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회의 전일 워크숍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비전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연대와 캠페인 활동을 도모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진 참여자들의 생생한 후기를 확인하세요!
김오름 (만 25세), 경기도 남양주시
24시간 무인 셀프 스튜디오에 기후위기 대응 동참을 요청하는 캠페인 ‘지구네컷’입니다. 운영시 발생하는 자원 낭비 최소화를 위한 4가지 요구사항 [① 사진커버 비닐 사용을 중단해주세요./② AM12~6시 에어컨 온도를 26도로 설정해주세요./③ 에너지 절약 멘트를 부착해주세요./④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환경을 생각하는 사진관이 되어주세요.] 을 들고 활동가들이 각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촬영해 게시하였습니다.
활동에 연대하는 의미를 담은 시그니처 네컷 포즈를 만들어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이렇게 촬영된 요구사항 또는 시그니처 포즈 사진을 SNS에도 업로드 한 뒤 스튜디오 계정을 태그해 온라인으로도 메세지를 전달하였습니다.
2022년 여름, 나는 기후우울을 경험하고 있었다. 연일 쏟아지는 기후위기에 대한 소식들은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환경을 위한 개인적인 실천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더 알고 싶었고, 같은 실천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게 하고 싶었다. 그때 ‘기후위기 유스액션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내게 필요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프로젝트는 기후재난 현황, 기후위기의 원인 및 책임 주체,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집단 등에 대한 강의로 문을 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요한 책임 주체인 기업의 태도였다. 기업은 기후위기의 원인을 소비자의 선택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죄의식을 이용해 개인적인 실천을 통한 대응에만 머물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착한 소비자로 머물면 승리할 수 없다. 우리는 소비자가 아니라 시민이 되어야 한다. 모여서 기후정의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기후정의와 인종, 계층, 세대, 노동, 여성의 연결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로만 기후위기를 인식했던 내가 더 큰 목적의식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기후위기는 현재에도 불평등을 가속하고 있는 인권위기였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설득의 논리 또한 풍성해졌다. 당장의 위협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가올 위협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적극적인 동참을 끌어낼 수 없다. 지금 존재하는 부정의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으로서 기후위기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이후에는 인권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인권은 ‘존재하는 법을 뛰어넘어 상상해야 하고 쟁취해야 한다.’는 정의가 마음에 크게 남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과정 역시 인권침해 제로를 달성해야 함을 마음에 새겼다. 점차 구체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변화해갔다.
국내외에서 기후정의에 목소리를 내는 활동가분들을 만날 기회도 있었다. 실행하고 있는 구체적 방법, 과정에서 발생했던 위기, 다음으로 가기 위해 정립한 방향성 등을 들었다. 그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용기가 되었다.
이제는 본격적인 실천으로 옮길 차례였다. 스포큰 워드, 스트릿 시어터 활동을 통해 캠페인 트레이닝을 했다. 기후우울은 내가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었다. 예술 분야를 공부하고 이에 종사했던 나는 회의감에 사로잡혔다.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은 활동에 자원을 소비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절망감에 짓눌려 예술이 변화를 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활동을 마치고 다시 예술을 부정적 감정 없이 바라보게 되었다. 새로운 숙제도 생겼다. 내가 공부하고 훈련했던 것들을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요구에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캠페인 기획에 대해서도 학습했다. 분명한 페르소나, 즉 타깃을 그리며 캠페인을 기획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연대의 스펙트럼 중 우리 편도 반대편도 아닌 곳에 위치한 ‘일상 속 에너지 과다 사용 업체’들로 페르소나를 좁혀 ‘24시간 무인 셀프 스튜디오’에 관심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기획하게 되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원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스들이 나이에 관계없이 서로를 존중하며 의견을 모아 만들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 캠페인이 완전하지 못할 수도,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서로 연대하고 있다는 감각은 그 크기가 아무리 작더라도 분명하게 다음으로 나아갈 용기를 준다. 지금은 작은 곳에서 목소리를 내지만 다음은 거대한 반대편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단 출발했다. 용기의 불씨가 꺼지기 전에 실패와 성공 여부를 계산하지 않고 나를 먼저 던졌다. ‘기후위기 유스액션 프로젝트’는 마무리되었지만 나는 안다.
내 연대는, 내 캠페인은, 내 투쟁은 이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