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번의 수요일이 지나갔습니다. 할머니들께서는 1,000회를 거듭한 집회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내시기까지 그 동안 조금이라면 조금의, 많다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 헌법재판소에서 ‘위안부’ 할머니 피해 배상에 관해 우리 정부가 적극 개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기분 좋은 변화가 있는가 하면, 어제 김요지 할머니께서 별세하셔서 현재 정부에 등록한 234명의 위안부 중 생존자는 63명에 불과하다는 안타까운 변화도 있습니다.
오늘은 수요시위가 1,000회를 맞이하는 날입니다. 이 특별한 수요시위에 가보았습니다.
<수요시위 전경>
눈발이 간간이 날리고 있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3,000명이라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를 가득 메웠습니다. 초등학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랄 것 없이 피켓을 들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지하는 행렬에 서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온 사과의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
이 날은 지금까지의 시위와는 다르게 한 시간 삼십 분 가량으로 진행되었으며 1,000회니 만큼 많은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사회는 탤런트 권해효 씨가 맡았습니다. 첫 순서로 수요시위가 걸어온 길을 담은 동영상을 상영했습니다. 할머니들께서 용기 내어 사회에 처음 목소리를 내신 것, 수요시위가 시작되고 100회, 200회… 그리고 1,000회까지 할머니들이 걸어온 길을 보며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이 불거졌습니다.
<희망승합차>
이어서 희망승합차 전달식이 있었습니다. 희망승합차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새 차인데요. 정부도, 기업도 아닌 일반 시민들의 모금으로 마련한 차입니다. 트위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 1인 저널리스트가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용하는 승합차가 낡고 잔고장이 많지만 바꿀 여유가 없다는 소식을 접하고 트위터에 승합차 기부를 위한 글을 올리면서 많은 모금이 이루어졌습니다. 13일 기준으로 2,000여 명의 시민들이 5,500만 원을 기부하여 비로소 오늘 희망승합차가 할머니들께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평화비>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평화비 설치였습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예정대로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에 ‘위안부’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한 ‘평화비’를 세웠습니다. 이 소녀의 옆자리는 빈 의자로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앉을 수 있도록 비워져 있습니다. 의자 옆 돌 바닥에는 ‘1992년 1월8일부터 이곳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2011년 12월14일 1,000번째를 맞이함에 그 숭고한 정신과 역사를 잇고자 이 평화비를 세우다’라는 문구가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등 3개국어로 새겨졌습니다.
<연대공연 중인 김여진씨>
이어 홍순관 씨 등의 연대공연과 한명숙 전 총리, 정몽준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배우 김여진 씨 등의 연대발언도 있었습니다. 또한 탤런트 이서진 씨도 시위에 참여했으며 가수 이효리, 노회찬 통합진보당 공동대변인 등 유명인사들이 트위터로 수요시위 참석과 관심촉구를 위한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회자 권해효 씨는 “다음주에도 또 나오겠습니다!”라고 외치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정의를 되찾기 위해 앞장섰습니다.
<앰대의 ‘바위처럼’>
국제앰네스티 대학생네트워크도 이 날 시위에 일조했습니다. 매 시위에 문선으로 시작하는 ‘바위처럼’ 노래에 맞춰 율동을 선보였습니다.
성명서 낭독을 마지막으로 1,000번째 수요시위는 막을 내렸습니다. 1000회라는 숫자와 함께 20년이라는 세월도 흘렀습니다. 20년 동안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바로 그들의 정의를 찾는 것입니다. 1,000회를 ‘맞이’했다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1,000번째 시위는 달갑지 않습니다. 일본정부가 공식 사과를 하고 할머니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 시위가 하루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일 뿐입니다. 시위는 다음주에도 다 다음주에도 계속됩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