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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소녀는 수백명의 외교관 앞에서 무슨 말을 했을까

사진 : 유엔 회원국 앞에서 연설하는 지뢰 피해생존자들. (1995년/오스트리아 비엔나)

 

저와 같은 아이들이 들판을 자유롭게 뛰어 다닐 수 있도록 지뢰를 금지해주세요.’

1995년 9월, 오스트리아 비엔나, 송 코살(Song Kosal, 당시 11세)이 세계 곳곳에서 모인 각국 정부의 대표단 앞에서 하려고 준비했던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은색의 정장을 차려 입고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수백 명의 외교관들 앞에선 송 코살은 긴장감에 할 말을 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어야 했습니다.

캄보디아의 작은 소녀였던 송 코살이 11살의 어린 나이에 유엔 회의의 연설자로 나서게 된 까닭은 1989년에 있었던 한 사건으로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1989년 어느 날, 다섯 살 난 작은 꼬마였던 송 코살은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집 앞 들판에서 뛰어 놀던 송 코살은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습니다. 이 지역 곳곳에 매설되어 있던 지뢰를 밟은 것이었습니다. 송 코살은 결국 오른쪽 다리를 잘라내야 했고, 그날 이후로 다시는 들판에서 뛰어 놀 수 없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송 코살이 겪었던 사건은 안타깝게도 송 코살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30년이 넘는 오랜 분쟁으로 고통을 받아왔던 캄보디아에서는 공식적인 종전 이후에도 전쟁으로 인한 아픔이 아직도 매일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전쟁 당시 매설되었던 상당한 양의 대인지뢰들과 미국이 국토 전역에 떨어뜨렸던 확산탄*의 불발탄들이 매일같이 송 코살과 같은 새로운 희생자들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 당시 ‘적’의 이동을 효과적으로 막아서 ‘우리편’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사용되었던 대인지뢰의 실체는 결국 너나 없이 ‘우리 모두’를 다치게 하는 ‘침묵의 살인자’였고, 순식간에 적지 주변을 초토화 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무기라던 확산탄의 진짜 모습은 수많은 불발탄을 뿌리는 ‘죽음의 비’였습니다.

1989년 이후로 송 코살은 송두리째 바뀌어버렸습니다. 사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송 코살은 다른 아이들이 자신이 겪었던 아픔이 겪지 않게 하겠다고 결심하면서 지뢰와 확산탄의 금지를 요구하는 활동가의 삶을 살게 됩니다. 지뢰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지뢰금지운동을 이끌었던 캄보디아지뢰금지운동(CCBL)의 설립자 데니스 콜론 수녀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지원과 격려 속에 송 코살은 캄보디아에서부터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대인지뢰와 확산탄의 전면금지를 위한 캠페인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송 코살을 비롯한 수많은 피해생존자들과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결국 국제사회는 1997년 대인지뢰의 전면적인 금지를 선언하는 대인지뢰금지협약(오타와협약)이 체결했고, 2008년에는 확산탄금지협약(오슬로협약)을 체결하기에 이릅니다.

송 코살은 1997년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이 대인지뢰금지협약 체결을 가능케 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되었을 때도 수상 대표단의 일원으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캄보디아 지뢰∙확산탄 금지운동(CCBL)의 대표적 활동가이자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의 청년대사로서 아직도 지뢰와 확산탄이 존재하는 곳을 찾아다니며 이를 금지시키기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 사는 송 코살의 이야기는 오늘 우리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일까요?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한국은 대표적인 확산탄의 생산∙수출국일뿐더러 전시를 대비해 엄청난 양의 확산탄을 보유하고 이를 실전 배치하고 있습니다. 남북이 휴전선에 대량으로 매설한 지뢰의 양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어서 미래에 한반도 전체에 엄청난 고통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대인지뢰금지협약과 확산탄금지협약 모두에 가입하지 않고 있고 있습니다. 어쩌면 송 코살이 살아왔던 캄보디아의 이야기는 미래의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진 : “다음 4개의 물품 중 아이들에게 위험하다는 이유로 리콜(회수)조치가 내려진 적이 없는 1가지 물품은?” <확산탄반대연합 캠페인 포스터>

 

2012년 3월 12일, 송 코살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송 코살이 속한 CCBL은 2012년 지학순정의평화기금이 수여하는 “지학순정의평화상”의 수상단체로 선정되었습니다. CCBL의 창립자인 데니스 콜런 수녀와 송 코살은 이번 3월 11일 수상을 위해 한국을 찾습니다. 이 두 명의 활동가의 방한을 맞아 한국의 여러 단체들이 이 활동가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3월 12일 오후 7시, 홍대입구역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송 코살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단체 초청강연>

캄보디아의 고통, 우리의 미래,

“캄보디아 지뢰ㆍ확산탄 피해 생존자로부터 듣는 고통 그리고 희망”

◎ 일시 : 3월 12일 (월) 오후 7시

◎ 장소 : 가톨릭청년회관 니콜라오홀(홍대입구역 2번 출구)

◎ 프로그램

ㆍ사진영상 _ 임종진 사진작가의 캄보디아 ‘반띠에이 쁘리엡’ 이야기

ㆍ강연 _ 데니스 콜런 수녀(CCBL 설립자)

ㆍ대담 _ 송 코살, 데니스 콜런 수녀(캄보디아) / 정인철, 여옥(한국)

※ 이 행사는 동시통역으로 진행되며, 참가비는 없습니다.

◎ 초청자 소개

ㆍ 송 코살 (지뢰 피해자, 국제지뢰금지운동 청년대사)

ㆍ 데니스 콜런 수녀 (CCBL 설립자, 예수회난민서비스 캄보디아 총괄디렉터)

‘침묵의 살인자’와 ‘죽음의 비’에 맞선 피해 생존자들의 고통과 희망의 이야기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확산탄이란?
사진 : 확산탄의 불발탄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보통의 경우 작은 공 모양을 띄고 있어 아이들이 불발탄을 장난감인줄 알고 만졌다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습니다.확산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수십 ~ 수백 개의 작은 폭탄(소폭탄)이 가득 채워져 있어 공중에서 소폭탄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져 연쇄적으로 폭발해 수많은 파편들로 광범위한 지역을 파괴하는 무차별 상상 무기입니다. 확산탄은 크게 두 가지 문제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확산탄은 수많은 작은 폭탄들을 흩뿌리는 산탄형 폭탄이어서 이 무기를 주거지역 인근에서 사용하게 되면 민간인과 민간시설에도 무차별적인 피해를 줍니다. 또 확산탄은 분쟁 이후에도 수많은 불발탄(UXO, unexploded ordnance)들을 남겨 대인지뢰처럼 지속적으로 위험을 낳습니다. 확산탄의 불발탄들은 해당 지역으로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만들며 분쟁 후에도 오래도록 남아 민간인을 공격합니다. 지금까지 확산탄으로 인한 사상자의 98%가 민간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죽음의 비’ 확산탄은 ‘가장 잔인한 폭탄’인 네이팜탄, ‘침묵의 살인자’ 지뢰와 더불어 대표적인 비인도 무기로 지목되어 세계적으로 금지해야 할 무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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