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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 ‘인권 의무 트랙’ 벗어난 글로벌 기업

사진 1. 가자 기구 점령지역에 파괴된 집들

사진 1. 가자 기구 점령지역에 파괴된 집들

11월 29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이다. 이 날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유대인 국가, 아랍인 국가, 예루살렘으로 분할하자는 내용의 유엔 결의안 제181호를 기억하기 위한 기념일이다. 올해 5월에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무력 분쟁이 다시 점화되어, 최소 200명의 팔레스타인 시민(이스라엘 12명)이 숨졌고 1,200명 이상(이스라엘 27명)이 부상을 당한 바 있다. 매년 국제기구 및 교육기관에서 ‘세계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온 가운데, 올해는 한 건설 장비 회사가 국제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바로, 노란색과 검은색의 불도저로 유명한 글로벌 건설장비 회사 ‘JCB’다.

국제앰네스티가 11월 18일 발표한 보고서 <경로를 벗어난 JCB (JCB Off Track)>에 따르면, JCB의 불도저와 철거용 장비가 독점 대리 업체를 통해 이스라엘 국방부로 수입된다. 이는 팔레스타인 시민의 집과 자산을 파괴하고 있으며, 불법 이스라엘 정착촌을 확장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이스라엘 정부는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지역에 불법 정착촌을 조성하고 이곳으로 자국민을 이주시켜 왔다.

사진 2.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 “JCB와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을 설명하다”

사진 2.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 “JCB와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을 설명하다”

국제기준에 따라 JCB는 자사의 제품이 오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명백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부인하고 있다. 특히,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인권침해를 추적하고 원격에서 해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인권침해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기업에 적용되는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다.

올해만 673채가 파괴되고 1,000여 명이 강제 이주 당해

사진 3. JCB 제품이 철거에 사용된 사건을 정리한 인터랙티브 디지털 맵

사진 3. JCB 제품이 철거에 사용된 사건을 정리한 인터랙티브 디지털 맵

이번 보고서와 함께, 국제앰네스티의 위기증거연구소(Evidence Lab)는 인터랙티브 디지털 맵을 제작했다. 이 지도에는 최근 몇 년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 소유의 주거 및 농장 건물을 철거하고, 배수관을 파괴하고 대량의 농작물을 뿌리 채 뽑아가는 데 JCB 장비가 사용된 사건 수십 건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4년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기간 동안 이스라엘군은 수만 채의 팔레스타인 가택 및 자산이 파괴했으며,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 명이 강제로 이주해야만 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만 해도 673채의 건설물이 파괴되었고, 약 1,000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강제 이주 당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스라엘 정부는 서안지구 및 동부 예루살렘에 정착촌을 건설하고 약 700,000명의 정착민 이주를 허용했다. 앞서 유엔은 이에 대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사진 4.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 “JCB와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을 설명하다”

사진 4.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 “JCB와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을 설명하다”

영국 로체스터에 본사를 둔 글로벌 민간기업 JCB는 자사의 철거 및 토사 이동 장비를 이스라엘 독점 대리점인 코마스코Comasco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민간기업인 코마스코는 이스라엘의 폭넓은 고객층을 상대로 JCB 제품을 판매하고 다양한 사후 서비스 및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코마스코의 사후 서비스를 받는 대상 중 이스라엘 국방부가 포함되어 있다. 국제앰네스티가 검토한 서류를 보면 이스라엘 국방부에 대한 코마스코의 사후 서비스 업무가 JCB의 백호우 로더backhoe loader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호우 로더는 철거 작업을 위해 사용되는 장비다. 즉, 코마스코는 영국에서 JCB의 굴착기를 구매하고, 이를 이스라엘군에 판매하고 있으며, 요청에 따라 서비스 및 수리를 제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제기준에 따라 제품 오용 막기 위한 조치 취할 책임 있어

JCB는 이러한 장비 판매를 옹호하고 이후에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JCB가 점령 지역에서 사업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이스라엘 기업인 코마스코에만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앰네스티 보고서는 JCB가 국제기준에 따라 자사의 제품이 오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명백한 책임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JCB는 자사의 컴퓨터 진단 소프트웨어 ‘라이브링크LiveLink’를 통해 자사 제품이 사용되는 곳을 언제든 추적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오용되고 있는 경우 원격에서 장비를 해체할 수도 있는 기술적 수단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JCB는 자사의 장비가 점령지역에서 중대한 인권침해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러한 수단을 사용하기를 꺼리는 것처럼 보인다.

앞서 국제앰네스티는 JCB에 서한을 보내, JCB 장비가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에서 만연한 인권침해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기업에 적용되는 국제인권기준’ 따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며 이는 법적 책임을 질 만큼 충분히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CB는 불법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실질적, 물질적인” 사업 활동 하고 있는 112개 기업으로 유엔이 발표한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노랑·검정색 불도저는 곧 집을 잃을 것이라는 신호

사차 데스무크Sacha Deshmukh 국제앰네스티 영국 대표는 “JCB의 굴착기는 점령지역에서 수도 없이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집을 파괴하는 한편, 불법 이스라엘 정착촌이 건설될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JCB의 눈에 띄는 노랑, 검정색 불도저는 곧 자신의 집을 잃을 것이며, 더 많은 팔레스타인 토지가 불법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위해 빼앗기게 될 것임을 알리는 불길한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제3의 구매자가 자사의 장비로 무엇을 하든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JCB의 말은 완전히 틀린 말이다. 국제기업기준에 따르면, JCB는 자사의 제품이 인권침해행위에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명백한 책임이 있다.”며, “이는 인권 성실 의무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봐야 한다. JCB는 올바른 일을 하고, 자사의 장비가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에서 이스라엘 철거 용역들의 손에 넘어가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며 영국 정부와 JCB를 압박하고 있다.

한편,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에 15세 소녀 ‘잔자 지하드’와 같이 부당함에 맞서 싸우고 권리를 침해당한 인권옹호자를 위해 편지를 쓰는 <편지쓰기 캠페인 2021>이 현재 진행 중이다. 올해 사례자 중 한 명인 잔나 지하드는 7살 때부터 어머니의 핸드폰을 사용해 이스라엘군의 폭력을 기록하고 알려 왔다. 잔나는 자신의 취재 활동으로 살해 위협과 협박까지 받았음에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에서 잔나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아동권리협약의 의무에 따라 보호할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쓸 수 있다.

배경 정보
52년 전인 1967년, 이스라엘은 인근 아랍 국가들과 ‘6일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시나이반도, 골란고원 등을 포함한 서안지구를 점령했다.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으로 잘 알려진 곳으로,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6일 전쟁’의 여파로 팔레스타인 국민 수천 명이 피난을 떠나야 했다. 그 중 많은 수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었고, 이들은 지금도 요르단과 레바논, 시리아, 점령지역 주변에서 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지역에는 작은 마을에서 큰 도시까지, 약 250여 개의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이 조성되어 있다. 국제법상 점령 국가가 점령지로 자국민을 이주시키거나 점령지역의 주민 일부 혹은 전체를 해당 지역 내외부로 이주시키는 것은 불법이다. 실제로 이러한 행위는 점령지역을 불필요하게 파괴하고 해당 지역의 자산을 전용하기 때문에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 규정에 따라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이러한 규정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에 정착촌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후임 정권에서도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제공하며 유대계 이스라엘 사람들이 정착촌으로 이주하도록 독려하는 정착촌 확장 정책을 추진했다. 유럽연합과 유엔은 물론 대부분의 국가는 정착촌을 불법으로 간주한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정책은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에 따른 막대한 인권침해의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1967년부터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영토 10만 헥타르 이상이 이스라엘 정착촌에 전용되었다. 60만 명 이상의 정착민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5만 채가 넘는 팔레스타인 가택과 건물이 파괴되었다.

현재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여전히 강제퇴거와 강제송환 및 이주, 토지 및 천연자원 압수, 가택과 자산, 사회기반시설 파괴, 이동 제한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적절한 수준의 생활과 직장, 주거, 건강, 교육을 유지할 권리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으며, 팔레스타인 경제는 계속해서 붕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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