동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Step1] 빈곤에 대해 상상해보기

 

“오늘 수업의 주제인 ‘빈곤’의 뜻은 무엇일까요?”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기 앞서 한자어라 초등학생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빈곤’이라는 단어를 파헤쳐 보기로 했습니다. ‘빈곤: 가난하여 살기가 어렵다’라고 사전적 뜻을 풀이한 이후, 빈곤, 가난이라는 단어를 통해 떠오르는 장면과 감정을 이야기함으로써 어린이들이 평소에 빈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어린이들이 바라보는 빈곤의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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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초등학교 4-3 어린이들이 생각한 ‘빈곤’ © Amnesty Internationa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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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당초등학교 6-1 어린이들이 생각한 ‘빈곤’ © Amnesty International Korea

둔대초등학교 4-2 어린이들이 생각한 '빈곤'

둔대초등학교 4-2 어린이들이 생각한 ‘빈곤’ © Amnesty International Korea

어린이들이 빈곤을 통해 연상한 단어는 대체적으로 ‘감정’ 보다는 ‘대상’을 가리키는 단어가 많았습니다. ‘돈’과 ‘집’, ‘일자리’가 없는 물질적인 어려움을 떠올린 단어가 가장 많이 눈에 띄었고, ‘노숙인’ 등 사회적 현상을 떠올리는 어린이가 있는가 하면 ‘아프리카 사람들’, ‘마른 외국인’ 등 특정 지역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어린이들도 있었습니다.

드물게는 빈곤한 상황이 ‘돈이 없음’이 아니라, 절망적이고 사회적 분리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의미 없는 세상 삶’을 살거나 ‘자유롭지 못한 사람’, ‘죄 지은 사람들’을 연상하기도 했습니다.

각자가 연상한 단어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주로 빈곤의 원인을 ‘도박’이나 ‘무기력’, ‘게으름’ 등 개인의 무능함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로또’ 같은 우연을 통해서거나 ‘죽음’ 등 회의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수업에 앞서 알아본 바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빈곤을 도박을 하거나 게으른 ‘문제아’들의 이야기 또는 지구 반대편 특정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불쌍한’ 사람들 즉 나와 분리된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빈곤의 연상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은 개인적 문제인줄로만 알았던 빈곤이 ‘죽음’, ‘로또’ 등이 아니면 개인이 노력해도 빠져나올 수 없다는 문제라는 인식의 간극을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Step2] 사진을 통해 이해하는 빈곤의 개념

그렇다면 ‘빈곤하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빈곤이 단지 ‘돈이 없음’의 문제라면, 돈만 있다면 빈곤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까요? 또 빈곤은 ‘아프리카’라는 특정한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문제일가요?

“아프리카의 불쌍한 사람들”, “더럽고 무서워요”, “도박으로 돈을 잃어서 그래요” 등 연상작용을 통해 발견된 어린이들이 빈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오해와 편견들을 몇 장의 사진을 통해 반박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blog.daum.net/landha

© blog.daum.net/landha

위 사진을 볼까요? 한국에서 가장 ‘초호화’ ‘최고가’ 주상복합단지라고 떠들썩하던 강남의 한 아파트의 모습이 멀리 보입니다.

그리고 불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울의 가장 마지막 판자촌이라고 하는 20년이 넘게 해결되지 않은 ‘구룡마을’이 마주하고 있습니다.

구룡마을은 1980년대 ‘도시미관 사업’의 과정에서 무허가 주택이 강제로 철거되고, 이곳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입니다. 호화스러운 빌딩을 마주한 주민들은 ‘박탈감’뿐만 아니라 전기와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화재와 안전에 불안함을 느끼고, 오랫동안 지역의 ‘골칫거리’ 취급을 당하며 차별과 무시를 견디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슬럼이 있었어요?!”

“불공평하고 억울한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사진을 본 어린이들은 빈곤이 어느 특정한 국가나 지역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우리 공동체의 문제이며, 단순히 ‘돈이 없음’ 이상으로 사회적 박탈감, 소외감, 배제와 불평등을 경험할 수 있음을 공감했습니다.

 

[Step3] 빈곤이 왜 인권침해인가?

활동지 <빈곤이라는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4명의 빈곤한 사람들의 증언과 그들이 처한 상황이 소개돼 있습니다.

① 아이티 대지진으로 주거지와 일자리를 잃은 사례 ② 유럽사회에서 오랜 세월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하고 무시당하며 사는 로마족의 이야기 ③ 위생뿐만 아니라 납치와 성폭행의 위험에 노출된 슬럼에 사는 사람들 ④ 아파도 치료받을 수 없는 산모사망의 이야기를 통해 빈곤의 다양한 양상과 원인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사례를 읽고 어린이들과 OX 퀴즈를 하며 빈곤 문제를 ‘개인’이 아닌 ‘사회’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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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OX 퀴즈

10개의 퀴즈를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빈곤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지 못 하는 것’이며, 개인이나 특정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이자 차별과 불평등으로 악순환되는 사회적 현상이라는 것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Step4] 빈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할 수 없다?’ 가난이 개인의 무능함과 게으름의 문제라면 빈곤한 사람들은 왜 빈곤을 빠져나올 수 없는 감옥이라고 표현할까요?

어린이들은 활동지의 ‘빈곤을 이해하는 키워드!’ 빈칸 채우기 활동을 통해 ‘빈곤=인권침해’의 개념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로마족이나 슬럼에 사는 사람들의 증언처럼 여성이나 소수민족 등 사회적 약자가 빈곤에 처할 가능성이 높으며, 빈곤한 사람들은 사회의 차별과 무시, 기회의 박탈로 더욱 빈곤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빈곤은 돈을 보내주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책임을 지고 빈곤한 사람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아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빈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자신의 의견을 들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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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을 이해하는 키워드 활동을 통해 ‘빈곤=인권침해’의 개념을 이해하는 어린이들 © Amnesty International Korea

 

 

[Step5] 빈곤 퇴치를 위한 전 세계의 약속, 새천년개발목표에 인권을 요구합니다!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인권 보호 활동은 교과서 속에 ‘마틴 루터킹’이나 ‘마더 테레사’ 같은 위인들만 할 수 있는 일일까요?

수업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탄원편지 쓰기 활동을 통해 전 세계의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직접 참여해 보기로 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와 어린이들은 2015년 종료되는 새천년개발계획을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사회의 개발목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총회에 모인 전 세계 대표들에게 적극적인 빈곤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편지를 썼습니다. 이번 인권교육패키지를 통해 전국 500개 학급에서 모은 18,000여 장의 엽서는 10월 17일 ‘전 세계 빈곤 퇴치의 날’에 유엔으로 보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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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에 모인 전 세계 대표들에게 빈곤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편지를 쓰는 어린이들 © Amnesty International Korea

 

[Step6] 내가 그려보는 빈곤 없는 세상

마지막으로 활동지 사례의 주인공들이 인권을 되찾아 빈곤한 상황을 탈출한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어린이들이 그린 ‘빈곤 없는 세상’의 모습은 어떨까요?

지구촌 구석구석 모든 사람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의식주를 누리고, 공부할 수 있으며, 아프면 병원에 가고, 어떤 언어를 사용하거나 생김새만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어린이들은 이 당연한 말들이 지켜지지 않는 지구의 모습에 놀라며, 우리 손으로 우리가 만드는 ‘인권이 지켜지는 세상’을 그려보았습니다.

안성초등학교 5-2 어린이들이 그린 '빈곤 없는 세상'

안성초등학교 5-2 어린이들이 그린 ‘빈곤 없는 세상’ © Amnesty International Korea

 

* 전국의 어린이들이 그린 ‘빈곤 없는 세상’ 그림은 오는 12월 10월 ‘세계인권의 날’을 기념해 전시될 예정입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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