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리뷰

우리 모두 앰네스티 조사관이 된다면

바쁜게 좋은거라고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더라도, 그 바쁜 일들 때문에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못하고 있다면, 과연 그건 잘 지낸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소진 되기만 하는 것 같은 일상을 채우고, 다시 ‘주’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나는 앰네스티에서 준비하는 다양한 행사와 강의에 참여하곤 한다.  내가 관심 있는 인권 분야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직접 참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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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nesty International

이런 의미에서, 지난 10월 22일에 있었던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의 초청강연은 나에게 굉장한 힐링과 기쁨을 주는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무이코 조사관은 딱딱하고 이론적인 이야기 보다는 정말 ‘리얼한’ 현장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다. 조사관이라는 업무 특성상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잦은데, 특히 전투경찰 2명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2008년 광화문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내용에 대한 반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때,  무이코 조사관은 시위대를 둘러싸고 있던 전경들 중 두 명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들에게 ‘당신 이름은 밝히지 않을테니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솔직하게 이야기 해달라’ 고 했으나 첫 번째로 만난 전투경찰은 상사가 시킨듯한 내용의 뻔한 대답을 했다.’우리는 폭력을 행하고 않고, 민주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시위대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있다. 라고 말이다. 하지만 두 번째에 만난 전투경찰은 전혀 다르게 대답을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것과 자신이 속한 곳에서 경험했던 일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 준 것이다. 사실 무이코 조사관은 두 번째 전투경찰도 뻔한 답변을 할거라고 생각 했었는데, 예상 외로 솔직하게 답변을 해주어서 놀랐다고 한다. 게다가 그는 “앰네스티에서 조사관이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도 전했다고 한다.

무이코 조사관이 <이윤을 위해 착취당하고,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홍콩의 인도네시아 가사이주노동자> 보고서를 작성하던 때, 홍콩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이주가사노동자들과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홍콩에 있는 빅토리아 공원은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들이 여가 시간에 자주 가는 곳이라고 한다. 그들과 함께 이 공원을 방문한 무이코 조사관은 그 날만큼은 무거운 주제를 얘기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일부러 화장하는 방법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화 도중, 한 인도네시아 여성이 ‘어떻게 하면 얼굴을 하얗게 할 수 있지요?’ 라고 물어봤고, 그녀의 질문에 무이코 조사관은 ‘왜 하얀 피부를 원해요, 이미 당신은 정말 아름다운 피부를 가지고 있어요.’ 라고 답했다고 한다. 단순한 질문 같지만 이 질문 하나에, 그녀들의 억압된 상황과 현실이 들어있었다. 홍콩에서 일 하는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들은 ‘못생겼다’, ‘왜 이렇게 얼굴이 까맣냐’ 등의 언어폭력을 많이 당한다고 한다. 늘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환경 속에서 그녀들의 자존감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대화는 단순히 ‘화장하는 법’에 대한게 아니었어요.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들도 자아를 가진 하나의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그녀들도 아름답고 싶은 평범한 여성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이코 조사관은 위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예처럼,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예상치 못한 특별한 인터뷰가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

노마강무이코 조사관 강연 모습 © 장해희

이번 강연을 통해 나는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이라는 직업이 어쩌면 우리가 모두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직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조사관이라는 것이 결코 쉬운 직업이라는 것은 아니다.) ‘인권침해’는 사람들의 관심이 적고, 힘이 약한 곳에서부터 생겨난다. 만약 우리 모두가 한 명 한 명의 작은 조사관들이 된다면 어떨까? 내 주변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고개를 둘러보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눠보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에 대한’ 관심망’을 촘촘하게 유지하고 있다면 그 어떠한 보고서보다도 사회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강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서 어떻게 하면 그 ‘관심망’을 만들 수 있을지 새로운 생각거리가 함께 생겼다.

좋은 강연을 만들어주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그리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어주신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께 감사드린다.

 

글: 장해희 후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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