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편지쓰는 인권마을, 고양’ 행사를 마치며
마을에서 인권을 이야기하고 편지를 쓰자
김 지 영
편지를 쓴다는 건 편지를 받는 누군가를 깊이 생각해보는 고요한 사색의 시간이 되기도 하며 편지를 보냄으로서 나의 에너지를 상대에게 전하는 진중한 행동이기도 하다. 이런 개인의 편지도 사회적 불평등, 정의와 만나면 집단의 편지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탄원편지가 된다는 것을 앰네스티 편지쓰기마라톤 행사 3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2011년 고양지역에서는 동녘교회를 중심으로 활동이 시작되었다. 첫해에는 교회구성원과 지인들이 함께 만나는 장으로 진행되어 동녘꿈터라는 청소년문화공간에서 80명이 참여하여 편지를 쓰고 음악회를 열어 ‘편지쓰는밤(letter night) 행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교회와 연합해 친교를 맺는 인천과 안산지역 교회와 연대하여 편지쓰기마라톤을 개최하였다. 허나 2013년 올해에는 좀 달랐다.
겨자씨 한 알이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편지 쓰는 인권마을을 만들어봐야겠다는 틀이 2년간의 활동을 기반으로 정리가 되었다. 겨자씨 한 알이 무성한 나무가 되듯이 동녘인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마을에서 겨자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편지쓰기를 하면 편지 쓰는 밤의 단일행사보다 더 많은 기적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점을 생각했다. 이 안이 구현되기까지 시기와 장소는 다른 3곳의 사람들이 이미지로 떠올라 그분들 덕분에 편지 쓰는 인권마을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① 첫째는 동녘교회 목사님과 교인들 덕분이었다. 매주 나오는 교인은 30명 정도로 작지만 내용과 마인드가 풍성해 사회가치를 지향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문턱이 낮은 교회였다. 동녘인 개개인이 자기 삶의 현장에서 배움을 실천해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곳이라 이 활동이 열리는 시작이 되었다. ② 둘째는 7년 전 영국 맥클리스필드(macclesfield)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이었다. 공정무역마을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주민모임과 앰네스티 마을모임에서 황대권선생(‘야생초편지’의저자)을 도왔던 사람들을 만나며 받은 감동이 마을모임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 주는 계기였다. ③ 세째는 서울시가 앰네스티와 함께 진행하겠다는 소식을 통해 서울시장의 적극적인 연대가 아름다운 감동이었고 전국적인 모델을 만드는 좋은 사례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마을에서 인권을 이야기하고 편지를 쓰자!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편지 쓰는 인권 마을, 고양’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참가그룹들에게 편지쓰기마라톤 행사를 알려 워크샵을 개최하였다. 고양지역은 편지 쓰는 마을을 위해 풀뿌리차원에서 시민들을 만나 인권을 이야기하는 장으로 학교에서, 직장에서, 도서관에서, 마을모임에서 각자 생활하는 일상에서 12월을 인권편지이야기로 장식하자고 제안했다. 총 900부가 보급되었는데 동녘교회를 시작으로 고양지역 작은 도서관 8곳, ICOOP생협 2곳과 두레생협,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PCH), 대곡초등학교, 고양교육희망네트워크, 어린이모임 등에서 진행되었다.
작은도서관의 경우 도서관을 방문하는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참여하여 진행되었고 대곡초등학교의 경우 6학년 사회수업시간에 학부모 참여수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는데 40분간 참여해본 어떤 남학생은 시간을 더 필요로 한다며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가장 안타까운 사례라며 친구들끼리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ICOOP덕양햇살생협 청소년모임에서는 보드게임을 함께 진행하며 2시간 행사를 진행하였다.
행사를 마치며
처음 지역사회로 확산한 일인데 900명이 참여했다. 앞으로 이 일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게 해준 노둣돌처럼, 편지쓰기마라톤 42.195km의 기나긴 행로에 우리의 편지가 기적의 힘을 발휘해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비상식적인 인권침해가 근절될 수 있는 희망의 다리가 될 것이다. 그 희망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고양사람들로부터 얻는 것이고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희망이 될 것이다. 행사를 곳곳에서 진행하며 함께한 분들과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한국의 인권침해 사례들이 언급된다. 우리나라 정부에게도 희망의 편지, 기적의 편지를 쓰고 싶다. 이번 활동을 잘 마무리하기까지 동녘인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행사 곳곳을 다니며 인권이야기를 맛깔나게 말씀해주신 김경환 목사님과 고양시작은도서관협의회를 잘 만나게 열어주신 최향숙 대표에게 감사드린다. 우리가족과 동녘에게 있어 한해의 마지막 12월은 편지쓰기마라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내년에는 다른 마을로 편지쓰기마라톤이 더욱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