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 부정부패, 혐오 발언이 만연했다. 인권 측면에서 많이 부족했던 한 해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유의미한 승리 또한 있었다. 전 세계 인권 옹호자들이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일어나 싸웠다.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일군 놀라운 도약을 되짚어본다.
1월
2018년 5월, 아일랜드에서는 여성 인권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국민 투표가 있었다. 이 투표에 따라 2019년 1월 마침내 아일랜드 여성들에게 합법적 인공임신중절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게 되었다. 국제앰네스티를 포함한 수많은 운동가가 아일랜드 내 인공임신중절 논쟁을 공론화하고자 수년간 헌신한 결과였다. 이로써 인공임신중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더 보호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19년 하반기에 북아일랜드에서 이뤄낸 고무적인 성과의 토대가 되었다.

옆을 바라보고 있는 훌리안 카리요
2018년 10월, 환경운동가 훌리안 카리요Julián Carrillo가 살해당해 세상을 떠났다. 국제앰네스티는 그의 죽음을 기리며 보고서 <총탄과 무관심 속에 갇히다>Caught between bullets and neglect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환경운동가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멕시코 정부의 실태를 알리고 있다. 보고서가 발표된 지 몇 시간 만에 훌리안의 살해 용의자 2명이 체포되었다. 앰네스티가 정의구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앙골라 국회에서는 동성 간 성관계를 범죄화하는 것으로 폭넓게 해석되어온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또한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적 지향을 근거로 한 차별을 범죄화했다. 2019년에 이런 행보를 보여준 국가는 앙골라가 최초였다.
2월
난민 축구선수 하킴 알 아라이비Hakeem al-Araibi는 태국에서 76일간 구금된 끝에 2월 12일 호주 멜버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바레인에서 태어난 하킴은 2018년 11월 27일 태국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구금되었다. 인터폴이 잘못 발행한 적색수배 때문이었다. 평화적으로 바레인 정부를 비판하던 축구선수 하킴의 석방을 위해, 국제앰네스티와 여러 단체가 캠페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SaveHakeem 운동으로 발전해 3개 대륙으로 확산되었다. 캠페인에는 축구선수, 올림픽 스타, 유명인 등이 참여했고 결국 165,000명 이상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스라 알 그홈그함Israa al-Ghomgham은 평화적 시위 참여 관련 혐의로 기소되어 사형이 구형되었다. 국제적인 관심이 이어지고 앰네스티의 캠페인 활동이 계속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사형 구형을 취소했다. 이스라 알 그홈그함은 여전히 징역형을 선고받을 위험에 처해 있으며, 앰네스티는 이스라가 무조건적으로 즉각 석방될 수 있도록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다.
3월

확성기를 들고 있는 비탈리나 코발
우크라이나 서부 우즈고로드에서는 인권 옹호자 비탈리나 코발Vitalina Koval이 이끄는 세계 여성의 날 집회가 이례적으로 경찰의 보호 아래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수년간 경찰은 코발이 주최한 유사한 집회를 극우 단체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실패해왔다. 이를 돌이켜봤을 때, 이번 변화는 지역 내 아주 큰 변화였다.
국제앰네스티의 조사 보고서 <소말리아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비밀 전쟁: 로워 샤벨 지역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The Hidden US War in Somalia: Civilian Casualties from Air Strikes in Lower Shabelle가 발표된 후, 미국 아프리카 사령부AFRICOM는 미군의 공습으로 소말리아에서 민간인 사망자 또는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최초로 인정했다. 이 보고서는 미군 공습 사례에 대해 조사와 검토를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소말리아에서 일어난 다수의 공습으로 더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음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미군의 군사 문서를 공개한 것이었다.

아들과 집 뒷뜰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굴자르 두이세노바
여성 인권 옹호자 굴자르 두이세노바Gulzar Duishenova는 자신의 조국 키르기스스탄에서 수년간 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3월 키르기스스탄은 마침내 장애인 권리 협약에 서명했다. 수년간 장애인 인권을 위해 싸워온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국제앰네스티 지지자들은 그에게 25만 건에 가까운 지지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4월
터키 행정 항소법원은 터키 앙카라에서 열리는 모든 LGBTI 행사들에 대한 금지령을 해제했다. 사랑이 승리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순간이었다. 국제앰네스티 유럽 캠페인 부서장 포티스 필리포Fotis Filippou는 “오늘은 터키의 모든 LGBTI에게 기념비적인 날이며, LGBTI 인권 옹호자들에게는 큰 승리의 날이다. 다시 한번, 사랑이 이겼다” 라고 전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은 세계 최대 석유 회사인 쉘Shell을 상대로 투쟁을 벌인 에스더 키오벨Esther Kiobe 과 3명의 여성을 지지하며 임시법안을 발의했다. 에스더 키오벨은 자신의 남편이 나이지리아에서 임의적 사형을 선고받은 배후에 쉘의 개입이 있었음을 주장하며 20년 이상 사건을 추적해왔다. 국제앰네스티는 키오벨을 지지하는 연대 메시지 3만 건을 보내며 헤이그에서 진행된 키오벨과 쉘의 공방을 지지했다. 그리고 10월, 법원은 공청회에서 에스더 키오벨의 남편을 포함한, “오고니 나인Ogoni Nine”으로 불리는 활동가 9명의 사형선고를 조건으로 쉘이 뇌물을 제공해 위증을 요구했다는 진술을 처음으로 받아냈다.
한국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인공임신중절을 비범죄화하고 현재의 제한적인 인공임신중절 관련 법률을 개정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제 한국은 2020년 말까지 인공임신중절 관련 법률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한국 여성 인권 옹호자들의 노력과 평등, 여성 인권,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위해 싸우는 전 세계 활동가들의 지지로 이룩한 성과였다.
5월
대만 국회 밖에서 동성 결혼을 축하하는 지지자들
대만은 5월 17일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역사적인 법안을 채택했다. 5월 24일 첫 동성결혼을 시작으로, 대만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국가가 되었다. 국제앰네스티가 대만의 LGBTI 인권단체와 함께 수년 동안 캠페인 활동을 벌여 이룩한 성과였다. 이번에 통과된 법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것과 더불어, 동성 부부에게 제한적인 수준의 입양 권리도 인정하고 있다. 앰네스티와 지지자들은 아시아에서 일어난 LGBTI 인권의 진전을 크게 환영했다.
아다마 배로우Adama Barrow 감비아 대통령은 사형수 22명의 형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인권을 보호, 증진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10개 분야에 대한 권고사항을 국제앰네스티가 감비아 정부에 제시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 권고사항에는 사형 폐지, 모든 사형수를 무기징역으로 감형하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랜스젠더 관련 상태를 정신적, 행태적 장애로 분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트랜스젠더는 더 이상 정신질환자로 간주되지 않게 되었다. 앰네스티는 2014년부터 스스로를 트랜스젠더 또는 젠더 다이버스로 정체화한 사람들이 법적으로 비병리화되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6월

피켓을 들고 있는 그레타 툰베리와 그 지지자들
기후변화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와 청소년 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 2019년 국제앰네스티 양심대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양심대사상은 인권 옹호 활동에 특출한 리더십과 용기를 보여준 인물에게 주는 국제앰네스티의 가장 영예로운 상이다.
한편, 오랜 싸움 끝에, 그리스가 동의 없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인정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덴마크 정부 역시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성과는 성폭력 생존자들과 캠페이너들의 끈기와 용기를 증명한 것이다. 또한 앰네스티의 보고서 발표 이후 강간 생존자들이 사법제도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의 존재가 유럽 전역에서 실질적인 문제로 관심을 얻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19년 6월 1일부로 부르키나파소에서는 피임약과 가족계획 클리닉 상담이 무료로 실시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2015년 국제앰네스티가 주도한 “나의 몸, 나의 권리My Body My Rights” 청원과 인권 선언서에 대한 응답과도 같았다. 재정적인 부담이 사라지게 되면서 부르키나파소의 여성들은 피임에 대한 더 나은 접근권과 자신들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되었다.
7월

북 아일랜드 동성결혼을 위해 거리 행진을 하는 사람들
7월 22일은 UK의 인권 옹호자들에게는 매우 기념적이고 고무적인 날이었다. 바로 이날, 영국 의회는 북아일랜드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또한 3개월 안에 (10월 21일까지) 북아일랜드 공동정권이 재출범하지 못할 경우 영국 정부로 하여금 북아일랜드의 인공임신중절 비범죄화와 인공임신중절 개혁을 법제화할 것 또한 당부했다.
미국 국회 청문회에서 미국 고위 임원은 구글이 드래곤플라이 프로젝트를 “폐기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확인시켜주었다. 드래곤플라이 프로젝트는 중국 정부가 억압적인 인터넷 감시 및 검열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검색 엔진을 개발하는 구글의 비밀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젝트의 폐기는 앰네스티의 DropDragonfly 캠페인과 구글 직원 수백여 명의 반대 운동이 이룬 성과였다.
7월 22일, 70세의 인권 옹호자이자 팔레스타인의 저명한 베두인 지도자 셰이크 사야 아부 음데이지임 알-투리Sheikh Sayyah Abu Mdeighim al-Turi 가 석방되었다. 베두인의 권리와 땅의 보호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교도소에 구금된 지 7개월 만의 일이다. 셰이크 사야는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해 자신에게 지지를 보내준 모든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감사를 전했다.
우리의 인권과 땅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힘써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감옥에 있는 동안 나는 여러분들의 확실하고 선명한 지지를 들었으며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8월
카스트 제도의 차별에 대해 다룬 블로그 글을 발표했다가 사형을 선고받고 5년 넘게 임의 구금되어 있던 모리타니아의 블로거 모하메드 음카이티르Mauritanian blogger Mohamed Mkhaïtir가 석방되었다.

모하메드 음카이티르 초상화
지난 수십 년 동안, 앰네스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이 억압적인 가부장제로 겪은 만연한 차별을 강조했다. 2019년 8월,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에게 부과된 주요 제한들을 일부 완화하는 핵심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여성들은 여권을 소지할 수 있고, 남성 후견인의 허락 없이도 여행을 할 수 있다. 직접 결혼, 이혼, 출생, 사망 신고를 할 수 있으며 가족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권리도 얻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환영할 일이지만, 여성 인권을 위해 활동하던 사람들은 여전히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우리는 이들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 투쟁해야 한다.
9월

부다페스트에서 진행된 아흐메드를 위한 스턴트 액션
시리아 국민 아흐메드 HAhmed H가 헝가리 이민자 수용소에 수감된 지 약 4년 만에 사이프러스에있는 그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헝가리 국경에서 일어난 충돌 사태에 휘말려 테러 혐의를 받고 체포되었었다. 당시 아흐메드는 시리아 난민인 자신의 노부모를 헝가리로 피난시키기 위해 그곳에 왔으나 국경 경비대와의 충돌 과정에서 ‘테러 행위’를 저지른 혐의에 휘말린 것이었다. 약 2만 4천여 명의 사람들이 #BringAhmedHome 캠페인에 참여해 아흐메드를 집으로 돌려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
튀니지 법원은 과도하게 부여된 혐의로 최대 징역 4년을 선고받은 18세 운동가 마이사 알 오에슬라티Maissa al-Oueslati를 석방시켰다. 마이사와 16살 남동생은 경찰서 앞에서 분신을 하겠다며 위협하는 시위자를 촬영했다는 이유로 9월 초 경찰에 임의 구금되어 있었다.
10월

부다페스트에서 진행된 아흐메드를 위한 스턴트 액션
2019년 10월 22일 화요일 자정, 북아일랜드에서는 보수정당 민주연합당DUP의 막바지 법안을 뒤집기 노력을 뒤로하고,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고 인공임신중절이 비범죄화되었다. 15살 딸의 인공임신중절을 위해 온라인에서 인공 유산 유도제를 구매한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한 어머니를 상대로 한 소송을 포함해 모든 형사 소송은 취하되었다.
국제앰네스티 북아일랜드 지부의 캠페인 매니저 그래인 테가트Grainne Teggart는 이를 두고, 북아일랜드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일이며 몸과 건강을 감시해오던 억압적인 법으로부터 나라가 해방된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내, 우리의 인권은 21세기에 도달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선택이 존중받는, 더 평등하고 배려가 넘치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11월

스콧 워렌 박사의 정면 사진
빛나는 수상 경력의 기자이자 난민인 쿠르드계 이란인 베로우즈 부차니Behrouz Boochani가 국제앰네스티가 초청한 방문 비자로 문학 행사 참여차 뉴질랜드를 방문했다. 이는 호주 정부가 운영하는 파푸아 뉴기니의 마누스 섬 내 난민 수용소에 갇혀 시설 내 인권 침해를 고발하는 글을 써온 그가 섬 밖으로 내딛은 첫 걸음이라 그 의미가 컸다.

스콧 워렌 박사의 정면 사진
미국 애리조나 법원은 미국-멕시코 국경의 이주민들을 도운 혐의를 받은 인도주의적 자원봉사자 스콧 워렌 박사Dr Scott Warren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스위스 알프스에서는 서아프리카의 망명 신청자 4명에게 따뜻한 차와 옷가지를 제공한 것을 근거로 불법 입국을 도왔다는 혐의를 받은 프랑스 산악인 피에르 뭄버Pierre Mumber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12월
아르헨티나에서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verto Fernandez가 12월 10일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페르난데스는 당선인으로서 취임과 동시에 인공임신중절 합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하며 “이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공중 보건 과제”라고 선언했다.
필리핀 인권 위원회는 기후 변화로 인해 자국민의 권리가 침해당한 것에 대해 47개 주요 화석 연료 및 탄소 오염 회사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 발표했다. 이와 같은 중대한 결정은 곧 추가 소송과 범죄 수사를 이끌어냈고, 추후 화석 연료 회사와 다른 오염 유발자들에게 벌금형을 부과하거나 관계자에 대해 실형 선고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재판소는 시에라리온 정부가 2015년 시행한 임산부의 교내 시험 응시금지와 일반학교 재학 금지령을 기각하고 즉각적인 정책철회를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