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인터뷰

[회원릴레이 ③] “나눔과 순환의 가방을 만들어드립니다”_청바지 업사이클 작가 박현모 후원회원

3월 9일 1천원. 3월 10일 천원. 3월 14일 천원. 3월 29일 오천원? ‘천원에 편지 한 통’을 후원하는 캠페인에 작년 말부터 한 통, 두 통 후원금이 들어왔습니다. 지난 겨울에서부터 올해 봄까지 계속 보여지는 이름. 궁금한 마음에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박현모 님이시죠? 여긴 국제앰네스티인데요, 계속 회원님 이름으로 일시후원이 들어와서 실례가 안된다면 연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이렇게 인터뷰는 시작되었습니다. 후원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앰네스티에 알려주신 청바지 업사이클링 작가 박현모 후원회원님을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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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단란한 모습(가장 왼쪽이 박현모 회원) © Amnesty International Korea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예쁜 딸 둘과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남편이 있는 대한민국의 보통 주부입니다.  성실한 남편 덕에 취미로 하고 싶던 미싱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아이들 옷을 만들어 입히다가 지금은 업사이클링 가방작가가 되었어요. 낡은 청바지를 새롭게 디자인해 세련된 가방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이죠.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일회용품, 세제 등 사용량을 줄이려 노력하고 친환경 채소로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어 서울근교 주말농장에서 채소를 직접 가꿔 먹기도 합니다. 몇 년 동안은 제가 키운 배추로 김장도 했어요. 올해는 업사이클링 작업이 늘어나고 뒤늦은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주말농장 신청을 못 했는데, 언젠가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은 작은 소원을 가지고 살고 있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판사가 꿈인 큰 아이가 외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관련 정보를 검색하던 중 지난해 10월 노마 강 무이코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담당 조사관의 한국강연 소식을 알게 됐어요. 남편과 아이가 이 강연을 직접 들으며 국제앰네스티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단체든 뚜렷한 목표가 있는 활동을 하겠지만, 국제앰네스티에서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아동과 여성 등 약자를 위한 활동을 하는 게 좋았습니다.

일시후원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오래 전부터 후원에 관심은 있었으나 어느 기관에 어떤 방법으로 할지를 잘 몰랐어요. 그러던 중 제가 만드는 가방들의 이름으로 후원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사이클은 버려지는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순환의 가치를 담고 있거든요. 어떤 물질도 결국 세상속에서 돌고 돈다는 의미에서 여러사람들과 이를 나누고자 후원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청바지 업사이클 작업 모습 © Amnesty International Korea

청바지 업사이클 작업 모습 © Amnesty International Korea

청바지 업사이클링에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리사이클 또는 업사이클 작품들은 재활용품을 사용한다는  의미도 크지만, 새로운 부자재나 예쁜 원단을 함께 사용해 기존에 없는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 구매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도 합니다. 청바지 하나에 새로운 가방을 하나씩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청바지의 색깔과 패턴이 모두 다른 것처럼 같은 작품이 단 한 개도 나올 수 없습니다. 또, 재료선택에서 디자인까지 100% 수작업으로 진행됩니다.

업사이클링 작업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사람들마다 향기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음악으로 추억하기도 하지만 전 옷에 대한 추억 특히 청바지를 입고 놀았던 젊은 시절의 추억들이 깊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출산 이후에 좋아하던 바지들이 작아져 못 입게 되어버려서 버리진 못하고 있었죠.

어느 날 작아진 아이들의 옷을 아파트 옷 수거함에 버리면서 ‘과연 이 옷들이 옷으로 역할을 제대로 할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어요. 옷으로 재활용되어 벼룩시장에 나와도 유행 지난 옷들은 몇 번 돌려 입다가 또다시 재활용 수거함에 버려질 거라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못 입을 청바지나 면바지를 새롭게 디자인해 가방을 만들면서 판매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업사이클링 제품의 좋은 점을 말씀해주세요.

청바지는 염색과 워싱 작업을 거치면서 한 벌 만드는 데만 약 1만 2000L의 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 목화를 재배하는 노동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명에 이르는데 이중 아동착취, 강제노동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사람이 발생하며 그에 따른 빈곤 문제도 크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점 들을 듣고 볼 때마다 제가 하는 일이 작은 도움이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대량생산으로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 추억이 담긴 청바지 속에 나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나만을 위한 가방을 꾸준히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업사이클링 디자인의 가치는 효율과 싼 가격이 아니라 공생과 양보의 정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가방을 구매하는 고객도 이러한 제 생각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결국 제품 탄생의 올바른 철학과 소유하는 자의 추억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브랜드를 만들어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매자에게 전달되는 상품과 후원 메시지 카드 © Amnesty International Korea

구매자에게 전달되는 상품과 후원 메시지 카드 © Amnesty International Korea

구매자에게 매번 앰네스티 후원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신다고 들었습니다. 번거로울 수 있는 이 작업을 매번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얼마를 후원하냐 보다 어떻게 후원하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판매금액에 따라 후원하는 방법 대신 업사이클 작품이 하나 탄생할 때마다 작게는 천원, 많게는 5천원씩 후원하고 있어요. 작품에 대한 수익금이 들어오기 전에 먼저 그 작품의 이름으로 후원하고, 구매자에게 후원사실을 알려주는 사진을 함께 넣어 배송하고 있어요. 사실 이 과정이 포장할 때 가장 번거로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이 방법을 고수하고 싶어요. 아직은 저의 작품이 많이 판매되는 것은 아니니까 할 만합니다.^^

메시지를 받은 구매자의 반응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신가요?

직접 설명을 듣고 구매하신 분 중에는 본인이 작은 보탬이 되어서 좋았다고 말씀하신 분도 있었고, 후원을 증명하는 사진을 가지게 된 것에 감사하다는 분도 있었어요. 사실 후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셔서 저도 궁금해요. 그래서 요즘은 후원을 증명하는 액션스트림 사진 뒤에 설명을 손 글씨로 써서 보내드리는 추가 작업이 생겼답니다.

눈 내리는 날, 사랑스러운 아이들 © Amnesty International Korea

눈 내리는 날, 사랑스러운 아이들 © Amnesty International Korea

딸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하는 바람이 있으신가요?

요즘은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앞만 보고 가는 사회가 아쉽습니다. 고등학생이 된 큰 딸은 오래 전 지리산 노고단을 오를 때 힘들어 짜증을 내면서도 정상에 섰을 때 그리고 사이판의 넓고 푸른 바다를 바라봤을 때 그 곳에 데려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었어요. 아이들에게 세상을 넓게 보는 시야를 만들어 주어 자신의 자리, 자신의 책상만 바라보지 말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갖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불어 단순히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삶을 넘어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을 했으면 합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높은자리에 올랐을 때 신영복 교수의 ‘처음처럼’에서처럼 ‘높은 곳에서 일할 때의 어려움은 글씨가 바른지 삐뚤어졌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물어보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겨두고 실천했으면 합니다.

국제앰네스티에 응원메시지, 혹은 격려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조앤K.롤링이 자신의 작품이 전 세계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읽혀지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해리포터 첫 번째 편에서 국제앰네스티의 편지쓰기 활동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처럼 앰네스티 주변에는 작은 목소리로 사회의 큰 울림을 만들어가는 분들이 많다는 것에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박현모 후원회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shion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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