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자주 10대의 반항을, 그들의 가벼움에 얘기합니다.그리고 어른다운 충고와 훈계를 그럴듯하게 해 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라 여깁니다.
그러나 더 많은 순간 우리 어른들은 10대들에게서 희망을 만나게 됩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에 토요일 오후의 즐거운 일들을 뒤로 미루고학교 도서관에 국제앰네스티 대구고 동아리 10명의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아이들은.겨울 햇살이 도서관 창들을 화사하게 비추어 주던 오후 두시부터학교가 온통 어둠과 추위에 싸여 적막하기만 했던 밤 10시를훌쩍 넘긴 시각까지지구의 어두운 곳 어디에선가 위협과 폭력에 놓여구원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낯선 사람들을 위해탄원 편지쓰기운동을 펼쳤습니다.
창문 틈으로 새워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조차 아랑곳하지 않고수틀에 한땀 한땀 수를 놓는 새색시같은 고운 마음으로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적어가는 모습은 너무나 진지해서,아름다웠습니다.
절망속에 갇힌 그들을 위해 촛불 하나씩 밝히고 그들의 이름차례로 부르며 따스하고 밝은 세상으로그들을 불러내는 촛불의식에는 조용하게, 조심스럽게 진심을 담고 있었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을 밀어내고 아름다운 세상,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위해 작은 일부터 시작할 줄 아는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희망’이라는 이름의 배가 또 하나세상을 향해 출항했음을 알았습니다.
이 배가 비와 바람과 거친 파도 속에서도 무사히 항해를 마칠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국제앰네스티 대구고 동아리 편지쓰기마라톤을 지켜보며 2005년 늦은 저녁에…
동아리 지도교사 서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