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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가 필요한 정의 : 영화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초등학생 때였을 거다. ‘세일러 문’은 그 당시 내 또래 여자 친구들에게 단연 인기 있었던 만화영화였다. ‘세일러 문’에 빙의해 친구들을 향해 외치던 그 말 “널,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

<7번방의 선물>에서 용구 아빠는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되지 못한다, 아니 그 정의에는 용서란 항목이 없다. 허위로 조작된 진술서와 허점이 많은 증거들을 앞세워 지체장애인 사형수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졌고 며칠 뒤 집행되었다. 누명을 썼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에 교도소 안 죄수들은 탄원서를 작성했으나 국선변호사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거절해버린다. 딸을 잃은 슬픔으로 경찰청장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이 모든 사실을 은폐하고 사형 선고에서 집행까지의 시간을 단축해 버렸다.

경찰들은 지체장애인인 이용구에게 하나 밖에 없는 딸에게 보내주겠다는 거짓으로 진술서를 받아내고 법정에 서기 전 경찰청장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용해 이용구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용구는 딸을 위해 모든 누명을 쓴 채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7번방의 선물>은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너무나 따뜻하고 동화 같은 영화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영화는 조목조목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형제도도 함께 말이다.

2011년 9월 21일 미국에서 트로이 데이비스(Troy Davis)의 사형이 집행되었다. 트로이 데이비스는 1989년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당시 비번이었던 마크 앨렌 맥필 경관을 살해한 혐의로 1991년 사형을 선고 받았다. 이 사형선고는 목격자들의 증언에 기반을 두었는데, 1991년 트로이 데이비스의 재판 이후 9명 중 7명의 목격자들이 그들의 증언을 번복하거나 철회했고 일부는 경찰의 강압에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경관을 살해했다는 물리적 증거와 살해 도구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의 사형 집행은 결국 이루어졌다.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 하겠습니다”

모든 사형수가 이렇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가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전 세계 사형제도가 존치하는 국가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임은 분명하다. 업무의 편의를 위해 개개인의 사정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고 거짓 자백을 요구하는 부조리한 모습,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 무고한 사람을 궁지로 몰아 넣어버리는 모습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과연 ‘국가’가 ‘개인’에게 내리는 결정(사형 또는 중대한 처벌)은 매우 이성적이며 합리적일까. 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람’이며 그렇기에 이와 같은 실수와 모순들이 다분할 수 있는데 우리는 보이지도 않는 국가의 실체에 의존해 불필요한 제도에 매달려 있지는 않을까 하는… 법 앞에서, 권력 앞에서 개인은 한 없이 작아짐을 영화는 보여준다. 지체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얻었던 부조리함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 놓인 우리의 이야기다.

현재 우리나라의 확정 사형수는 총 61명. 또 다른 이용구, 또 다른 트로이 데이비스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더 볼 수 있는 자료들

 

사형제도폐지 : 앰네스티 캠페인

사형폐지 근거 모아보기

사형수로부터 얻은 교훈 : TED

올드독의 인권 노트 : 사형폐지

TED 강연으로 듣는 사형제도의 불공정과 허점 : 우리는 불공평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합니다

들숨날숨, 인권과 호흡하기 – 2강. 생명권과 사형제도

돌로 쳐 죽여 마땅한 비루한 그 이름, 女子.

나는 사형제도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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