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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참여를 위한 공직선거법 훑어보기 : 1강

*아래 내용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박주민 변호사의 강의

‘선거참여를 위한 공직선거법 훑어보기’를 요약한 것입니다.

거짓말 같은 표현의 자유, 선거참여를 위한 공직선거법 훑어보기를 강연 중인 박주민 변호사 ⓒAmnesty International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 공직선거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지난 여러 차례의 선거기간 동안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은 사람들이 많다. 일반시민들이 선거와 관련한 의견표현을 하는 것에 일정수준 제한을 두는 공직선거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 공직선거법을 이해하기 위한 4가지 필수 개념

첫째, ‘누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에는 공무원, 교사,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 19세 미만의 사람이 포함된다.

둘째, ‘어떤 목적으로?’

어떤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을 가지느냐’는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목적과 의도는 추상적인 것이라 판단하는 사람의 해석에 좌지우지 되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 여기서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하느냐,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하느냐, 일반적인 의사표현이냐(이 부분은 법에 명확히 나타나 있지 않다) 이 세 가지 행위 개념으로 나누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셋째, ‘언제?’

선거일 당일, 선거운동기간, 선거일 전 180일, 그 외 기간 이렇게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운동기간 외에는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 및 반대 의견표시만 가능하다. 선거운동기간은 공직선거법 제33조에 따라 대통령 선거는 후보자등록마감일의 다음 날부터 선거일까지,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선거는 후보자등록마감일 후 6일부터 선거일까지이다.

넷째, ‘어떤 행위를?’

우리나라의 경우 ‘하지 못하는 행위’를 나열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확성기 사용 안됨, 띠 두르기 안됨, 반창회 안됨’등의 방식이며, 공직선거법 87조에서 110조까지 후보자 및 유권자들이 조심해야할 조항들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를 통한 선거운동 하면, “제92조(영화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금지)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에는 선거운동을 위하여 저술•연예•연극•영화 또는 사진을 이 법에 규정되지 아니한 방법으로 배부•공연•상연•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는 조항에 따라 유죄가 된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언제, 어떤 행위를’ 이라는 4가지 사항에 대한 공직선거법의 규정사항만 알고 있으면, 선거법에 어긋나는가 아닌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공직선거법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판단 또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재량에 따른 경우가 많아 정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그 한계이다.

 

# 선거의 자유와 공정

선거는 대의민주주의라는 체제를 유지, 운영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유권자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줄 후보자를 찾기 위해,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가 후보자를 자유롭게 비판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후보자에 대한 정책, 투표, 검증을 위한 논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자유선거는 헌법적 가치로 인정되고 있다.

선거가 마냥 자유롭기만해서 아무런 통제도 없고 아무런 감시도 없다면 돈이 있는 사람들은 돈을 마구 쓰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권력을 이용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선거의 공정성도 중요하다.

그래서 선거의 자유와 공정은 선거의 핵심 원칙이다. 하지만 어느 한 가지만 강조하다 보면 다른 한 가지는 제한되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다. 무엇을 더 핵심적으로 볼 것인가는 끊임없는 논의이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돈과 권력을 이용한 부정선거가 만연했던터라 현재까지의 선거법은 공정에 더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12년인 지금도 여전히 농촌, 지방의 경우에는 불공정선거가 팽배하다는 말도 있다. 따라서 선거에 대한 공정성은 아직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맞지만 자유를 축소시키면 오히려 선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선거의 자유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 왜?

후보자들에게는 더 공정하게, 유권자들에게는 더 자유로운 선거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선거의 공정이라는 것을 이유로 사람들의 자유로운 발언과 평가, 정보공유를 못하게 한다면 공정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사람이 후보 A를 비판하면, 후보 A 옹호자가 옹호를 하고, 비판과 옹호가 활발해지면 논리가 없는 말들은 잘려져 나가고 풍부한 대화가 형성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가 정말 내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줄지 선택하고, 지지할 수 있다.

2011년 12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표현 및 선거운동에 대하여는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하여야 한다’고 밝히면서, 선거의 자유와 공정 간의 균형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거의 공정이라는 것의 공익과

그 반대편에는 국민의 기본권이자 주권인 선거의 자유와

국민의 선거 참여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 및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공익이 있다.

따라서 공익 대 기본권과 공익의 구도가 되어 선거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

선거의 공정은 선거 결과가 공정하기 위한 목적인 것인데, 선거 과정에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오히려 공정한 선거를 막는 길이다.

 

# 선거운동의 두 가지 측면

당선되기 위한 후보자들끼리의 경쟁이자,

유권자들이 선거라는 공간을 위해서 표를 미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게 만들고,

정치를 못한 사람들을 비판하고, 이야기를 하는 측면이 공존한다.

즉, 후보자들의 선거이자 유권자들의 선거 주체에 따라 법이 적용되어야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은, 후보자와 유권자 주체를 모두 합쳐서 하고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후보자들이 잘 보이기 위해 금품을 주는 금권선거, 표를 얻기 위해 권력을 이용하는 부정선거는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비판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다. 공정선거는 후보자들의 경쟁에서 더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서는 그 대상을 ‘누구든지’로 둔다.

따라서 법해석을 할 때는 후보자들에게는 더 엄격하게, 유권자들에게는 덜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미국, 독일, 영국 같은 나라들은 국민들의 선거에 대한 의사표현에 있어 아무런 제재가 없다. 유별나게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구체적이고 세세한 선거관련 금지조항들이 있다. 이 금지조항들은 후보자에게만 해당하는 경우가 많고,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역할을 한다. 선거권은 국민의 주권이다. 주권은 단순한 기본권이 아니라 주권이기 때문에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처벌한 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루소는 영국의 대의제 민주주의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국의 인민들은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회의 의원을 선거하는 기간일 뿐이다.

선거가 끝나는 순간부터 그들은 다시 노예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거일 조차도 국민이 주인이 되지 못한다.

 

# 현행 공직선거법의 문제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현행 공직선거법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1. 자의적인 법 해석과 집행을 초래하는 불명확하고 애매모호한 규정

선거운동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운동을 구분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사실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예를 들면, 실제로 18대 총선 때 인터넷에 선거와 관련 글을 100회 게재한 사람을 두고도, 3회 게재한 사람이 체포되는 등 기소 처분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2. 정치적 표현에 대한 광범위한 금지

최근 표현의 자유를 가장 제약하는 법 중 공직선거법을 들 수 있다. 왜냐하면 공직선거법의 ‘언제’ 조건 때문에 광범위한 제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미FTA가 너무 좋다’는 의사표명을 하기 위해 선거기간이 아닌 그 외 기간에 썼다면 처벌될 수 있을까? 답은 ‘처벌할 수 있다’이다. ‘한미FTA가 너무 좋다’는 것은 한미FTA를 추진한 당을 지지하는 것이 되고, 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선거에 관련된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사전선거운동’으로 취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사람이 11개월 전에 ‘OO는 떨어지고 XX는 붙으면 좋겠다’는 글을 인터넷 상에 남겼다가 기소된 사례가 있다. 거론한 사람 중 몇 사람은 공천을 받지 못해 후보조차 되지 못했지만 사전선거운동으로 처벌받았다.

이처럼 공직선거법은 광범위하게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선거가 일년에 두 번 있기도 하기 때문에 거의 1년 365일 조심해야 한다. 선거가 한참 남은 시점에 한 정치적 발언이더라도 후에 그 사안이 쟁점이 되면, 사전선거운동으로 처벌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일상적인 정치에 대한 비판이 위축될 수 있다.

3. 정당한 비판과 의혹제기를 가로막는 후보자비방죄와 허위사실공표죄

비판과 비방을 구분하는 잣대가 정확하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실이 적시되어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상당히 공격적이고 악의적이어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또는 알권리를 감안하더라도 사회 통념상 평균인이 참기 어려윤 정도인 때에는 후보자 비방에 해당한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 UCC물에 대한 운용기준”, 2007.1.)고 한다. 즉, 사실을 얘기하더라도 세게 이야기 하면 비방이라는 말이다. 이 규정 때문에 정치를 못하는 사람에 대한 비판을 하지 못하게 된다.

실제 한 예로, 의혹을 제기한 사람에게 그것을 허위사실유포로 유죄판결한 사실이 있다. 의혹은 100%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과학도 가설과 반증을 통해서 학문이 발전해 온 것인데 말이다. 2005년 제주대 기상학과 교수님이 앞으로 1년에 2개 정도 슈퍼 태풍이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후로 슈퍼태풍은 안 왔다. 그럼 이 교수를 허위사실유포죄로 처벌해야 할까? 황우석 교수가 줄기세포 발견으로 국가적 영웅으로 떠오르던 때, 처음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은 네티즌이다. 그들이 100% 진실만 얘기할 수 있었다면 의혹을 제기하지 못했을 것이고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실을 찾아내지 못했을 수 있다.

4.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선거의 기능과 의미를 훼손시키는 선거법

유권자의 행위를 지나치게 규제하면, 통치권력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라는 선거의 의미가 상실된다. 유권자가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선거가 단지 후보자들의 쇼가 될 것이고, 진정한 주권행사라고 볼 수 없다.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막는 사례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선거에 가까워 질수록 표현의 자유가 더 확대되어야 하는데,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위축되고 있다. 무상급식운동은 사실 10여년 동안 진행되어 왔던 것. 그러나 선거 때 주요 쟁점이 되더니 운동을 못하게 되었다. 투표시간연장도 최근 새누리당이 선거운동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왜냐면, 이 운동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에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원칙적으로 자유로워졌다. 다만, 후보자 비방죄나 허위사실유포죄는 여전히 유효하며,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세게’ 표현한다면, 선거관리위원회의 재량에 따라 선거법 위반으로 처리될 수 있는 상황이다.

 

# 공직선거법의 구체적인 개정방향 중 눈여겨 볼 부분

미성년자 선거운동 제한 규정 및 외국인 선거권자의 선거운동 제한 규정 삭제(제60조 제1항)

세금납부, 경찰, 군입대는 17세부터 가능하다. 하지만 투표는 19세부터이다. 투표가 19세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정당가입, 주민투표, 주민발의, 선거운동도 19세부터 할 수 있다. 주민투표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가능하지만 19세 미만은 안 된다. 왜냐하면 학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 18세 국민 중 많은 수가 이미 취업을 통한 경제활동 중이거나 취업 준비 중이고, 전체 18세 국민 중 30% 정도만 대학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폐지(제82조 제6항)

정보통신망법상 실명제는 위헌으로 판결되었지만 공직선거법 내에서는 실명제가 아직 존재하고 있다. 즉 인터넷 상에서 선거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실명인증이 필요하여,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 익명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권력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한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핵심에 해당한다.

투표율 제고를 위한 조치(제148조, 제155조 제1항, 제2항, 제5항, 제230조 제1항)

부재자 투표 설치 요건을 완화하여 부재자 투표 예상자가 500인 이상이면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 선거인의 투표권 행사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하여 투표 마감 시간을 오후 9시로 연장하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위한 투표 독려가 아닌 일반적인 투표독려를 허용해야 한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선관위 자료 제출 요구권 폐지(제272조의3)

정보통신사업법에서는 정부가 포털사이트에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할 때 사업자가 판단하여 개인정보 및 자료 전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공직선거법안에서는 무조건 응해야만 한다. 작년까지 만해도 기소 무렵이나 후에 압수수색 사실을 알려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인터넷이 평화롭고 자유로운 공간으로 보이지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빅브라더처럼 여러분들의 생각, 글들은 이미 그들이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선관위가 요구하면 개인 정보 및 관련 자료들을 주어야만 하는 조항들은 폐지되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선거기간에만 제약을 주는 법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상시적으로 국민의 표현, 생각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법이다. 또 선거의 공정만을 추구하고자 하는 법이자, 권력에 대한 비판을 속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무서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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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호 앰네스티인에 실린 박주민 변호사 칼럼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키운다>

▶ 앰네스티 인권이슈과정 ‘거짓말 같은 표현의 자유와 인사하기’,

다음주 목요일에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님과

『진실유포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강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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