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인터뷰

“임신중지약, 두통약보다 안전…한국여성에 막을 이유 없어”

박고은 기자
이 글은 〈한겨레〉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란 선택지가 한국 여성에게 제공되지 않을 의학적·과학적 이유는 없습니다.”

28일은 ‘세계 안전한 임신중지의 날’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날을 하루 앞둔 27일 전세계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돕고 있는 캐나다 비영리단체 ‘우먼온웹’Women on Web 베니 알라-시우루아Venny Ala-Siurua 대표를 인터뷰해 그 내용을 <한겨레>에 전해왔다. 이 단체는 상담을 청한 여성들이 있는 지역의 법적 상황에 맞게 안전하고 합리적인 임신중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먼온웹은 설립 뒤 17년간 10만건 넘는 의약품을 통한 임신중지 서비스를 제공했고, 100만건 이상의 상담을 진행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지난해부터 ‘낙태죄’ 처벌 조항의 효력이 사라졌지만, 한국사회의 여성은 22달째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임신중지권을 보장하기 위한 보건의료 체계 마련에 굼뜬 탓이다. 지난해 7월 현대약품은 초기 임신중지약의 품목허가 신청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지만 1년 넘도록 허가는 나지 않았다. 우먼온웹은 상담 뒤 임상 적격 기준이 충족되면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초기 임신중지약)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베니는 “이 약은 세계보건기구WHO 필수 의약품 목록에 등재된 안전한 의약품”이라며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는 임신중지의 95% 이상이 의약품 임신중지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 약은 우리가 처방전 없이 먹는 일반 진통제보다 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베니 알라시우루아(Venny Ala-Siurua), 우먼온웹 디렉터.

베니 알라시우루아(Venny Ala-Siurua), 우먼온웹 디렉터

임신중지 서비스에 접근조차 어려운 한국 여성은 어쩔 수 없이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거래하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약물을 찾게 된다. 한편, 안전한 임신중지 의약품 거래 통로였던 우먼온웹 사이트는 약사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2019년부터 접속이 차단됐다. 베니는 “임신중지에 관한 정보를 자체적으로 생산·배포하지 않는 국가에서 이런 검열을 한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다른 웹사이트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사단법인 오픈넷 등 인권단체들은 지난 3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우먼온웹 홈페이지 접속 차단 조치를 취소해 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는 ‘재생산권’에 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월 “저출산 문제가 매우 심각한 사회 이슈가 된 이후로 태내 생명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 존속과 관련된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베니는 “(임신중지로 인한) 가족 계획이 가능했기에 여성에게도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윤 대통령과 같은 정치지도자의 후진적인 발언은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와 경제가 이뤄낸 발전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수많은 연구들이 임신중지를 거부당하는 것이 얼마나 가족의 경제적 안녕과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임신중지 서비스는 국가가 돌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임신중지권이 보장되지 않아 위기에 처한 여성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 미국에선 임신중지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연방대법원에서 뒤집힌 뒤 우먼온웹을 찾는 미국 여성들이 크게 늘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폴란드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폴란드는 임신중지를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이나, 임신이 건강에 위협에 되는 경우에만 허용한다. 베니는 “난민 여성들은 강간으로 인한 임신이란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 과정은 전쟁을 피해 도망친 난민 여성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안기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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