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주제로 개최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의 비공개회의는 노동, 교육, 스포츠 활동 및 공공장소에 대한 여성과 소녀들의 접근을 가로막는 탈레반의 숨 막히는 금지 관행을 뒤바꾸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국제앰네스티가 밝혔다.
2022년 12월 24일, 아프가니스탄의 사실상 당국인 탈레반은 모든 현지, 국제 NGO에서 여성 직원 고용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12월 20일에는 추가 공지가 있기 전까지 모든 대학교에서 여학생을 모집하지 않도록 명령했다. 2022년 11월에는 여성들이 아프가니스탄 내 공원 및 체육 시설에 입장할 권리가 거부되었다. 이 밖에도 여성들은 2021년 중반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이후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금지되었고, 여학생들을 위한 중등학교도 전국적으로 폐쇄돼 왔다.
국제앰네스티 남아시아 지역 국장 야미니 미쉬라Yamini Mishra는 이렇게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가 급격히 억압되는 것을 시급히 멈춰야 한다. 탈레반이 최근 몇 달에 걸쳐 수많은 차별적 제한 규정을 잇달아 발표해 여성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말살하는 것을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가 급격히 억압되는 것을 시급히 멈춰야 한다.
–국제앰네스티 남아시아 지역 국장 야미니 미쉬라
“유엔 안보리는 탈레반이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제한 규정들을 시급히 해제하도록 촉구할 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러한 제약에 반대하며 대담하게 시위에 나서는 모든 사람에 대한 탄압을 멈추도록 요구해야 한다.”
악화하는 인도주의적 위기
빈곤율이 치솟고 있는 지금, 여성들의 NGO 활동을 금지시킨 탈레반의 결정은 아프가니스탄을 더 깊은 인도주의적 위기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이러한 제한 규정은 심각한 식량 불안정 및 영양 부족 수준이 악화하는데 작용했으며, 건강 및 교육 등의 기본권에 대한 여성들의 접근성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내 교육 및 아동보호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국제 NGO에서 활동하는 마흐무드 Mahmud*는 국제앰네스티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새로 발표된 탈레반의 결정에 따라 지역사회에 있는 여성들에게 접근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여성 수혜자들을 찾아내는 것은 여성들이었으니까요. 그들이 여성 수혜자들을 선별했죠. 여성들에게 지원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것도 여성들이었습니다.” 탈레반이 발표한 성차별 규정뿐만 아니라 기존의 문화적 민감성 측면에서도 여성들은 지역사회에 있는 다른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데 필수적인 연결고리였다. 앞서 여성들이 여성 수혜자들을 위한 이 업무들을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은 공공 생활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이들은 인도주의적 재난이 심화할 향후 몇 개월 동안 가장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더는 남성 활동가들이 여성들에게 필수 서비스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요 국제 NGO 최소 3곳―케어인터내셔널CARE, 노르웨이난민위원회Norwegian Refugee Council,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여성 직원 없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없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활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내 인도적 지원의 중추 역할을 해온 NGO 주도의 지원은 붕괴 직전의 위기에 놓였다. 12월 28일, 유엔 역시 아프가니스탄 내 프로그램 일부를 중단했고, 여성 구호 인력에 대한 탈레반의 활동 금지 조치로 인해 다른 여러 활동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긴급 지원 예산 명목으로 세계은행World Bank이 아프가니스탄재건신탁기금ARTF으로부터 마련한 10억 달러 이상을 포함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유엔 기관 및 실행 파트너들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여성들은 이미 필수 구호 서비스 접근성 측면에서 가장 낮은 지위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이 완전히 지워지고 있는 듯하다.
–야미니 미쉬라
“마치 탈레반이 의도적으로 나라를 기근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차별적인 정책들은 충격적인 수준의 식량 불안정을 야기하고 국제적 지원 전달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여성들은 이미 필수 구호 서비스 접근성 측면에서 가장 낮은 지위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이 완전히 지워지고 있는 듯하다.”라고 야미니 미쉬라는 말했다.
심각하게 훼손된 교육 접근성
이미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의 중등 및 고등 교육 접근이 거부된 상황에서, 여성의 NGO 활동을 금지시킨 조치는 학생들이 지역사회 기반의 교육 시스템을 통해 교육에 접근하는 것마저 가로막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탈레반 정권 이전, 학교 밖에 있는 약 370만 명의 아동그중 60% 정도가 소녀들이 학교 교육을 지속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이 체계 속에서 근무하는 교사 대다수가 여성인데 탈레반은 이들을 NGO 활동가로 분류한다.
지역사회 기반의 교육을 제공하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아흐마드Ahmad*는 이렇게 말했다. “이 제한 규정으로 인해 이제 여성과 소녀들은 교사로 활동할 수도 없고, 전에 일부 도시에서 들을 수 있었던 무료 수업에도 참석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연결 수업들은 영어를 비롯한 다양한 교과목에 대한 교육을 제공했었습니다.”
또 다른 NGO 활동가 자린Zareen*은 국제앰네스티에 이러한 변화들이 건강과 위생에 관한 프로그램들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는 소아 설사 및 예방과 여성들의 개인위생 관리법에 관한 인식을 심어줍니다. 가족 관리에 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하죠. 특별히 임산부와 아동의 영양에 관한 인식을 제공합니다.” 탈레반의 제한 규정들은 이러한 대중 인식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며, 여성 NGO 활동가들이 수행하는 이 프로그램들은 개인위생, 가족 영양, 건강에 관한 인식 제고에 필수적이다.
거부당한 생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집권하자 공직, 정책결정 기구, 사법부 등 정부 기관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일제히 자신의 직책에서 제거되었다.
여성의 NGO 활동까지 제한한 탈레반의 조치로 인해 이제 자린*은 집에 머물러야만 한다. 자린은 국제앰네스티에 이렇게 말했다. “집안의 유일한 생계부양자로서 소득이 없어질까 봐 두렵습니다. 급여를 받지 못하면 제 아이들의 삶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겁니다. 이제 저는 정신 건강상에도 문제가 생겼고 몸도 아픕니다.”
아프가니스탄 여러 주에서 교육, 보건 부문을 다루는 단체에서 활동했던 마쏘마Massoma*는 탈레반의 제한 규정들이 발효된 직후,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들었다. “저의 계약은 탈레반이 결정 사항을 발표한 후에 만료되었습니다. 1월 초에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거라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더 이상 마쏘마는 급여를 받지 못한다.
야미니 미쉬라는 “NGO에 대한 이런 차별적 제약들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이미 직면하고 있는 대대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뿐이다. 여성 NGO 활동가들마저 노동권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 여성들에게 도달하지 못하게 되어 지원 활동에 연쇄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여성 혐오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여성 NGO 활동가들마저 노동권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 여성들에게 도달하지 못하게 되어 지원 활동에 연쇄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야미니 미쉬라
탈레반의 억압적인 새 규칙들은 여성들이 NGO가 운영하는 지역사회 생계 프로그램에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여성 수혜자들의 소득 창출 부문 일부를 다루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아즈말Ajmal*은 앰네스티에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러한 소득 창출 프로젝트의 혜택을 얻는 중소기업주의 절반 이상이 여성입니다. 이 수혜자들을 찾아내 모니터링하는 것도 여성 NGO 활동가들이죠.”
집단적 처벌
탈레반은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로 여성과 소녀들의 교육권과 노동권, 자유로운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보호 및 지원 체계를 심하게 훼손하고, 차별적인 규정을 경미하게 위반한 여성과 소녀들을 구금하고, 아프가니스탄의 아동 결혼, 조혼, 강제 결혼율을 급증시켰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 <천천히 찾아오는 죽음: 탈레반 집권하의 여성-Slow Motion: Women and Girls Under Taliban Rule>은 이러한 억압적인 규칙에 반대하며 평화로운 시위에 나선 여성들이 위협, 체포, 구금, 고문, 강제 실종되는 실태를 밝히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사실상 당국인 탈레반이 여성과 소녀들의 중등 및 고등 교육 복귀를 즉시 허용하고, 여성들이 독립적으로 근무하며 공공장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촉구한다. 국제사회는 또한 탈레반이 그들의 제한적인 정책을 철회하고, 여성들의 NGO 고용 재개를 허용하며, 전국적으로 여성의 완전한 시민권을 보장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에 대한 탈레반의 잔인한 제한 규정들은 전체 인구, 특히 여성들에 대한 집단적 처벌이다.
–야미니 미쉬라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에 대한 탈레반의 잔인한 제한 규정들은 전체 인구, 특히 여성들에 대한 집단적 처벌이다. 유엔 안보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에 대한 체계적 말살을 근절할 방법에 관한 일련의 구체적 단계를 담은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 이는 아프가니스탄에 휘몰아치는 인도적 재앙을 멈추기 위한 조치가 될 것이다.”라고 야미니 미쉬라는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에 대한 체계적 말살을 근절할 방법에 관한 일련의 구체적 단계를 담은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
–야미니 미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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