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방학을 했는데요, 방학하기 전에 학교에서 클럽을 열었어요. 하반기에 캔라클을 비롯해서 여러 활동들을 참여했는데, 하다 보니 저도 클럽을 열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렇게 클럽을 시작했는데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모였어요.
학교 근처 요양원이 있거든요. 저희가 미술작품을 만들어서 보내드리기도 하고, 마스크도 저희끼리 수급해서 보내드리고, 워낙 적적하시니까 가끔은 화상통화도 하고… 되게 열심히 했어요. 앞으로도 계속할 거구요. 상도 받았답니다. (웃음)

봉사활동 사진

클럽 활동으로 받은 상장
네, 맞아요. 처음에는 봉사시간 때문에도 많이 오는데, 몇 차례 만나다 보니 친구들도 많이 변하는 것 같아요. 요양원에 계시는 분들과 클럽 참가자들 사이 나이의 벽이 많이 낮춰진 느낌?
네, 저희가 매주 화상 통화를 하거든요. 클럽 참가자들마다 각자 정해진 분과 지속적으로 통화를 하는데, 그 중 한 할아버지께서 최근에 돌아가셨어요. 그분과 통화를 하던 친구가 굉장히 슬퍼하면서 힘들어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대면으로 만나지 못하고, 가끔 전화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정말 끈끈한 유대 관계가 맺어지는구나 느꼈죠.
네, 그리고 얼마 전 할로윈에는 할로윈 코스튬 대회를 열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다 같이 놀았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코스튬을 입고 오시고, 저희는 한 공간에 모여서 패션쇼처럼 카메라 앞에서 워킹도 하고, 재밌었어요.

할로윈 코스튬 대회

Christmas spirits day
음, 특별한 계기요? 저는 그냥 마틴 루터 킹 같은 책을 읽으면서 ‘아, 이런 일은 안 되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특정한 계기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예전부터 뉴스에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지만, 예를 들면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했을 때 아시아인 혐오 같은 것들이요. 여기 사람들은 그런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아시아인들처럼 당사자의 관점으로 보지는 않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저도 여기에서는 소수 민족에 속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친구들과 있을 때 이런 주제로 이야기가 나오면 제 입장을 적극적으로 말하려고 해요.
아니요, 아주 어렸을 때는 영국에서 조금 살았어요. 인종 차별이 정말 심하긴 하더라구요. 이름 가지고 놀림받은 적도 있고, 냄새로 놀림받기도 하고, 영어발음으로도 놀리고… 정말 그랬어요. 제가 매일 길을 갈 때마다, 저보다 훨씬 큰 오빠들이 (5학년쯤 되어 보였는데, 그 당시 저에게는 너무 커 보였어요.) 축구공으로 제 머리를 맞추는 거예요. 처음 두세 번은 실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너무 지속되니까 트라우마 비슷하게 남더라구요. 그 도시 애들 중 아시아인은 저밖에 없어서 더 그랬나 봐요. 영어를 정말 악바리처럼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답니다.
제가 진짜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에는 물불 안 가리는 편이에요. 시험 기간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 외에는 최대한 다 참가하려고 노력했어요. 캔라클은 제가 처음으로 인권과 관련해서 참여한 클럽이라, 나중에 다른 클럽에 들어가게 되어도 애착이 클 것 같아요.
많긴 많아요. 그런데 거의 대부분은 여기 원주민에 관한 것이라거나… 잘 모르겠어요. 캐나다도 알게 모르게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은 큰 것 같아요, 아직은요.
여기서는 누군가를 차별하면 엄청 큰 이슈가 되니까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다가, 코로나가 터지면서 혐오나 차별의 감정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 느낌이에요. 코로나 이후에는 거리에서 아시아인이 지나가면 대놓고 피하기도 하거든요. 그때 또 ‘아, 내가 여기서는 소수 민족에 해당하는구나.’ 싶었어요.
저희 고등학교의 사회 선생님은 캐나다인이신데요. 사회 시간에 캐나다가 항상 포용적인 나라는 아니였다고 설명해주시면서, 그동안 캐나다에서 있었던 차별적인 사례들을 각자 조사해와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어요. 중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자들이 넘어왔을 때 캐나다인들이 중국인들의 집을 부수거나, 캠프에 모두 모아놓고 못 나가게 한다거나, 세금을 높게 부과한다거나… 영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캐나다에 많아서 그런지, 인종차별은 영국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많이 받아요. 차별은 굉장히 세속적이에요. 이전 세대가 소수자들에게 행했던 차별들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대물림되기도 하고, 옳지 못한 일이더라도 다수가 당연시하면 묵인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단기간에는 해결되지 않겠구나 싶기도 해요.
캐나다는 인권 친화적인 국가나 포용적인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저는 내부에서 곪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반인권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오히려 그들이 표출하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지도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해서요.
선생님마다 다양하세요. 그런데 전반적으로 모든 선생님들이 강조하시는 건 원주민 인권이에요. 얼마 전에 원주민 학교였던 땅에서 원주민 시신이 천 구 이상 발견되었잖아요. 굉장히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발표를 하려면, 우리는 원주민 땅에 있고 이를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고정적인 문구를 말하고 시작해야 해요. 누구나 당연하게 그 말을 한 뒤에 발표를 시작하죠. 일년에 한 번은 모두가 오렌지 색 셔츠를 입고, 원주민의 날을 크게 생각해요. 아무래도 저희가 땅을 빌린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원주민의 날(orange shirts day) 사진
저는 어떻게 보면 제가 원래 살았던 사회에서 벗어나서 제 나름대로 도전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한국을 벗어나서 익숙하지 않는 환경에 도전하고, 다른 사람이랑도 어울려보고, 좀 더 제가 다양한 관점을 갖기 위해 캐나다에 온 거라서요.
물론 제가 도전하려고 온 거지만, 가끔씩은 다른 애들이랑 다르니까 고립감이 들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 제가 들었던 노래들이 생각나서 적었어요. 꼭 저처럼 다른 사회에서 생활하는 소수민족이 아니더라도, 살다보면 종종 나만 다른 사람보다 늦게 달리고 있는 것 같고, 나만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 제안했어요.
여기서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저는 한국 나이로 치면 중학생이잖아요. 처음에는 그냥 중고등학생만 들어오는 줄 알고 지원했다가 첫 모임 때 (대학생분들도 계서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저와 다른 연령층과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은 경험이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고 재밌었어요.
신청할 때는 여기서 내가 좀 인권에 대해 더 많은 경각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이걸 통해서 함께 뭔가를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큰 게 아니더라도, 제가 이 분야에 관심이 많으니까 그걸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걸 조금이라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여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다른 분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의미가 있었어요. 저희가 뭔가 커다란 걸 만들어내지 않아도 매주 조금씩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눴던 거요.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인권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쌓아간 느낌이라,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제 인권 라이프에 있어서 더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캔라클 덕분에 저의 첫 시작이 너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걸 계기로 인권 활동을 쭉 이어나가려고 다짐했고요. 저도 나중에는 캔라클을 운영하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기도 하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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