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인터뷰 스토리 인권교육 유스

EP 4. 학교에서 우리 사회에 좋은 구성원이 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요.ㅣ캔라클 유스 인터뷰

캔들라이터스클럽이하 캔라클은 앰네스티 유스 소규모 온라인 인권 커뮤니티로, 2021년 10월 1 주부터 11월 4주까지 온라인 협업 툴 슬랙Slack과 줌Zoom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유스의 관점에서 목격하거나 경험한 일상 속 인권 침해 사례를 공유하고, 앰네스티의 유스 디지털 인권 콘텐츠를 자문하는 등 8주간 다양한 방식으로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도현님! 오랜만에 뵈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최근에는 앰네스티에서 만들어주신 혐오대항 교육 영상을 활용해서, 교내에 혐오대항 표현 교육을 진행했어요. 시험이 끝나자마자 저희 동아리에서 전교생의 인권교육을 맡았던 것인데요. 혐오표현을 하지 말라고 들어간 교육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혐오표현을 듣고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속상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경청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어서, 느리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혐오대항 표현 교육 1

혐오대항 표현 교육 1

혐오대항 표현 교육 2

혐오대항 표현 교육 2

항상 저희 동아리 선생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이 있거든요. 인권교육은 교육이 끝난 뒤에 학교가 시끌벅적해져야 성공한 거라고요. 제가 담당했던 교육을 끝내고 저희 반으로 돌아오니 반 전체가 시끌벅적하더라고요. 교육을 듣고 난 반 친구들이 “저게 혐오표현이었다고, 진짜?!”라고 묻는데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아, 혐오표현인 걸 몰라서 사용했던 거구나. 혐오표현이라고 인지하면 사용하지 않을 의향이 있구나.’ 싶어 좋았어요. 이게 혐오표현이냐 아니냐에 대해 친구들끼리 한참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아, 성공했구나!’ 싶었죠.

Q. 동아리 선생님께서 캔라클을 추천해주셨다고요. 도현님이 속해 계신 인권 동아리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려요.

저희 동아리는 학교에서 하나밖에 없는 인권 동아리에요. 이름은 인권동아리 선인장! 선사(저희 학교 이름이에요.) 인권의 장을 열다라는 뜻인데, 이름을 너무 잘 정한 것 같아서 아직도 너무 좋아요. 아직은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동아리라 과도기적인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점점 더 잘 될 거라고 믿어요.

올해 같은 경우는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많이 안 가서 다양한 활동을 하진 못했어요. 1학기에는 동물권 캠페인먼지 차별 영상을 만들어서 상영했고, 2학기에는 성소수자를 주제로 정해서 다같이 공부하고 띵동에 강연을 초청해서 듣기도 하고 책을 함께 읽은 다음에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마지막으로는 혐오대항 표현 교육을 진행했고요.

Q. 먼지 차별 영상은 무엇인가요? 또, 인권 동아리에서 진행하셨던 축제 부스 이야기도 궁금해요.

먼지 차별 영상은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차별인지 모르고 혐오표현하시는 것들을 저희가 직접 영상으로 만든 뒤에 교내에 튼 거에요. 이때도 학교가 시끌벅적했답니다.

올해 저희 학교 축제의 주제는 레트로였어요. 저희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속에서 교사-학생, 부모님-딸의 인권 침해 장면을 찾아서 퀴즈를 내는 부스를 만들었어요. 초기 기획 단계에서는 드라마에서 인권 침해 사례를 어떻게 찾아내냐는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새로운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동아리는 아니라 잘 진행되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보는 드라마니까, ‘내가 아무렇지 않게 봤는데 이게 혐오 표현이었다고?’ 싶은 포인트를 찾아내는 게 우리 동아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의미있게 진행했어요.

축제 1
축제 2

물론 어렵긴 했지만요. 보통 축제는 재미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동아리는 재미도 있으면서, 인권이라는 주제를 잘 녹여내기도 하면서, 레트로라는 축제 컨셉까지 맞추려니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나름 결과적으로는 잘 돼서 재밌게 했어요.

Q. 캔라클 모임이 끝나고 나면 종종 ‘대화를 나눠서 정말 행복했다’는 소감을 남겨 주시곤 했어요. 평소 학교의 안팎에서 반인권적인 언행을 많이 마주하셔서 피로도가 높으신 걸까 싶었는데요, 도현님의 일상은 어떤 편인가요?

저는 인권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인권동아리를 들어간 것도 있는데, 생각보다 학교에 있어도 외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기사를 보고, 하고 싶은 말이 생겨도 말할 사람이 없어서요.

학교 자체가 그다지 안전하지가 못하다고 느껴요. 굉장한 혐오의 불모지라고 생각하고요. 누구를 깎아내리는 말이 아니라 혐오표현이라서, 해당 발화 그 자체를 듣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런데 제가 스트레스를 받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리니까, 그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라서 아니라 저랑 감수성이 너무 달라서 외로워요.

처음 캔라클을 시작한 날, 되게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 거에요. 그래서 정말 좋았어요. 왜냐면 학교에서는 저 같은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아직 제 주변에 나타나지 않으셔서 약간 혼자 같았거든요. 캔라클 시작하고 나서는 목요일마다 리프레시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목요일에 캔라클에서 다같이 이야기하면 골머리를 앓던 부분들이 해결되기도 하고 정말 좋았어요.

Q.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에서 진행되는 교육들은 ‘좋은 사회 구성원’이 되는 것보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교육에 치중되어 있다고 느끼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면 다들 인지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죠. 제가 이 생각을 하게 되었던 건, 제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생각하니 학교라는 공간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없더라구요. 이미 다들 학교는 대학을 가기 위한 공간이라고 당연시하니까요.

선생님들도 “이거 다 대학갈 때 도움돼요”라는 식으로 말씀해주시거나, 심지어 진로 시간에는 “너는 어떤 진로를 희망하니?”가 아니라 “너는 어떤 과를 가고 싶니?”라고 질문하세요. 대학을 안 가겠다고 대답하니까 “그래? 그럼 뭐하고 살 건데?”라며 저를 굉장히 이상한 사람 쳐다보듯이 보셨어요. 진로 얘기를 하는데 이과, 문과 이야기만 하시더라고요. 진학이 아니라 진로 시간인데, 대학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제가 나아갈 길을 찾으면 안 되는 걸까요? 왜 대학을 목표로 하지 않는 사람은 미래가 불확실하고 실패한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걸까요? 학교에서 좀 더 우리 사회에 좋은 구성원이 되는 방법을 알려줬으면 좋겠으면 좋겠어요.

Q. 재학 중이신 학교는 상벌점제도 대신 학생의 약속/교사의 약속/학부모의 약속이라는 이름의 3가지 규칙만 있는데, 이 약속으로 인해 오히려 학생들은 주체성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약속을 준수하고 있으시다고요.

주로 상벌점제도와 징계위원회로 학교를 운영하잖아요. 상벌점을 학생들에게 부여하고, 학생들에게 벌점이 많아지면 징계를 주는 형식으로요. 상벌점제가 있는 학교에서 그 규칙을 지키는 이유는 벌점을 받기 싫어서잖아요. 그 행위를 왜 해야 하는지, 왜 하면 안 되는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요. 그건 벌점을 부여함으로써 학생을 통제하려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위계 질서나 수직 관계에서의 강요나 명령이 아니라
다같이 정한 약속이니까 꼭 지켜야 한다는 마음

저희 학교는 그렇지 않아요. 상벌점제도 대신 3주체공동협약과 8조법금이라는 것이 있어요. 민감하지 않은 사안들은 3주체공동협약으로 다 운영되고, 안전이 직결되거나 중요한 사안은 8조법금으로 강하게 제지해요. 공동협약의 주체가 바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이에요. 이 협약을 만들 때도 이 세 주체가 직접 참가해서 함께 만들고요. 되게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들어요. 우리는 사람 대 사람이고, 다들 학교의 구성원이니까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들고요.

실제로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을 친구처럼 존중해주세요. 선생님이나 학부모님들도 저희와 한 약속(3주체공동협약)을 잘 지켜주시고요. 모두 존중해주시며 각자의 약속을 지켜주시니 저희도 약속을 열심히 지키게 돼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거. 저희 학교는 핸드폰을 걷지도 않고, 수업 시간에 핸드폰을 꺼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지도 않아요. 정말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오히려 수업 시간에 핸드폰을 보는 학생이 별로 없어요. 상벌점제가 없는 저희 학교가 사건 사고가 많을 것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오히려 상벌점제가 있는 학교보다 문제가 적어요. 가끔 신규 부임하신 선생님들이 색다른 학교 문화에 놀라시는 경우도 있지만, 금방 적응하시곤 해요.

Q. 도현님의 플레이리스트 테마는 <인권의 불모지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해주는 음악>이에요. 테마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날 약간 슬퍼하면서 감정을 담아 적었던 기억이 나요. 혐오표현 대항 교육을 준비할 때였나? 학교도 그렇고 학교 밖도 그렇고 인권의 불모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학교가 다른 학교에 비해 나은데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긴 하구나하는 생각이요.

말이 웃기네요. (웃음) 그날 선생님이 저한테 너같이 인생 대충 살다가는 망한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셨거든요. 제가 학교에서 활동하는 것이 많이 없고 선생님들께서 요구하시는 교내 활동을 열심히 참여하지 않으니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고 그러실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억울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정말 인생을 대충 살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Q. ‘아직도 혐오와 차별이 넘쳐나는 대한민국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항상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어요. 나라는 사람의 영향력이 한없이 작다고 생각하던 차에 캔들라이터스클럽이 아주 알맞은 커뮤니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학교 안팎에서 일어나는 혐오와 차별을 학생의 입장에서 이야기해보고 싶고, 다양한 분들이 다양한 곳에서 만난 혐오와 차별이 궁금해요. 고등학생으로서 경험해보지 못한,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여러 인권 침해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라고 캔라클에 지원해주셨어요. 실제로 직접 경험한 캔라클은 초기 도현님의 참여 동기를 충족시켜주었나요?

정말 너무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첫날 오티를 듣고 “이건 이도현 하라고 만든 활동이다”라고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내가 인권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건 나라는 한 명이 학교에서 피력할 기회가 많이 없구나’, ‘인권동아리라는 이름을 통해서도 내가 많이 할 수 있는 게 없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캔라클에는 외국에 살고 계시는 분도 계시고, 성소수자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분도 계시고, 평범한 대학생인데 인권에 관심이 많은 분도 계시고… 정말 다양한 분들이 계시잖아요. 저는 학교 안에서 선생님-학생 또는 친구들 간의 혐오발화는 많이 봤지만, 캔라클에서 다른 분들이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서 ‘내가 이런 건 몰랐네?’, ‘나도 이런 표현 당연히 하면 안 되지.’라는 식으로 정말 많이 배웠어요. 당연히 유익했고, 재미로만 따져도 정말 재밌었고요.

사실 처음에는 뭔가 대단한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정말 외로워서 신청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함께 두 달을 보내고 나니 정말 많은 것들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초기 동기는 정말 200% 이상 충족했습니다.

Q. 캔라클 활동 기간 중 가장 마음에 남은 활동이나 발화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두 개의 활동이 생각나요. <씨네토크>와 <나 아이데이션>이요. 그날 활동 자체도 그렇고 활동 이후에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도 너무 너무 유익하고 재밌었어요.

<씨네토크> 두 번째 세션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이야기를 했었잖아요.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주제가 바뀌어도 재밌고 새로운 얘기가 나와도 재밌고. 이런 대화가 너무 좋은 거예요. 청소년 인권이라는 큰 틀 안에서 아는 얘기는 제가 할 수도 있고 모르는 얘기는 듣고 배울 수도 있으니까요. 첫 번째 세션이었던 <씨네토크-순영>에서는 제가 잘 몰랐던 여성 인권에 대해서 정말 많이 배웠고, 두 번째 세션인 <씨네토크-19禁>에서는 제가 학교 다니는 청소년이니까 당사자로써 말할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

씨네토크

<나 아이데이션>은 인권 그래프를 그리는 활동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게 되어서 정말 재밌었어요. 제가 어떻게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스스로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이 시간은 정말 유익하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인권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정말 재밌었어요.

나 아이데이션

Q. 캔라클이 있는 목요일은 아침부터 설렌다는 도현님의 말씀이 모임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데에 큰 힘이 되었어요. 첫 대외활동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늘 최선과 진심을 다해 참여해주셔서 감사해요. 도현님에게 인권 그리고 캔라클은 어떤 의미인가요?

인권이란 ‘나를 위한 것’이요. 인권이란 응당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가지고 있었는데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요. 인권이라고 하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물론 저도 누군가를 돕는 행위를 꾸준히 하고 있지만, 제가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다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나를 지키기 위해서’이거든요.

그리고 캔라클은 소속과 연대감의 원천이요. 많은 활동을 해봤지만, 캔라클만큼 저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집단이 없는 거예요. 학내 동아리에서도 인권 관련한 이야기를 제가 꺼낼 수는 있지만, 동아리 안에도 너무 다양한 감수성의 사람들이 있다 보니 쉽지는 않아요. 그런데 캔라클에 있는 분들은 감수성도 저와 잘 맞는 분들이었고, 다들 되게 멋진데 (이게 정말 중요해요) 별로 멀게 느껴지지 않아요. 분명 다들 되게 멋진데, 가깝고 친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캔라클에서는 더 편하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캔라클을 계기로 여러 활동들을 시작했는데요, 저는 여전히 캔라클만 한 곳이 없어요.

캔들라이터스 클럽 그래픽

관련 글

한국: 내가 쓰는 핸드폰과 전기자동차가 인권을 침해하지 않게 하라!
온라인액션 참여하기
세상의 부당함에 맞서 싸웁니다
후원하기

앰네스티의 다양한 자료를 통해 인권을 쉽게 이해하고 인권활동에 함께해요.

당신의 관심은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힘입니다.
이름과 이메일 남기고 앰네스티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