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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상 ‘추행’죄. 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에 규정하고 있는 범죄이다.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처벌한다. 2013년 개정 전에는 “계간이나 그 밖의 추행”이라고 표현했었다. 그래서 보통 ‘계간죄’라고 불렸었다. ‘계간’은 남성 간 성행위를 비하하여 이르는 말이다.
‘추행’에 굳이 따옴표를 친 이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추행의 의미와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추행은 성추행, 즉 성폭력이라고 인식된다. 그러나 이 법률조항이 말하는 ‘추행’은 성폭력이 아니다. 말 그대로 ‘추한 행위’의 줄임말이다. 미국 군사법(전시법)의 ‘소도미’ 조항을 옮겨온 것이다. 성경의 ‘소돔’에서 가져온 이 소도미 처벌조항은 ‘반자연적 성행위’, 특히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동성애 범죄화 법이다. 결국 이 조항은 동성애를 ‘추하다’라고 하며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군법에 이런 조항이 있다는 것은 한국 군대가 호모포비아를 제도화하고 있는 점을 보여준다. 군인의 동성애는 군인의 이성애와 달리 형사처벌로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된다. 법원은 이 조항을 적용하면서 ‘이른바 군대가정의 성적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거나, ‘동성애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한다’고 판시하거나, ‘비정상적 성적 교섭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동성애는 군기(심지어 군대 “가정”의 성적 건강)를 해치는 것이고, “객관적으로” 혐오스러운 것이며, 심지어 부도덕하고 비정상적인 것이 된다. 이 법률은 이렇게 호모포비아의 제도적 체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조항은 동성애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적용된다.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병사의 사소한 움직임도 ‘추행’의 의심을 받고, 언제라도 ‘추행’을 벌일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가 된다. 이성애자 선임과 상호 간에 성적 접촉을 하였더라도 동성애자만이 군 수사기관의 표적이 되고, 이성애자 상관에게 성폭력을 당하더라도 그것은 성행위가 아니었느냐면서 성폭력 피해자가 처벌의 대상이 된다. 국방부는 동성 간 성행위만을 처벌하는 것이므로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조항이 아니라고 애써 주장하지만, 이미 동성애를 차별적으로 보면서 차별하지 않는다는 모순일 뿐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연대
지난 7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이 군형법상 ‘추행’죄가 합헌이라고 선언했다. 2002년, 2011년에 이은 세 번째 합헌 결정이다. 헌법재판소에 요청한 것은 이것이었다. 동성애를 ‘추하다’고하 하면서 처벌하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세 번에 걸쳐 앵무새 같은 판단을 반복했다. 동성애를 추한 것이므로 처벌하는 것이 합헌적이라고.
헌법소송은 그 법률의 바깥에서, 헌법의 이름으로 이 조항의 의미를 살피는 재판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법률의 안에 머무르면서 이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군기를 해치는 추한 동성애’는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결정의 전제이다. 동성애에 대한 차별적 접근 자체가 정당화되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헌재의 대답은 동성애는 부도덕한 것이므로 처벌할 수 있다는 동어반복의 도돌이표다. 헌법은 동성애에 대한 공포와 혐오, 호모포비아 앞에서 길을 잃는다.
군형법상 ‘추행’죄의 존재는 상징적이다. 이렇게 헌법과 법률의 이름으로 호모포비아를 정당하다고 할 때, 차별금지법은, 동성혼은, 또 다른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제도적 보장은 가로막히기 쉽다. 이렇게 이 조항은 동성애자 군인의 인권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의 시민권을 부정한다. 그래서 결국 한국사회의 평등에 대한 가치와 감각을 훼손한다. 군형법상 ‘추행’죄의 폐지가 중요하고 시급하며, 우리 모두의 문제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