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로마족의 강제퇴거를 막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국제앰네스티 로비단!
각 구청을 방문하기 위해 준비했던 일들과, 면담과정의 에피소드들을
로비단이 직접 소개 합니다.
오리엔테이션 – 마지노선을 만들다.
전날 술을 많이 마셨지만, 오늘 중요한 날이라는 것을 알기에, 숙취 같은 것은 찾아오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밖을 바라보았다. 태풍 ‘무이파’가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상태였지만, 오늘 일이 잘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로비단을 만나기 전에 미리 이것저것 검색도 하고 연구도 하면서 내가 맡은 부분에서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결정을 지었다. 다른 회원님들도 잘 해낼 것이라는 생각과 그 분들의 준비성에 먹칠을 할 수 없다는 사명감마저 느껴졌다.
오후 1시에 수유역 1번 출구 앞의 커피숍에서 강북구청을 방문할 다른 회원 분들을 만났다. 각각 맡은 부분은 달랐지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가면서 중요한 부분들을 어떻게 얘기할 것인지 잘 조율해 가면서 발표 내용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특히,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김지산 씨가 준비해온 내용이었다. 구청장에게 서명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으로 강북구청에서 내가 맡았던 역할이었다. 지산씨가 준비한 코멘트의 내용과 목소리를 들으면 마치 드라마 ‘무사 백동수’에서 ‘여운’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느낌을 받았다.
<강북구청으로 이동하기 전, 최종 면담을 진행중이다>
실장님과 간사님 그리고 다른 회원님들께 지난 주의 중요했던 사항을 얘기하면서 앞으로 있을 상황에 대해서도 미리 예측을 해봤고, 비록 두 번째 면담이지만 처음으로 갔던 서대문구청의 경험을 살려 오늘 두 곳의 구청에서의 면담도 잘 해결하리라 다짐했다. 병원에 다녀오느라 많이 늦게 되어 걱정되었던 이정민 회원님이 도착하자마자 최종 면담 연습을 마치고 강북구청으로 이동을 하였다.
1차전 – 땅굴작전에 일격을 당하다
그렇게 도착한 강북구청. 우리는 들어가기 전에 결의를 다지는 마음으로 사진촬영을 하였다. 마치,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필승을 다지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처럼 말이다.
오후 3시 박겸수 강북구청장을 만났다. 지금까지 연습해 왔던 것처럼 박진옥 실장님께서 면담 순서를 진행하시면서 우리 로비단은 차근차근 구청장님께 국제앰네스티 소개도 하고 세르비아 상황도 설명하면서 준비한 내용을 말씀 드렸다. 침묵으로 일관하시면서 듣고 계시던 구청장님. 나중에는 베오그라드 시장에게 보낼 편지 내용을 하나하나 검토하시는 구청장님의 눈빛을 바라보았을 때, 순간 아차 싶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무슨 연유로 구청장님을 찾아 뵙는 것이며 무슨 연유로 서명을 부탁하는 것인지 정확히 모르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청장님께서 로마족의 기원이나 세르비아의 독립에 대해 물어보셨을 때, 우리는 제대로 대답을 드리지 못했다. 그저 이번 서명활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만 준비했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 때 기습남침을 받은 느낌이 이런 것일까? 서명을 받고 기념촬영도 하였지만, 속으로는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았던 건 나 뿐이었을까?
<서명을 받고 기념촬영도 하였지만, 속으로는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았던 건 나 뿐이었을까?>
2차전 – 두 번은 없다
강북구청에서 노원구청으로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구청장님의 서명을 받아내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은 오만함이 원인이라는 답을 얻어냈다. 왠지 나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찌 해야 할 지 몰라 나름 상념에 빠져 있었을 때, 다른 회원님들은 대답을 못했던 세르비아의 역사와 로마족의 역사를 공부하고 계셨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정보를 얘기하면서 공유하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서서히 경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두 번은 없다’라고!
<형극의 고개를 넘고 이뤄낸 성과!>
마무리 – 형극의 고개를 넘고
‘형극의 고개를 넘고’ 라는 말은 예전에 ‘서울대 두 번 들어가기’ 라는 책에서 봤던 제목이다. (저자인 차정현 씨께 실례를 표합니다.) 여러모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강북구청과 노원구청! 이정민 회원님은 “오늘 부담감을 많이 느꼈지만, 잘 끝나서 다행이다”고 하셨고, 김지산 회원님은 “처음이었지만 재미있었다”라고 소감을 말씀해주셨다. 오늘은 정말 형극의 고개를 넘은 거 같았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고비를 만났지만, 그걸 계기로 삼아 앞으로 로비단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점에서는 큰 수확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구청장님들도 서서히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 확신하고 남은 면담이 더욱 기대된다는 이기홍 인턴 분의 말씀처럼 나도 조금이나마 기대를 한 번 가져보고 로비단의 더욱 더 나은 멋진 활약을 기대하면서 글을 마친다.
박건식(rjstlr08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