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민은, 집단으로 혹은 개인으로서, 유엔헌장, 세계인권선언그리고 국제인권법에서 인정하는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완전히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UN 선주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1조-
Hong’s story
지난 5월, 선주민에 관한 유엔 영구포럼(UNPFII)이 열린 뉴욕. 그곳엔 캄보디아에서 ‘내 집 찾아 삼만리’를 떠나온 한 여성이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홍(Hong)이었습니다.
홍이 살고 있는 곳은 캄보디아 북부에 위치한 동남아시아 최대의 상록림, 프레이 랑. 이 숲은 3600㎢의 면적으로, 그 크기가 제주도의 약 2배에 달합니다. 프레이 랑 숲 인근에서 사는 마을 주민만 35만명, 그 중 20만명은 ‘프레이 랑 숲이 먹여살린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숲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프레이 랑 숲에는 원주민들이 사는데, 그 중 대부분은 쿠이 족입니다. 그들은 토속신앙에 따라 이동 농업을 하며, 이 숲의 산림자원, 곧 송진, 등나무, 포도 등을 채집해 생계를 유지하지요.
“프레이 랑 숲은 원주민의 쉼터 같은 곳이에요. 자유롭고 편리하고 풍요로움이 가득한, 우리가 사는 집 같죠. 또한 우리는 프레이 랑 숲에 완전히 생계를 의존하고 있어요. 프레이 랑이 사라지면 우리도 살 길이 없어요.”
Enforced-eviction in Cambodia
평화롭던 프레이 랑 숲에 퇴거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캄보디아 정부가 ‘경제적토지양여와 채굴 허가’를 내렸을 때부터였습니다. 사실 광물자원이 풍부해 90년대부터 숱한 기업들이 눈독들인 프레이 랑 숲.
국제사회 압박으로 잠시 삼림 벌목 허가가 중단됐었으나, 토지 양허가 된 후부터 매우 합법적으로 대규모 벌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땅을 일구는 과정에서 경관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서 숲의 재성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구요.
혹자는 캄보디아의 개발을 위해 소수에 대한 일시적인 억압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개발을 원하는 주민도 분명 존재 할 수 있구요.
그러나 홍의 입장은 다릅니다.
“회사가 들어오면 우리가 노동자로 일할 수 있을 거라고 했었어요. 그러나 일자리는 고사하고, 반년이 지나도록 숲에서 나무가 벌목돼 나가는 것만 지켜봐야 했죠.”
개발을 원치 않는 원주민 400여명이 CRCK 고무개발회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자 군인과 경찰이 공포탄을 쏘며 저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PNT주식회사의 경우, 항의하러 찾아간 주민들이 허가서를 보여달라고 하자 사람들을 쫓아냈구요.
게다가 양허 계약 대부분이 기밀이고, 영리회사에 양허하는 과정 역시 투명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거나 확인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투자를 한다고 할 때마다 그 지역사회나 주민들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고 상의도 하려 하지 않아요. 마을 대표나 관리 급과만 이야기를 나누면 끝이죠.”
지금도 프레이 랑 숲 경계에서는 사설 경비업체나 경찰이 밤낮으로 길을 막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의 생계터전마저 일방적으로 막아선 것입니다. 혹 어느 한 명이라도 숲으로 들어갈라치면 무기로 위협하기 일쑤입니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미 회사에 땅을 넘겼고 도장을 찍었으니 회사 땅”이란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Link with our life
“분명히 언젠가는 우리를 쫓아낼 거라고 생각해요. 점점 더 깊이 들어오게 되면 결국 다른 지역에서처럼 강제로 마을사람들을 쫓아내게 되겠죠.”
집을 잃고,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고, 대대로 내려오던 전통을 잃은 그녀의 대답은, 지금 한국의 용산 4구역, 재개발로 인한 달동네 주택 철거문제에 대입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우리와 너무도 닮은 이야기, 강제퇴거는 단순히 집만 빼앗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간의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던 관계를 강제로 단절시키는 행위입니다.
Prey Lang, Stay Long
안타깝게도 현재 프레이 랑 숲의 강제퇴거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홍은 지금도 끊임없이 프레이 랑 숲 커뮤니티에서 이를 지키기 위한 탄원과 시위를 조직하고, 숲 순찰대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개발을 하게 되면 잠깐 동안 쓸 수 있는 돈은 생기겠지만, 돈을 다 쓰고 나면 마을 사람들은 이미 땅을 잃은 뒤에요. 그렇게 된 마을을 많이 봤죠. 제가 개발을 원하지 않는 이유예요. 우리 땅을 지켜 내 아이에게, 손자에게, 집 없는 이들에게 전해준다면 행복할 거예요. 숲을 지키고 그 동안 해 왔던 대로 차근차근 생계를 꾸리고 싶어요.”
그들에게 그 숲은 삶이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행복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선주민 포럼에서 주 UN 볼리비아 대사관 사무장 H.E. Javier Loayza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땅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땅에 속하는 것이다’
숲과 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홍과 같은 캄보디아 주민들에게 힘을 더 해주세요!
* 캄보디아 강제퇴거 피해사례 더 보기 감옥에서 아이를 낳아야만 했던 엄마 – 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