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영,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
들어가며: 그래도 정치, 선거는 놓을 수 없다.
지난 4월 8-9일 주말, 20대 총선의 사전투표가 시행되었다. 사전투표율은 사상 최고치인 12%를 기록했다. “공천 전쟁”을 방불케하는 정치적 혼란이 거듭되면서 한국의 정치인들은 흡사 국민들에게 “이래도 내가 좋아?”라고 진심을 시험하는 듯하다. 물론 정치에 대한 냉소가 짙어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국민들은 투표를 한다.
20대 총선 정책공약, 어디까지 봤니?
앞서 19대 총선 인권 정책과 의정활동을 점검해보니 당정 차원에서 약속한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정책을 실시한 경우가 많았다. (☞‘평범한’ 회원이 바라본 19대 국회)
그렇다면 20대 국회는 인권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주요 4대 정당과 녹색당의 20대 총선 기본정책 중 인권이슈와 관련된 공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1]
정당 | 10대 기본정책 | 인권이슈 |
새누리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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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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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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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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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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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정당별 20대 총선 10대 기본정책 비교
보수-진보 정당 여부에 따라서 사용하는 용어와 표현의 차이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경제살리기와 복지국가에 대한 정책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4대 주요 정당에서 나타나는 복지정책은 큰 틀에서는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권리 차원에서 인권과도 연결되는 정책일 수는 있으나, 세부적으로는 주거 문제 해결과 직결되는 정책에 한정했다.
19대 총선과 20대 총선의 10대 기본정책을 비교해보면, 정의당이 10대 기본정책에 “차별없는 인권”을 내건 것이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겠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성평등을 10대 정책공약에 포함시킨 것이 눈도 띈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성평등 정책은 우선순위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여성혐오 등 차별로 인한 사회갈등이 계속되면서 주요 정당들도 성평등을 위한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인권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소수자를 위한 정책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녹색당의 정책에 주목할 것이다. “녹색당은 여성∙소수자∙청년의 정치를 만듭니다”라는 구호를 내건 녹색당은 소수자 권리 보장과 삶의 다양성을 제도화하는 정책을 내세웠다. 특히 기존 정당들이 핵심공약으로 내세우지 못했던 인권 이슈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직도 사회 전반적으로 논란이 계속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제도화 시키는 동반자 제도가 그것이다. 특히 민주적인 학교 운영과 투표 참여 연령 하향 조정 등 청소년의 인권과 사회 참여를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약 보고 투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선거를 통해 뽑히는 정당에 소속되어 정당의 정책을 옹호하며 당정에 따라 움직인다는 측면에서, 19대 총선 에 비해 정당별로 인권 정책, 소수자를 위한 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는 것은 분명 청신호일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자율적으로 입법활동을 하는 ‘1인 입법기관’[2]으로서, 법을 만드는 ‘사람’이다. 때문에 우리는 국회의원 개인의 신념, 정치 성향, 군복무, 전과유무 심지어 출신지역에 따라 표를 던지기도 한다. 국회의원 개인의 ‘사람됨’이 언제나 구설수에 오르고, 이들의 실언은 정치생명에 큰 영향을 준다.

정치인들의 반(反)여성 발언을 소개한 기사 이미지. 글로 남는 법안이나 국회 본회의장이었더라면 이런 발언을 과연 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의 비이성적인 발언들이다. © 프레시안
20대 총선을 앞두고 성소소자 유권단체인 레인보우 보트에서는 “제20대 총선, 절대 뽑지 말아야 할 성소수자 혐오 정치인 명단”을 발표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4.13총선 성평등 가로막는 정치인 리스트”를 공유하며 국회의원들이 발언한 내용들을 통해 후보를 검증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 언론에서는 발언을 토대로 “반(反)여성 국회의원 후보들” 10명을 소개한 바 있다. (프레시안: ‘2030 센 언니’들이 뽑은 최악의 후보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권리 보장을 옹호하는 거은 이제 소위 말하는 ‘대세’가 되었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혐오 발언은 자연인으로서도 몰상식한 언행으로 여겨진다. 하물며 국회의원의 이러한 발언들은 자신의 정치 활동의 방향을 반영하는 일종의 ‘커밍아웃’(혹은 아웃팅)으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법안을 통과시키고 제도화를 주도하는 ‘사람’의 신념과 인권 감수성을 드러내는 평소의 발언들은 커다란 벽보와 현수막에 걸어둔 미사여구 보다 더 의미 있는 선택의 기준이 될 수 도 있다. 인권을 수호하는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 인권과 소수자를 향한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는 정치인일 수 있다는 의미다.
나가며: 우리는 약속을 지킬 ‘사람’을 원한다.
총선이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다. 20대 총선 인권 정책과 관련된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제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정책, 그리고 인권 보장을 위한 의정활동은 국회의원들이 ‘대 놓고 무시 하지는 못하는’ 정책 기조가 되었다. 하지만우리는 지켜지기만 하면 참 좋을 약속들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따뜻한 봄날, 늦잠과 나들이길을 포기하고서라도 우리가 투표장으로 향하는 데는 나름의 기대가 있다. 앰네스티인(人)으로서 내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유보하면서도 인권의 약속을 지킬 ‘사람’이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다.
[1] 출처: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보도자료, “정당 10대 핵심공약 분석”
[2] 출처: 대한민국 국회. “국회 소개” http://www.nec.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