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째주 수요일 저녁, 작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앰네스티 수요극장>이 회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그동안 책이나 강의로 인권을 ‘공부’ 해 오셨다면, 극장에 앉아 영화 속에 숨겨진 인권의 이야기를 직접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지난 4월 1일 진행된 <앰네스티 수요극장>의 일곱번째 영화 뷰티풀 라이(The Good Lie, 2014)에 대한 이정은 회원님의 리뷰를 소개합니다.
*글의 특성상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른들이 만든 비인간적인 세상 속에서 인간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
영화는 수단의 한 평화로운 부족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형과 장난을 치고, 소를 돌보는 단조로운 하루지만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부터 오랜 시간 이어온 소중한 삶입니다.
그러나 어제로, 오늘로 그리고 내일로 이어질 것을 의심하지 않았던 삶은, 내전으로 인해 급격하게 변하게 됩니다. 반군의 습격으로 테오, 마메르, 아비탈과 다니엘 그리고 친구들은 한 순간에 부모님과 부족을 잃습니다. 군인들을 피해 아이들은 동쪽으로, 또 동쪽으로 목숨을 건 탈출을 합니다. 더위, 탈수, 배고픔은 아이들을 위협하고, 그 위협은 친구를 앗아갑니다. 안전지대인 케냐 난민 캠프에 도착할 때까지 생사를 넘나드는 이동은 계속됩니다.
피난 행렬에서 우연히 만난 폴, 예레미아와 친구가 되고, 계속 동쪽으로 향하던 중 반군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요. 아이들 무리의 추장이었던 테오가 모두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반군에게 끌려갑니다. 비인간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한 내전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인간적인 선택을 하며, 삶을 이어갑니다. 지친 친구를 업어주고, 살육 당한 마을의 부상자에게 먹을 것을 나눠줍니다. 절제절명의 순간에도 테오는 어린 동생들을 위해 주저 없이 자신을 희생합니다.
그렇게 난민 캠프에서 성장한 마메르, 아비탈, 폴, 예레미아는 미국으로 이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수단을 떠나 새로운 삶은 시작하게 됩니다.

ⓒ네이버 영화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 내가 선택한 진짜 삶
직업 상담사인 ‘캐리’와 그녀의 상사 ‘잭’의 도움으로, 직업을 갖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지만, 녹록하지 않습니다. 여동생 아비탈과는 멀리 떨어져 살게 되고,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 일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내전으로 잃어버린 고향, 가족과 테오에 대한 참담한 기억은 이들을 힘들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케냐 난민 캠프로부터 테오가 살아있다는 편지를 받습니다. 마메르는 케냐로 향하고, 늘 그리워하던 형 테오와 재회합니다. 그러나 불안한 국제 정세로 인해 테오가 미국으로 함께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게 됩니다. 결국 마메르는 자신의 여권으로 테오를 미국으로 보내고, 수단에 남습니다. 자신을 지켜주느라 놓쳤던 테오 형의 삶을 되찾아 주기 위해 뷰티풀 라이, 선한 거짓말을 하고 형을 보내줍니다.

ⓒ네이버 영화
영화 속에서 전개되는 상황들은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너무나 끔찍하고, 슬프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터무니없이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 주인공들을 지켜주었던 건, 너무나도 평범하고,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선택’들이었습니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은 도와주고, 서로가 서로를 돌봅니다. 예레미아는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 일자리에 대해 의견을 당당히 말하고, 마메르는 도움을 주는 캐리에게 오렌지를 건네며 감사를 전합니다. 아픈 기억으로 흔들리는 폴을 형제들은 끌어안습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난민이라는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자신들만의 선택을 차곡차곡 쌓아 삶을 만들어 나갑니다.
내전으로 잃어버린 삶을 손바닥 뒤집듯 한 순간에 되찾을 수도,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살려낼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마메르, 아비탈, 폴, 아비탈은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조금씩, 그러나 끈질기게 삶을 쌓아갑니다. 이는 저와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이야기이자, 우리의 삶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국제앰네스티 후원회원 이정은님께서 작성해주신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