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아동학대에 대한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논문을 작성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최근에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답니다. 인터뷰어로만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제가 인터뷰이로 참가하게 되니 신기하네요.
그때 장애에 관련된 책이라고 추천해주시기도 했고, 정민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에 빠르게 구매했어요. 읽을 시간이 많이 없어서 책을 다 읽진 못했어요. 저에게는 에세이가 낯선 장르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더라구요.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적은 책이어서 새로웠지만 동시에 조심스러워지기도 했어요. 작가분의 생각에 쉽게 영향을 받고 싶지는 않았던 부분도 있어서 조심스럽게 읽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사연이 있는 책이에요. 중학교 때 저와 굉장히 친했던 친구가 전학을 가면서 선물해 준 책이거든요. 당시 교육부 장관이라는 엄청난 꿈을 꾸던 친구였는데요. 교육과 인권에 관심이 많던 친구였어요. 저는 그때 편견은 없었으나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진 않은 상태였고요. 그 친구가 자신이 많은 영향을 받은 책이니 너도 좋은 영향을 받으면 좋겠다면서 책을 건네 주더라구요. 인권에 무지했던 제가 읽기에 좋은 책이었어요. 입문자용으로요. 영화나 드라마와 연결지어 인권을 이야기하고, 일상 속에서 깨닫지 못한 인권 침해 사례를 잘 다뤄줘서 어렵지 않고 재밌게 읽었어요. 제 인권 입문작이죠.
사실 시작은 수업이었어요. 제가 환경 발전과 관련된 수업을 잘 듣거든요. (국제 대학교에서 열리는 수업 중에) 제가 이해하기도 쉽고, 깨닫는 부분도 많아서요. 그 중 하나의 수업에서 과제로 던져준 거였어요. 한 번 기록을 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제 의지로 시작한 게 아니라 약간 부끄럽긴 한데, 하면서 느낀 점이 정말 많아요.
처음에는 ‘일주일? 금방 적겠네.’ 싶었는데, 배출하는 쓰레기를 기록하다 보니 일주일이 너무 긴 거예요. 쓰레기의 양이 너무 많아서요. ‘와, 내가 시간마다 배출하는 쓰레기도 이렇게 많고 하루에 이만큼의 쓰레기를 배출하네.’ 싶었죠. 쓰레기의 종류를 봤을 때는 플라스틱도 많았지만, 비닐이 진짜 많았어요. 제가 기록을 하는 과정 중에도 쓰레기를 줄여 나가려고 노력했는데, 모든 상품의 포장지가 비닐로 되어 있는 거예요. 뭘 구매하거나 심지어 비타민이나 알약을 먹으려고 할 때도 비닐이 있으니까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인데 어떡하지’ 싶은 때가 많았어요.
그 기록 이후에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 일회용 쓰레기를 줄여보고자 다회용기나 텀블러를 사용하게 되었어요. 저는 밥을 지으면 소분해서 보관했는데, 그 당시에는 비닐을 뜯어서 했거든요. 그렇게 하니까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용기를 구매했어요. 그 용기는 지금까지도 잘 사용하고 있답니다.
어렵기도 하고, 마음이 해이해질 때도 있었죠. 그런데 그럴 때마다 죄책감이 정말 많이 들어서 꾸준히 하게 되더라구요. 비닐이나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될 때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리잖아요. 제가 죽고 나서도 제가 배출한 쓰레기는 남을 텐데, 쓰레기를 유산으로 남기고 싶진 않았어요. 이왕 남기려면 좋은 걸 남겨야지, 쓰레기라니요.
예전에는 가족의 개념이 되게 뚜렷했다고 생각해요. 피붙이 같이?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개념이 많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좋은 변화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예전에는 이혼이라는 게 금기시되고 결점처럼 여겨졌는데, 요즘은 주변에 이혼하는 사례도 많고, 결점이 아니라 자기만의 결정이 되는 것 같더라구요.
이제는 피붙이라는 것에 가족을 한정짓지 않고, 내 마음을 놓일 수 있고 함께 있을 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집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 곳에 함께 있는 사람들을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피붙이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다른 관계에서도 서로 가족이라고 부르며 마음을 쉴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맥락에서 가족이라는 게 좀 더 다양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로 만나서, 같이 자라고, 감정을 나누고, 관계를 형성하면 그게 다 가족 아닐까요? 혈연 관계로 연결되어 있지 않더라도, 입양, 친구, 모임, 반려동물 등 내가 선택해서 만들어진 관계들도 분명히 가족이 될 수 있어요. 이미 그렇고요.

순영 스틸컷
저는 정말 자주, 있는 그대로의 제 자신이 너무 볼품없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너무 초라한 것 같아 다른 사람과 항상 비교하게 되고, 있는 그대로의 저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제가 너무 힘들고 싫어서, 저는 못하더라도, “이 노래를 듣는 너는 내가 겪는 그런 슬픔, 아픔, 힘듦, 고민 그런 거 안 겪었으면 좋겠다. 이 노래를 듣는 순간만큼이라도. 너의 모습이 얼마나 멋있고 예쁜지 알았으면 좋겠다.” 이런 거였거든요. 저도, 이 노래를 들으실 다른 분들도 모두 같이 노력해보고 싶어서 적었어요. 제가 아는 노래 중에 이 노래를 들을 때만큼은 ‘나 너무 멋있는 것 같아’라고 생각할 수 있는 노래들을 골라서 올렸고요.
제가 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니까, 거기서 느꼈던 것들을 바탕으로 적었던 거라 한국에서는 어떨지 몰랐거든요. 그런데 캔라클 활동을 하니까 ‘와, 진짜 더 멋있는 사람이 많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다들 정말 많은 활동들을 하시고, 되게 당당하시고, 인생을 즐기시는 것 같아 보여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나는 무얼 하고 있나 싶어 자기 성찰도 했고요. 제가 갈 길은 먼 것 같아 반성도 많이 했어요. 모쪼록 캔라클에서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배우는 점들이 정말 많아서 좋았어요. 저와 다른 분들의 삶을 통해서 진짜 다양한 것들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캔라클도 그렇고 앰네스티에서 해주시는 멋진 활동들을 보면서 저는 감탄을 많이 하거든요. 이렇게 멋진 활동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죄송하게도, 제 기억에 남는 건 아주 사소한 것들이에요. 모임 시작마다 기분을 점수로 냈던 거요, 그게 계속 기억에 남아요. 오늘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면 “나쁘지 않아”, “괜찮아”로 줄곧 대답해 왔는데, 점수로 표현해보니까 제 점수가 항상 낮은 거예요. 어떤 분들을 보면 오늘 점수를 10점 만점에 8, 9점 정도로 후하게 주시잖아요. 크게 대단한 일이 있지 않아도요. 그걸 보면서 나도 내 기분에 점수를 후하게 주는 사람으로 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내 기분에서도 잣대를 너무 높게 정해 두었구나 싶더라구요. ‘9점이 되려면 이만큼 기뻐야지.’와 같은 거요. 오늘도 충분히 10점이 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그 정도의 하루이지 않을까? 왜 나는 내 기분에서도 엄청난 기준을 두는 걸까 등의 소소하지만 큰 울림이 있었어요.
저는 말을 하는 것보다는 듣는 게 익숙한 사람이라, 인권을 멋있게 정의해서 말하는 건 참 어려워요. 그렇지만 제 방식대로 말해보자면 저는 인권을 ‘듣는 것’이라고 말할래요. 말하고 표현하는 것보다 듣고 이해하는 게 제가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고 잘하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억지로 누군가를 따라하거나 쫓아가려고 맞지 않는 노력을 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성이나 전문성을 띠지 않는 분야도 편견 없이 잘 듣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게 인권 아닐까요?
그리고 캔라클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제가 캔라클에 속할 수 있을 줄 몰랐거든요. 당시에 ‘하면 너무 좋겠지만 내가 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겠지? 나는 안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많이 내려놓고 지원했거든요. 그런데 되었다고 하니까 너무 좋았어요. 뭐랄까, 예기치 않게 찾아온 조그마한 선물인데 그 크기보다 훨씬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 너무 많은 게 담겨 있어서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어렵네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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