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앰네스티, 프랑스에 표현의 자유 보호할 것 촉구
앰네스티는 프랑스 국회가 올해 10월 12일에 채택한 법안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한다. 이 법안은 1915년에 오스만 제국에서 벌어진 아르메니아인 대량학살이 ‘집단살해범죄’임을 부인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게끔 되어있다.
앰네스티가 우려하는 것은 이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이다. 법안이 실효를 발휘하게 되면 위반자들은 약 5년간의 징역을 선고받고 45000유로(약 5410만원) 상당의 벌금을 내야한다. 앰네스티는 프랑스 입법부와 대통령에게 법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규정은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의 보호를 위한 유럽협약(이하 ECHR: European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제10항과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ICCPR: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제19항에 명기되어있다. 프랑스는 두 협약 모두 가입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는 사법권 내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관리할 책임이 있다.
국제 인권조약은 각 나라의 정부가 예외적인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제할 수 있게 허용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ECHR 제 10(2)항, ICCPR 제 19(3)항에 언급되어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 억제’란 반드시 법에서 규정하는 상황에서만 적용되며, ‘민주주의’ 이념과 부합하는 것이라야 한다. 즉, “타인의 명예와 권리 존중”, “국가 안보와 공공질서 추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인권법에 걸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앰네스티는 이 법안의 내용이 인권조약에서 규정하는 ‘예외적인 상황’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또한 법안이 막연한 용어로 표현되어있어 확대 해석의 여지를 보인다는 점을 우려했다. 만약 1948년에 채택된 ‘집단살해범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Convention for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이 1915년에도 효력이 있었다면 당시 벌어진 대량학살은 범죄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평화적 시위조차 위법 행위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실효를 발휘하게 되면 자신의 의사와 주장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감옥에 가는 양심수들이 늘게 될 것이다.
더하자면 앰네스티는 법안이 국가․인종․종교적 증오를 부추기는 행동을 금지하는 ICCPR 제20항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법안은 ‘유대인 학살’ 부인 행위를 금지하는, 프랑스에서 이미 제정된 법(Loi no 90-615 du 13 juillet 1990 tendant à réprimer tout acte raciste, antisémite ou xenophobe)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 법의 위반 대상은 국제군사재판에서 이미 인권 범죄로 판정된 유대인 학살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이다. 즉, 나치는 유대인을 학살한 적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이번에 프랑스 국회에서 채택한 법안은 아르메니아인 대량학살이 과연 ‘계획적 살해’였는지에 관해 의견을 말하는 것조차 범죄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는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합법적인 권리’이지, 실제로 살해범죄가 일어났는가의 여부, 즉 사실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