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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언론상’ 허재현 기자, 김도성 PD 인터뷰

1. 우선, 앰네스티 회원 분들을 위한 자기소개와 ‘삼성 반도체 백혈병의 진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허재현 기자, 김도성 PD

네, 저는 한겨레 하니TV의 허재현 기자입니다. 저는 김도성 PD입니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의 진실’은 글과 영상이 함께 담긴 프로그램으로, 저는 기사와 취재를 담당하였고 영상과 취재를 담당하는 분들과 협업 취재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의 진실’은 아무도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사실 이 사건은 모든 기자들이 다 알고 있는 일임에도 말이죠. 그러던 중 3월 31일, 고(故) 박지연씨가 사망, 다시 그 피해자가?나와 언론이 이를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과 백혈병 간의 상관관계를 추적해서 보도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고인의 죽음은 묻혀만 가는, 유족들은 억울해 하는 상태로 방치된, 눈물만 존재하는 현장에 대해서 어느 언론사도 담고 있지 않았습니다.

반도체대전 ⓒ반올림

추측하건대, 거대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언론의 환경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두고 누가 나서야 하는가? 한겨레 신문이 아니면 어느 누가 나서겠는가? 일종의 의무감이었습니다. 기자로서의 사명의식보다는 이 문제를 내가 다루지 않으면 어디서도 다루지 않을 것 같은 의무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 문제에 대해 잘 추적, 취재해 오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반올림이라는 단체인데요, 반도체 노동자들의 인권과 건강을 위한 시민단체 입니다.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가 병에 걸린 분들을 인터뷰 하고, 현장조사도 하고, 소송도 준비하는 등 모든 것들을 준비하고 조사하는 단체가 반올림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반올림에서 취재하고 조사한 내용들을 저희가 기사와 영상을 통해서 전달하는 일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 반올림 분들이 상을 타야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국제앰네스티도 인권에 대한 기업 책무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 되지 않은 문제인데, 이와 관련해서 다음 취재 계획이 있으신가요?

허기자 : 이 사건은 현재 진행형 입니다. 다행히 저희 보도로 삼성이 공장 재역학 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질병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학의 발전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진실이 밝혀지는데 10년, 20년의 시간이 더 걸릴 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단발성 보도로 절대 끝낼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반올림과의 연락을 유지하고 중요하게 보도할 것들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요청 했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관심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에 미나마타라는 병이 있었습니다. 1960년대 후반에 최초로 알려지게 된 병입니다. 미나마타는 현재 산업재해인데 이것이 일본 정부로부터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까지 30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당시 공장들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병이다’라고 발뺌만 하였고, 어떤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사를 해도 병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민단체들과 언론이 끊임없이 관심을 가졌고 마침내 30년 후 미나마타가 산업재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마찬가지로 백혈병 문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저희뿐 아니라 많은 언론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입니다.

미나마타병 ⓒ스포츠칸

김 피디 :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문제이죠. 저는 한겨레에 오기 전 다큐영상을 만드는 회사에 있었습니다. 그 회사에 있을 때, 2007년인데, 황유미씨가 사망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의혹과 소문은 무성하게 많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저 라인으로 가면 암에 걸린다더라, 병에 걸린다더라, 유산 한다더라’ 등의 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그 라인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번에 보도를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엔지니어들의 증언, 환경수첩과 같은 구체적인 증거들이 나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2007년에는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은 죽었는데, 공장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보도도 할 수 없었고요. 그 때 정말 아쉬웠습니다. 2008년에도 보도를 하기 위해 취재를 다니곤 했는데 그 때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올 해가 되어서야 허재현 기자, 임지선 기자와 함께 보도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언론인들의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관심이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려서는 어떠한 문제들도 해결될 수 없음을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입니다.

취재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저희가 문과 출신인데 화학기호와 같은 이과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전취재가 어느 정도 이뤄져야 취재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앞으로 저희는 사전준비도 철저히 하고 이 문제에 지속적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KBS의 추적 60분 팀에서도 이 문제를 다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언론인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의무인 셈이죠.

3. 인권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는데요. 어제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청소년 인권 에세이 공모전’ 대상에 선정된 한 여고생이 수여자의 자격을 이유로 수상을 거부한 일이 있었습니다. 또한 인권위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전문/자문/상담위원들의 집단사퇴, 현병철 위원장과 관련한 논란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인권위원회의 독립성과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는 평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허기자 : 인권위를 바라보는 언론인의 입장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사실 굉장히 착잡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희는 작년에 인권위에서 주는 인권보도상을 받았던 기자들입니다. 쌍용자동차 공장의 노동자들에게 있었던 인권침해에 대해서 보도했는데요. 그래서 인권위에게 굉장한 격려를 받는 기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며 망가져 가는 인권위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앞으로 인권위에서 상을 받기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줘도 돌려줘야 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언론인으로서 인권 보도를 하는데 있어서 격려는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관계 기관과 시민들의 격려가 정말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인권침해를 고발하는 자리에는 늘 인권침해 주체들의 경계, 비난, 압박 들을 받기 때문입니다. 쌍용자동차에 대해서 취재를 할 때에도 쌍용자동차 측으로부터 극심한 압박을 받았고, 삼성 측으로부터도 굉장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격려 때문일 것입니다. ‘이 기자가 훌륭한 일을 했다’하고 격려와 위로를 해야 계속 취재, 보도를 할 수 있는데 격려를 해줘야 할 기관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든든한 우군을 잃어버린 격이죠.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인권에 관심이 많은 기자들에게는 큰 손실이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루 속히 제 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김 피디 : 인권을 다루는 기관이 권력 기관과 연결 혹은 결탁이 되는 상황에서 인권을 정상적으로 다룰 수 없습니다. 동서고금 어디를 보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렇게 까지 된 것은 권력과의 관계 설정 때문에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자랑스러운 국가인권위원회였다고 전문가들에게 회자가 되는 기관이기에 지금의 상황이 더욱 안타깝기만 합니다. 또한 앞에서 권력과의 관계 설정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말했는데, 때문에 언론은 그 사이에서 어떤 관계 설정이 있었는지 그 과정들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보도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언론은 보지 못한 것 같고, 저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꼭 정상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4. 얼마 전 국제앰네스티는 G20 때 집회/시위와 관련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이를 집중 모니터링 했습니다. 언론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사례에 대한 항의가 점점 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특히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세계 언론 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올 해 69위를 차지하며 지는 해 보다 22위나 하락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한 지난 화요일(8일) 추적 60분 사대강편의 불방이 결정되었습니다. 기자 입장에서 현재 한국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재경일보

허기자 :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저는 현재 3년 차 기자인데,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저는 민주정부 시절 대학을 다니던 사람이고, 사회로 나오자마자 이명박 정부로 바뀌었습니다. 표현을 한다는 것 자체를 제한 받는 상황을 경험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지금 말씀 하신 것처럼 특정 보도가 불방이 되는 일이 벌어지고, 언론이 여러 정치권력들에 의해 압력을 받는 상황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문화적 충격이기도 합니다.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바라본 사회와 사회인이 되고 나서 바라본 사회를 비교해 봤을 때, 지금의 사회가 더 진보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후퇴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사실 저에게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선배들은 보도지침과 같은 상황을 겪으셨기 때문에 이런 정도의 일은 아무렇지 않게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젊은 기자세대에게 이러한 상황은 문화적 충격입니다. 몇 년이 지나니 조금씩 적응이 되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우리 언론인들이 이러한 상황에 관성화 되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서서히 스며들 수도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이 문제들을 우리 스스로 바꿔나가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인들이 취재를 할 때는 객관적인 눈, 제3 자의 눈, 중립적인 눈을 가져야 하겠지만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할 때엔 이에 맞서 싸워야 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 피디 : 언론에는 세 개의 적이 있다고 합니다. 세 개의 권력 즉, 사주권력, 국가권력, 경제권력을 말하는데, 이 세 개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인권의 정론을 펼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언론이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또한 사주와 관련해서 ‘동아투위’ 사건을 돌아보면 현대로 오며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정부를 거치며 분명 나아진 부분도 있었고요. 하지만 MB정부가 들어서면서 퇴보하는 모습을 보고 있고, 이러한 상황을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이러한 퇴보는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지향을 봤을 땐 황당한 일이죠. YTN의 노종면 선배, PD수첩의 김보슬PD 등의 분들을 볼 때에도 ‘지금 정말 심각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말을 하고 전달하는 것은 꼭 기자들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표현의 자유와 연결이 되는 것인데 가장 기본적인 인권 아니겠습니까? 기본과 상식이 안 통하는 것을 개념이 없다고 표현하는데,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들. 그 분들의 개념문제가 크지 않을까요?

허기자 : 언론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 언론인들은 리영희 선생님의 가르침을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리영희 선생님의 댁에 서산대사의 글이 방에 걸려있었다고 하는데요. ‘눈길을 걸을 때, 흐트러지게 걷지마라. 오늘 내가 걷는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의 길잡이가 될 것이니’라는 글이라고 합니다. 지금 언론 탄압의 시대, 표현의 자유가 침해 당하는 시대에 우리 언론인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뒤 따라오는 후배 언론인들이 우리의 발자취를 따라 걸을 것입니다. 우리 언론인들의 행동에 우리 언론의 미래가 달려있는 것이죠. 때문에 리영희 선생님의 가르침이 우리시대에 큰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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