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이면 펜으로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961년 포르투갈에서 자유를 외치며 건배하던 대학생들이 수감됐고, 영국의 피터 베넨슨은 이 같은 인권유린에 항의편지를 보내자는 글을 신문에 기고하면서 국제앰네스티의 ‘편지 한 통의 기적’이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2003년 폴란드지부 회원들이 12월10일 세계인권의날에 ‘편지쓰기 마라톤’을 제안했고, 지난 해 140개국 230만 건의 탄원서명과 편지가 모아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인권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여기, 대한민국에서도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의 마라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는 마포구 어린이집의 여자보다 강한 ‘엄마’들의 이야기입니다.
11월 28일 겨울 비 내리는 저녁, 마포구에 위치한 보내고 싶은 어린이집에 엄마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아이들 키우느라 수다 떨 시간도 없었던 엄마를 위한 날, 이름하여 “트레이닝복 파티”가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편안한 복장으로 둘러앉아, 손바느질 인형도 만들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엄마로, 여자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날,엄마들은 일년에 몇 번 없는 귀하디 귀한 자유시간에 기적을 만드는데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펜으로!
내가 그 맘 알지! 이심전심(以心傳心)
이날 국제앰네스티의 “편지 한 통의 기적”에 참여한 엄마들이 가장 관심 있게 참여한 사례는 역시나 기초적인 산전진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죽음의 위기에 처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음콘도 산모들” 사례였습니다. 임신을 한 것 만으로도 힘겨운데 진료소에 가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수 킬로미터를 걸어가야 한다는 설명에 “에고 발이 퉁퉁 붓겠다”며 걱정 하고, 진료소에 도착해도 제대로 된 진료도 받지 못하고 방치된다는 이야기에 분개하기도 했습니다.
임신이 얼마나 큰 축복인데..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니 말도 안돼!”
참석한 분들 모두 열 달 동안 뱃속에 아이를 품고, 힘겨운 출산을 거쳐 소중한 아이를 기르고 있는 엄마이기에 산전진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남아공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인권침해를 떠올리며 쓴 엄마들의 편지에는 진심 어린 걱정과 바람이 담겨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인권이란?
편지쓰기를 마치며 ‘당신이 생각하는 인권이란’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평소에는 생각조차 하기 힘든 ‘인권’이라는 단어, 엄마들은 어떻게 정의했을까요?
“인권은 식욕만큼 기본적이다.”
“인권은 싸워서 얻는 것 이다.”
“인권은 관심 이다.”
“인권은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인정받는 것 이다.”
엄마는 세상 누구보다 강하다고 합니다. 아이를 위해 매일매일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 그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죠. 오늘은 아이를 안아주는 대신, 펜을 들고 누군가의 인권을 위해 편지를 쓴 엄마는 더 강해 보였습니다. 평등, 권리 등 늘 들어왔던 단어 말고도 참신하고 새로운, 그러나 인권의 기본가치가 잘 녹아있는 표현들이 귀에 쏙 박혔습니다. 아마 실제 인권 침해 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편지를 쓴 뒤에 생각했기에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았을까요?
지구 반대편의 한국 엄마들의 강력한 응원을 받은 음콘도의 예비 엄마들도 뱃속의 아이와 함께 환하게 웃게 될 겁니다. 편지가 모이고 모여 기적을 만들어 줄 거니까요!
지금, 편지 한 통의기적 만들기에 동참하세요. >> 음콘도 탄원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