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분쟁으로 얼룩진 땅, 아프가니스탄에는 분쟁의 고통을 고스란히 견디고 있는 50만명의 국내실향민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무력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났지만, 집도, 물도, 식량도 없는 피난지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을 위협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아프간 정부의 무관심 속에 사는 이들에게는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원조가 시급합니다.
여기 온 이후로 지원이라고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지난 이틀 동안 한 끼도 못 먹은 상태예요.
강제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우리는 생계 수단도 모두 잃었습니다.”자린(70), 헬먼드 지역 마르자에서 떠나온 여성
그 많은 국제 원조는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어째서 정부가 기본적인 피난처조차 제공하지 못하는지도 알 수 없고요.”야흐야, 카불 슬럼지역 거주
그러나 아프간 정부는 국내실향민의 현실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이주한 사람 정도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인도주의 단체들이 실향민을 지원하려 해도, 이들의 정착을 도울까봐 원조지원을 허락하지 않기도 합니다. 때문에 화장실이나 급수펌프 같은 기본적인 지원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프간의 국내 실향민의 삶은 아프간의 그 어떤 빈곤층보다 더 깊은 차별과 소외 속에 인권을 침해 당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새로운 보고서[전쟁을 피하려다 절망을 만나다: 곤경에 처한 아프가니스틴 국내실향민]를 통해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국내실향민’들의 비참한 삶을 들여다보고 이들의 존엄성을 찾기 위해 한국지부와 일본지부가 공동으로 탄원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한국은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해 군을 파견하고, 인도주의적 원조를 하고 있는 나라 입니다. 일본 역시 아프간에 원조를 제공하고 있는 공여국이자, 올해 7월 도쿄에서 열리는 아프간공여국회의의 개최국입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그 외 국제사회가 지원하고 있는 인도주의적 원조는 국내 실향민처럼 가장 시급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쓰여야 합니다.
배경정보
지난 10년간 계속되어온 무력분쟁을 피해 도망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며 몇몇 도시 슬럼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겨울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덮친 혹독한 추위로 41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 중 대부분은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최근들어 더욱 분쟁과 불안정이 격화되면서, 아프가니스탄의 국내실향민은 50만 명으로 기록적인 수치에 이르렀습니다.
분쟁을 피해 달아나 상대적으로 안전한 도시에 왔지만, 처음 다른 도시에 도착한 실향민들이 하는 것은 진흙, 장대, 합판, 플라스틱 시트와 판자를 동원해 임시 주택을 만들고 몸을 누일 곳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비만 오면 무너지는 흙벽, 열기와 추위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천막지붕은 이들의 암담한 삶을 대변합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실향생활에 더해, 식량은 물론, 연료, 물, 화장실, 보건소 등 기본적으로 사람이 인간답게 사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이곳의 삶은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특히 실향민 가족의 아이들은 더욱 힘겨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루 한끼를 겨우 먹는 것이 일상화된 이곳에서 ‘학교’는 그림의 떡입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학교에 보내고 싶어도 신분증의 거의 없는 실향민 아이들은 학교 입학조차 허락되지 않곤 합니다.
여기에 강제퇴거의 위협마저 견뎌야 합니다. 언제 불도저가 들이닥쳐 집을 무너뜨릴지 알 수 없고, 강제 퇴거 되면 항변도 못한 채 부랴부랴 가재도구를 챙겨 떠나야 합니다. 아프간의 국내 실향민의 삶은 아프간의 그 어떤 빈곤층보다 더 깊은 차별과 소외 속에 인권을 침해 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