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는 자유롭고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있는 예술학교에 갓 입학했다. ‘쿨’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키우는 그녀에게 친구도 많고 잘 생기기까지 한 남자 닐이 다가온다. 그는 오사가 듣고 싶었던 말을 다 해주었다.
“제로에서 전부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이제부터 너와 나만 생각해.”
그런데 그가 점점 변해간다. 아니다. 오사 자신이 점점 변해갔다.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던 검은 옷을 벗고 닐이 원하던 대로 다른 색 옷을 찾기 시작했고, 친구를 초대하기로 약속도 닐이 하라는 대로 취소했다.
“밖에서 우리는 완벽한 커플로 보였다. 나는 시간이 나는 대로 그를 만나러 달려갔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행여 내가 다른 사람들과 말이라도 섞을까 불안해할 테니까. 나는 항상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대뜸 내가 다른 남자들을 쳐다본다고 생각할 테니까. 나는 항상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내가 심통이 나 있거나 뭔가 불만이 있다고 여길 테니까.”
어렵게 찾아온 꿈만 같은 사랑, 하지만 로맨스는 비극이 되어버리고 만다. 국제앰네스티의 참여로 제작된 「7층」은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인 저자의 실제 증언과 보도를 담았다. 불행하게도 오사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다.
“지금 장난해? 키스할 때 왜 눈을 감느냐고! 나를 바라봐야 할 거 아냐! 안 그러면 네가 진짜 나만 생각하는 건지 어쩐 건지 내가 어떻게 알아?”
언뜻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상대가 내가 사랑하는 남자친구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과도한 질투는 어디까지나 나에 대한 깊은 사랑의 증거라고 생각해버린다. 하지만 과도해지는 폭언과 폭력으로 상황을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을 때 원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벗어나기는 너무나 힘겨워진다.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멀쩡한 사람이 자신을 억압하는 다른 한 사람으로 인해 얼마나 무기력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순식간에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어주고 대신 말해주면서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인정받고 그들로부터 동조를 구할 수 있을 때만이 폭력에 대한 폭로가 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가까운 친구, 가족, 이웃의 협조가 전제되어야만 경찰, 의사, 판사 등 폭로의 과정 속에서 만나게 되는 전문가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고 즉, 사회 전반의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만화로 된 이 책은 스웨덴 여성 만화 작가 붐을 일으킨 오사 게렌발의 졸업 작품이다. 그녀의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표현력이 풍부하고, 이야기는 비극적이지만 자유로운 유머 감각으로 가득하다. 이 책은 국제앰네스티의 참여로 제작됐으며, 수익금의 일부는 인권활동을 위해 국제앰네스티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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