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는 오늘 성과 재생산의 권리에 대한 My Body My Rights 캠페인을 시작하며
3월 한 달간, 매주 목요일 My Body My Rights를 주제로 한 글을 블로그를 통해 공개합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각색한 한국의 사례입니다. 바로 한국에서 소위 ‘밑이 빠졌다’는 말로 표현되는 자궁탈출증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헬스조선의 기사(2011년 3월 22일 자)에 따르면, 한국 여성 중 30%가 출산으로 인해 골반저 질환(자궁탈출증을 포함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20대 이상 여성 3명 중 1명꼴로 젊은 여성에게서도 자궁탈출증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현행법보다 ‘눈치법’이 우선한다는 직장 여성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 질병이 단순히 ‘나이 듦’이 문제인지는 의구심이 듭니다.
오늘 함께 살펴보려는 이야기는, 자궁탈출증으로 고통받는 서른 살 코필라의 사례입니다. 네팔의 자궁탈출증 문제는 단순한 의학인 사실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가 만들어내는 현상입니다. 네팔의 농촌 지역에서는 많은 여성이 어린 나이에 결혼할 것을 강요받고 있으며, 50만 명 이상이 계속되는 임신과 고된 노동 탓에 자궁탈출증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만신창이가 되어야 했던 여성의 몸을 인지하고 강요된 침묵을 깨뜨려,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고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침묵을 깨뜨리는 일,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시작해주세요!

네팔 정부는 성차별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어, 수많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 상황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 Amnesty International
아이를 낳고 12일 후, 도끼로 장작을 패는 중이었어요.
남편이 물을 가져오라 했고 말다툼으로 이어졌죠. 남편이 절 심하게 구타했어요.
자궁이 흘러나온 게 장작을 패던 중이었는지, 남편에게 맞은 뒤였는지는 모르겠어요.
등과 배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똑바로 서거나, 앉지도 못했고, 일을 할 수도 없었어요.
재채기를 하는 순간, 자궁이 빠져 나왔어요.
(남편이 없을때 남동생에게 부탁해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증상을 보였더니 의사가 자궁을 다시 안으로 밀어 넣었어요. 의사는 자궁이 다시 흘러나오면 페서리(pessary:질 내부에 삽입해 자궁을 지탱하는 고리 모양의 기구)를 삽입할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휴식을 취하라고 했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어요.
이후에 자궁이 또 흘러나왔을 때는 병원에 가지도 않았어요.
코필라가 지난 2013년 4월 국제앰네스티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이야기입니다.
코필라가 겨우 24살이었던 당시, 넷째 아이를 출산한 직후 자궁탈출증이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올해 30세가 된 코필라는 이로 인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아이 넷을 키웠고, 밭일을 하고 가축을 돌보며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했습니다. 임신 중에도 마찬가지로 이처럼 무거운 장작더미나 건초, 가축 배설물을 옮기는 등의 노동을 일상적으로 해왔습니다.
코필라는 자신의 신체나 건강에 대해 거의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합니다.
남편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했으며, 이를 거부하면 구타를 일삼았습니다.
넷째 아이를 낳은 뒤 다시 임신을 하게 됐을때는 남편이 낙태를 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충분한 영양섭취가 필요하지만, 코필라는 아이와 남편이 식사를 마친 뒤에야 가장 마지막으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코필라가 아플 때면 의사에게 보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녀의 남편입니다.
한번은 다른 증상 때문에 남편 몰래 병원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남편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코필라를 무자비하게 폭행했습니다. 코필라는 다시 병원에 가기가 너무나 두렵다고 말합니다.
네팔 여성은 대부분 젊은 나이에 자궁탈출증 발병 확률이 높은데, 일상 생활 속에서의 성차별로 인해 다양한 발병 위험 요소에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차별은 피임을 비롯해 여성이 성과 재생산에 대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제한합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조혼을 거부하기 어렵고, 출산 전에 관리를 충분히 받거나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또한 부부강간 등 가정폭력의 위험에 처하게 되기도 합니다.
자궁탈출증 환자들은 이들이 요구받는 심한 육체적 노동이나 성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더욱 심한 차별과 성폭력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네팔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남성에 비해 여성의 문맹 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5세 이하의 여자 어린이가 남자 어린이보다 빈혈 발생률이 높았으며, 대부분의 여성이 집이나 땅, 그 외 가족 자산을 보유하지 못해 가족과 공동체 내에서 의사결정권이 거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다른 정부차원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은 보통 신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음에도 이 역시 아주 높은 수준입니다.
계급, 민족, 종교, 나이, 장애, 성적 성향, 성적 정체성 등의 여러 정체성 측면이 성차별과 결합해 다양한 집단의 여성들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때로는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