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리뷰

[11월 기획] 편지쓰기마라톤-표현의 자유: ‘소통’에 목숨을 건 사람들

#1

한 스무 살 청년이 있습니다. 청년은 페이스북을 애용하며 인터넷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즐깁니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취미는 어느새 청년을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사적 공간에 밝힌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한 견해가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청년의 나라에서는 올해 봄, 이웃 나라들에서 일어난 일련의 민주화 시위에 영향을 받고 민주화와 더 나은 삶을 향한 갈망이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2011년 2월 3일, 청년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소한 제안 하나를 합니다. 3월에 있을 ‘분노의 날’ 시위에 동참하라는 제안이었죠. 다음날, 페이스북을 좋아하는 청년은 진보 정당 모임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마리화나 0.74g을 소지했다는 혐의였습니다. 혈액 검사를 한 후 청년이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청년은 2년 6개월 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의 스무 살 청년 ‘자바 사발란’은 마약 소지 혐의로 여전히 수감 중입니다.

#2

기본권을 보장해 달라며 꾸준히 활동해온 여성들이 있습니다. 이 여성들은 ‘짐바브웨 여성이여, 일어나라!(WOZA: Women of Zimbabwe Arise)’는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정치 개혁이 아니라, 주거, 공공 서비스 요금, 생계 수단, 교육 문제 등 생활과 직결된 권리들에 대한 것입니다.

2011년 5월 10일도 WOZA 회원들은 짐바브웨 전기 서비스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서비스 질은 형편 없고 전기 요금은 너무 비싼 데 항의하는 집회였습니다. 이중에는 아이들을 동반한 여성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2000명의 WOZA 회원들은 전기 공사 앞까지 평화 가두 시위를 하다 경찰에게 폭행당하고 체포됐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있었고, 어떤 위협적인 행위도 없었던 평화로운 시위였습니다. 정부의 커다란 잘못을 규탄하는 것도 아니고, ‘전기세 인하’라는 사소하고 평범한 요구사항이었는데 경찰의 진압은 가혹했습니다. 2003년 결성된 WOZA 여성들은 이런 일을 무수히 겪어왔습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체포되는가 하면, ‘세계 평화의 날’이나 ‘여성의 날’과 같은 기념일에 가두 행진을 벌였다가 구금됐습니다. NGO 단체가 할 수 있는 왠만한 일은 모두 저지당하고 탄압받았는데도, 이 용기 있는 여성들은 여전히 평화 원칙을 고수하며 짐바브웨의 크고 작은 일들에 항의하는 시위를 조직합니다. WOZA의 행동원칙은, ‘사랑의 힘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강인한 사랑’(Tough Love)입니다.

#3

러시아에서는 언론인이나 인권 운동가들이 일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특히 체첸 지역에서는 체첸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세력에 대한 탄압이 극심합니다. 러시아 정부 및 체첸 정부가 자행하는 인권 침해를 고발하는 언론인과 인권 운동가들 또한 탄압의 대상입니다.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에스테미로바는 10년 동안 체첸의 인권 탄압을 고발한, 몇 안 되는 러시아의 인권 운동가였습니다.

2009년 7월, 에스테미로바는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됐고, 납치된 지 8시간 후 고속도로 변에서 살해된 체 발견됐습니다. 이는 예고된 죽음이었습니다. 이전에도 체첸의 독립을 요구하는 사람들이나, 이들을 변호하는 변호사, 진실을 고발했던 언론인들이 암살당한 바 있습니다. 에스테미로바가 죽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조사도, 처벌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 – ‘소통’에 목숨을 건 사람들

요즘 인기 있는 사극 드라마에서 어떤 백정이 임금을 해하려는 음모에 가담했다는 모함을 받고 붙잡힙니다. 그를 붙잡은 관리가 ‘죄가 없다고 변명하면 되지 왜 도망갔느냐’고 추궁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제가 양반입니까? 사대부입니까…? 그런 변명은 양반들이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잡히면 그대로 죽는 길밖에 없습니다.”

이 백정의 말대로 아무리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해도 자신보다 큰 힘이 있는 권력에 의견을 바로 밝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말 그대로 ‘자유’에 속하는 기본권이지만, 어떤 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전세계에서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어온 과정은 곧 투쟁의 역사이기도 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권리이지만, 권리 이전에 욕구가 아닐까 합니다. 소통에 대한 절실한 욕구가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죠. 앞에 소개된 세 가지 사례는 ‘소통에 목숨 건’ 사람들, 표현의 자유를 향한 의지가 남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제르바이잔의 자바 사발란은 국민의 요구에 관심이 없는 정부에 끊임없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직접 소통이 막혀있는 현실에서 페이스북을 열정적으로 활용한 사발란의 열의는 다른 청년들의 마음도 움직였습니다. 짐바브웨의 여성 인권 단체 WOZA 회원들 역시 계속되는 탄압에도 정부에게 말걸기를 멈추지 않았죠. 러시아의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는 신변에 위협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도 목숨을 건 진실 고발을 계속했습니다. 그것은 체첸 정부와 러시아 정부에게 직접적인 비판인 동시에, 아직 현실에 눈 감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의지였습니다. 권력은 명령 하나로 정당한 요구를 묵살할 수도 있고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으나, 이들은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권력을 향해 소통을 계속 시도했던 것입니다.

<아제르바이잔의 자바 사발란>

<짐바브웨 여성단체 ‘WOZA’>

그런 면에서 표현의 자유는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소통을 하려는 사람들의 특권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그것의 동력인 소통 욕구가 시민의 권리라면, 홍보, 그리고 명령은 수직적인 권위입니다. 자바르 사발란과 WOZA, 에스테미로바를 탄압했던 권력은 이러한 소통 욕구를 이해하지 못했고, 시민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었기에 이들을 폭력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들을 탄압할 것을 알면서도 대화하려는 의지가 없는 정부를 향해 소통을 계속 시도했던 이들은 무척 용기 있는 사람들입니다.

탄압하는 권력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 ‘다수’

자바 사발란, WOZA,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이들의 공통점은, 각자가 힘 없는 개인이었다는 것입니다. 짐바브웨의 WOZA는 6만 명의 회원으로 이뤄진 집단이지만, 대부분 여성이고, 폭력을 쓰지 않는 평화 원칙을 지키는 단체입니다. 또한 이 단체는 단 몇 사람의 여성으로 시작했을 때부터 탄압받았습니다.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를 기리는 앰네스티 회원들>

정부나 권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하나, 진실을 고발하는 몇 편의 기사, 정부를 비판하는 활동가 몇 명을 진짜 위협이라 느껴서 탄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들 개개인에게 혐의를 씌워 구속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본보기’로 위협을 줘서 다수가 참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이 두려워하는 건 진실 자체나 활동가들이 아닌, 누군가의 용기 있는 표현으로 촉발되는 대중의 분노입니다.

그렇다면 권력이 더 이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항의일 것입니다. 그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다수의 힘, 즉 ‘머리 쪽수’이니까요.

편지쓰기는 이러한 연대를 표현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앰네스티는 오래 전부터 탄원 편지를 써서 인권을 지켜왔습니다. 앰네스티 탄원 편지는 처음에 직접 손으로 쓰는 편지로 시작했지만, 이메일로도 서한을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정해진 서식을 갖게 됐습니다. 몇 년 전부터 회원들은 자원 봉사자들과 활동가들이 쓴 편지에 서명만 하는 형식으로 탄원 편지를 쓸 수 있게 됐지요.

<이메일 서한>

물론 편의를 위해서 고안된 방식이지만,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전하는 데는 2%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여전히 손편지를 써서 탄원하는 회원들도 어딘가에 있겠지요. 그러나 적당한 시간과 기회가 없어서 정해진 서식의 온라인 탄원으로만 참여했던 회원들에게, ‘편지쓰기 마라톤’ 행사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진심을 전달할 좋은 기회입니다.

< 2010년 한국지부와 IS에서 열린 편지쓰기 마라톤 행사>

앞에 소개된 자바 사발란과 WOZA,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는 바로 올해 ‘편지쓰기 마라톤’ 행사의 사례자들입니다. ‘편지쓰기 마라톤’은 매년 세계인권선언 선포일인 12월 10일에 앰네스티 전세계 지부에서 동시에 열립니다. 같은 시간, 전세계 수만 명의 사람들이 편지를 쓴다는 일이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보다 진짜 기적은 그 마음들을 모아 연대의 서한을 만들면, 누군가의 억압받는 인권을 회복시켜줄 수 있다는 사실일 겁니다.

귀 막고 눈 감은 권력에 용기 있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던 사람들, 자바 사발란과 짐바브웨의 여성들, 그리고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에게 (비록 그녀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녀의 죽음에 관해 어떤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여전히 러시아의 인권 운동가들이 비슷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표현합시다. 12월 10일, ‘편지쓰기 마라톤’ 행사에서!

▶우표를 클릭하시면 각자의 사례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1 편지쓰기 마라톤 홈페이지 바로가기

2011 편지쓰기 마라톤 온라인 서명 하러가기

2011 편지쓰기 마라톤팩 신청하기

*편지쓰기 마라톤팩이란? 가족, 친구, 혹은 모임에서 함께 ‘편지쓰기마라톤’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마라톤팩를 보내드립니다. 마라톤팩에는 올해의 마라톤 사례(6개)소개와 개별 엽서(6장)로 구성되어있습니다. 5셋트이상 부터 신청 가능합니다.

narae

한국: 내가 쓰는 핸드폰과 전기자동차가 인권을 침해하지 않게 하라!
온라인액션 참여하기
세상의 부당함에 맞서 싸웁니다
후원하기

앰네스티의 다양한 자료를 통해 인권을 쉽게 이해하고 인권활동에 함께해요.

당신의 관심은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힘입니다.
이름과 이메일 남기고 앰네스티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