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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속에 막내린 무기거래조약 회의

* 뉴욕에서 열린 UN 무기거래조약 회의(7월 2일~27일)에 국제앰네스티 로비단으로 참가한 박승호 캠페이너가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유엔 무기거래조약 회의 마지막 주는 기대와 불안감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로버트 가르시아 모리탄 의장은 주말이었던 21일과 22일에도 비공개 세션을 열고 핵심 주제에 대한 각 국간의 의견차를 좁히기 위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주말 동안의 논의를 거쳐 23일, 월요일에는  전문/기준, 기준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의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이었습니다.

마지막 주 세션 장면. 초안에 대한 각국 의견이 발표되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화요일, 모리탄 의장은 여태까지의 상임위 논의를 바탕으로 최초로 조약문 형태를 갖춘 12페이지 분량의 초안 문서를 배포했습니다. 이 문서를 확인한 앰네스티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조약의 핵심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무기거래 기준에 대한 부분은 그런대로 틀이 갖추어져 있었지만 통제범위, 이행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약화된 문안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탄약은 아예 통제대상에서 빠져있고, 치안용 무기와 상당 유형의 무기 이전 행위 역시 통제범위를 벗어 나도록 규정이 되었습니다. (더 보기 : 무기거래조약,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시민사회 로비스트들은 이 문서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의견서를 작성해 각국 대표단에 전달하고 문안에 나타난 허점들을 중심으로 로비활동을 펼쳤습니다. 문안이 배포된 이후 각국 정부 대표단들은 수정 의견을 제시했는데요,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과 멕시코, 호주, 일본 등은 강력하고 효과적인 조약을 위해서는 통제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고, 인도, 미국, 중국 등은 탄약을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습니다 이밖에도 상당한 부분에 대한 의견 개진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목요일, 모리탄 의장은 각국의 의견을 바탕으로 문서번호가 부여된 공식적 조약 초안을 배포했습니다. 이 문안에는 여전히 몇가지 허점이 존재하지만 화요일에 배포된 문안보다는 상당한 진전이 있는 문안이었습니다. 각국의 무기 이전 결정 적용하게 될 기준 부분은 각국에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을 바탕으로 한 위험성 평가를 강제하는 등 문안이 강화되었고, 탄약에 대한 통제도 별도의 조항을 통해 규제대상에 포함되도록 수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각국의 무기 이전 현황에 대한 공개보고를 규정하는 조항이 삭제되는 등 몇가지 아쉬움은 여전했습니다.

활동가들은 각국 정부를 대상을 최종적 문안의 수정과 최종 조약 채택을 위한 마지막 로비활동에 나섰습니다. 이날 공식 세션은 새벽 1시까지 이어졌는데요, 협상의 최종 시한을 하루 남겨놓고 광범위한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상당한 기대감이 형성되었습니다.

미국 대표단과 중국 대표단이 문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하지만 금요일 오전, 생각지 못했던 반전이 많은 이들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최종적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던 오전 세션 도중 발언 기회를 얻은 미국측 대표의 발언이 시작되자, 순간 회의장에 정적이 흘렀습니다. 세계 최대의 무기수출국이자 사실상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마지막 순간의 발언이니 만큼 모든 국가와 시민사회단체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미국은 전날까지만 해도 미국측은 조약 초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은연중에 밝혔고 이에 따라 조약 체결에 대한 희망이 고조되던 상황이었는데요, 정작 미국측 대표의 발언은 ‘더 만족할 수 있는’ 조약의 채택을 위해서는 협상을 연기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시민사회뿐 아니라 조약 채택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다수의 국가들은 이런 발표 내용에 허탈감과 당혹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곧이어 러시아도 비슷한 입장을 발표했고, 세계 최대 무기수출국인 미국의 지지가 불투명한 상황인데다가 조약 초안 배포가 상당히 늦어 절차적 문제까지 제기되는 상황이 되어 결국 금요일 오후 마지막 세션에서 의장은 조약문의 채택 없이 회의를 종료 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조약 채택이 무산되는 것이 확실시 되자 조약 체결의 강력한 지지그룹을 중심으로 약 90개국 이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앞으로 유엔 총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강력한 조약을 채택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오후 6시, 회의의 의장이 공식적으로 회의 종료를 선언하면서 결국 4주간의 무기거래조약 회의는 결국 조약의 채택 없이 끝나버리고 말았습니다. (더 보기 : 강대국이 역사적 무기거래 조약 논의 지연시켜)

마지막 주, 협상 타결을 위해 회의는 매일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저지로 프로세스가 연기되고 말았다

지난 4주 동안 최종 협상 타결을 기대하며 활동해온 활동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크게 실망했지만, 이후 유엔 총회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조약 채택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기로 결의를 모았습니다.

지금 상황은 일보 후퇴일지는 몰라도, 실패는 아닙니다. 지금은 잠시 실망감에 젖어 있지만, 우리는 10월 유엔 총회에서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내도록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박승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이너

무기거래조약 캠페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http://amnesty.presscat.kr/campaign/무기와-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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