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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원숭이들에게는 천국, 사람에겐 지옥? 앙코르와트 대규모 강제퇴거

  • 10,000 가구가 피해 입은 것으로 조사
  • 100명 이상의 인터뷰어에 따르면 캄보디아 당국이 앙코르 거주민을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기 위해 위협을 가함
  • 캄보디아 당국은 이들을 필수 서비스가 부족한 황량한 지역으로 이주시킴
  • 유네스코, 유네스코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강제퇴거를 공개적으로 규탄해야

국제앰네스티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에 거주하는 수천 가구 대상 강제 퇴거는 국제인권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새로운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당국이 문화유산 보호라는 명분으로 앙코르 거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키고 있음을 폭로했다.

2022년 하반기, 캄보디아 당국은 앙코르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손상으로부터 앙코르 유적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씨엠립 마을에 있는 10,000가구를 퇴거시키기 시작했다.

국제앰네스티는 100명 이상의 주민과의 인터뷰, 앙코르 사원 단지 9회, 재정착지 2곳을 직접 방문한 결과를 토대로 캄보디아 당국은 퇴거 전에 주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그들과 진정한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강제퇴거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도록 많은 주민을 협박하고 위협했으며, 주거, 적절한 물, 위생 시설, 생계 유지 수단이 없는 곳으로 이주시켰다.

몽세 페레르(Montse Ferrer)국제앰네스티 조사 부국장은 말했다. “캄보디아 당국은 앙코르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살아온 가족들을 잔인하게 뿌리째 뽑았고,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재정착지에서 입에 풀칠만 하고 열악하게 살도록 강요했다. 캄보디아 당국은 강제퇴거와 국제인권법 위반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유네스코가 진정 인권을 모든 활동의 핵심 가치로 삼는다면, 세계문화유산 관리를 위한 도구로서 강제퇴거를 명백히 규탄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캄보디아 정부에 강제퇴거를 중단하도록 요구해야 하며, 공개적이고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해야 한다.” 몽세 페레르 국제앰네스티 조사 부국장이 덧붙였다.

캄보디아 당국은 앙코르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살아온 가족들을 잔인하게 뿌리째 뽑았고,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재정착지에서 입에 풀칠만 하고 열악하게 살도록 강요했다.

– 몽세 페레르(Montse Ferrer)국제앰네스티 조사 부국장


2023년 3월, 앙코르 주민들이 쫓겨난 지역 위로 관광객을 위한 열기구가 날아가고 있다.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다

훈 센 당시 캄보디아 총리는 지난해 연설에서 이전 계획을 설명했다. 훈 센 전 총리는 떠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떠나지 않으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민들에게 경고했다. 또한 이전의 이유가 앙코르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정부의 폭력적인 강제퇴거 역사는 캄보디아 국민에게 익히 알려져 있다. 많은 이들이 훈 센 전 총리의 발언을 퇴거하라는 분명한 경고로 받아들였다.

국제앰네스티는 조사를 통해 주민들에게 이주를 강요하거나 이주 계획에 응하도록 강요한 직접적이면서도 교묘한 위협을 기록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전력 공급 중단, 홍수, 심지어 체포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논을 포기하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한쪽에 서게 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반대쪽에 서게 했다. 그러고는 시위하는 사람은 바로 감옥에 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예이(Yey), 농부


대부분의 인터뷰 대상자는 퇴거가 ‘자발적’이었다는 말에 반대했다. 이주가 자발적이었는지에 대한 국제앰네스티의 질문에 앙코르에서 70년 넘게 살아온 한 여성은 “살던 곳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을 촌장, 지역 당국, 캄보디아 APSARA청(앙코르유적 보존 및 관리 전담 기관) 공무원들은 수십 가구를 반복적으로 찾아가 떠나라고 요구하며 괴롭히고 위협했다.

한 주민은 국제앰네스티에 이렇게 말했다. “의무는 아니라고 했지만 이주하지 않으면 땅을 잃는 상황이다… 그래서 자원했다.”

2023년 1월 18일, 군용 트럭이 한 주민의 물품을 운반하며 씨엠립에 위치한 앙코르와트 사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착한 재정착지는 열악했다

‘자발적으로’ 이주하겠다고 한 주민들에 한해서 20mX30m의 빈 땅이 할당되었고, 이와 함께 골함석(지붕 자재로 쓰이는 철판) 30장, 방수포, 모기장, 정착 지원금 수백 달러, 사회 복지 카드가 지급되었다. 살던 집을 빼앗긴 이들 주민은 이제 이것들로 새집을 지어야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주민들이 자신의 집을 해체하고 재정착지에 가서 집을 새로 짓는 상황을 확인했다. 몇 달 동안 방수포를 깔고 살 수밖에 없었던 가구들도 있었다.

많은 가족이 원래 거주하던 씨엠립 마을에서 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재정착지로 이주하게 되면서 일자리를 잃었고 해당 지역에는 고용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제 인권 기준과 달리, 캄보디아 당국은 주요 재정착 지역으로 알려진 룬타엑(Run Ta Ek)이 필수 서비스와 편의 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는 비가 오면 현장이 쉽게 침수되는 사실 역시 확인했다.

캄보디아 당국이 주택을 제공하지 않은 결과 수천 가구가 방수포에만 의지하거나, 바깥 날씨에 노출되고, 적절한 화장실 시설과 같은 위생 시설이 부족해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에서 살아야 했다. 건축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가족들은 이주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받은 물품을 전당포에 맡겨야 했고 빚을 져야 했다.

재정착지는 논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농부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가족이 성수기에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앙코르에서 있었던 주요한 또는 유일한 수입원에 접근할 수 없게 되면서 먹을 음식이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룬타엑에서 손수 집을 짓는 동안 방수포 시트만 깔고 생활하던 한 가족은 국제앰네스티와의 인터뷰에서 아기가 고온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고 말했다.

“아기가 너무 더워지지 않도록 몇 시간마다 샤워를 해줘야 한다. 집을 짓고 있지 않을 때는 다른 집의 그늘을 이용해 햇볕을 피한다.”

캄보디아 정부 관계자들은 국제앰네스티의 조사를 일축하고, “실제 상황과 매우 다르다”며 거짓 비난을 했다.

아기가 너무 더워지지 않도록 몇 시간마다 샤워를 해줘야 한다. 집을 짓고 있지 않을 때는 다른 집의 그늘을 이용해 햇볕을 피한다.

– 룬타엑 재정착지로 이주한 가족


2023년 7월, 한 주민이 룬타엑 재정착지에서 당국이 설치한 물 펌프 중 하나를 사용하여 옷을 세탁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나서야 한다

유네스코는 강제퇴거와 재정착 현장의 상황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앙코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또한 국제앰네스티의 조사 결과에 대한 어떠한 공개적인 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주’ 프로그램의 명분으로 유네스코를 거듭 언급했다. 국제앰네스티 조사 과정 중 최소 15건의 사례에서 가족들은 당국이 앙코르에서 떠나야 하는 이유로 유네스코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데비(Devi, 가명)는 캄보디아 APSARA청과 국토부 관계자가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유네스코는 당신이 떠나기를 원한다. 우리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지위에서 앙코르를 철회할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니 당신은 떠나야 한다.”

데비의 아버지는 사원 중 하나를 복원하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데비는 APSARA청에서 “유네스코가 [당신이] 여기에 머물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 했을 때 혼란스럽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데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네스코가 왜 우리를 쫓아내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결코 사원에 해를 끼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우리는 앙코르와트에서 놀고, 등반하고, 청소했다.”

지역사회 지도자들은 유네스코 프놈펜 사무소에 강제퇴거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청원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경비원으로부터 유네스코는 토지 문제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의 조사 내용에 대해 유네스코는 국제앰네스티에 ‘인구 이동(population displacements)’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퇴거가 유네스코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국제앰네스티의 주장에, “회원국이 유네스코를 근거로 들어 자국의 행동을 정당화하더라도” 당사국의 행위는 유네스코의 책임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나 현재 강제퇴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고 강력한 대응을 요구한다.

몽세 페레르 국제앰네스티 조사 부국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네스코의 단호한 저항이 없는 한, 인권 희생으로 이뤄지는 문화 보존이 국가들에 의해 점점 더 무기화될 수 있다.”

유네스코가 왜 우리를 쫓아내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결코 사원에 해를 끼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우리는 앙코르와트에서 놀고, 등반하고, 청소했다.

– 데비, 룬타엑으로 강제이주된 전 앙코르 주민


앙코르와 재정착지 위성 사진

룬타엑 재정착지에서 발생한 격렬한 폭풍과 홍수 이후 주민들의 소지품이 햇볕에 마르고 있다.

배경:
2023년 3월부터 7월까지 국제앰네스티는 강제퇴거의 주요 장소인 앙코르 세계문화유산과 캄보디아 정부가 지정한 재정착지인 룬타엑과 피크 스넹(Peak Sneng)을 방문했다.국제앰네스티 조사관들은 상인, 식당 주인, 농부, 전통 악기 제작자, 공무원, 미용사, 노동자, 호텔 직원, 툭툭(삼륜차) 운전사, 관광 가이드, 앙코르의 고대 사원 수리를 담당하는 석공 등 100명 이상의 사람을 인터뷰했다.

*당국의 보복으로부터 인터뷰 대상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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