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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발견하는 인권 : 앰네스티 네팔지부 사무국 방문기

앰네스티 네팔지부의 첫 번째 외국인 회원이 되다.

– 앰네스티 네팔지부 사무국 방문기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여행자거리인 타멜에서 40분 가량 걸어가면 앰네스티 사무국이 있다. 지도를 보고 찾아간 앰네스티 사무국 건물은 참 예뻤다. 대문에도 커다랗게 앰네스티 로고가 조각돼있고 전통적인 네팔양식과 현대식이 섞인 3층짜리 건물에도 커다랗게 로고가 장식돼 있었다. 오피스 매니져인 쉬라다 타파씨가 반갑게 날 맞아주셨다.

카트만두의 여행자거리인 타멜에서 북쪽에 위치한 네팔지부 사무실. 공영 터미널인 발라주 파크 근처에 있다. 대문에 새겨진 촛불 로고가 인상적이다. ⓒ김성민

 

며칠 전에 이슈화 된 큰 사건에 대한 얘기부터 나눴다. 지난 11월 20일, 시골 출신의 여성이 여권을 위조해서 사우디 아라비아로 이주노동을 갔다 오다가 공항에서 출입국 관리소 직원에게 걸렸다. 여성은 글자를 읽을 줄 몰랐다. 그 점을 이용해 직원은 여성의 돈을 빼앗았다. 3년간 힘들게 모은 돈이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성폭행까지 한 후 고향으로 보냈다. 그 여성의 고향 마을에서 난리가 났고 그로 인해 시끌벅적 하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 들어 일어나는 이주노동을 통한 인권침해는 대부분 시골지역 출신의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에게 벌어진다. 문맹률이 높고 법절차에 대한 정보가 없기에 브로커들에게 쉽게 사기를 당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무책임과 제도적인 모순들로 인해 보호를 받지 못하고 불법적인 경로로 이주노동을 가게 돼 인권침해에 더 취약하다. 앰네스티 네팔지부는 지방을 돌면서 가이드북을 나눠주고 사람들에게 이주노동에 대한 정보와 권리를 알리는 프로젝트를 지난 3월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이주노동얘기를 좀 더 나눴다. 한국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일종의 소수자이고 그래서인지 이주노동자 인권문제가 그렇게 큰 이슈가 아닌 것 같은데 네팔에선 다른 것 같다는 내 인상을 얘기했다.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네팔에서 이주노동을 경험하는 사람은 매우 많고 그 가족, 친구등을 따지면 굉장히 많은 숫자가 이주노동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또 그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전체 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굉장히 비중있는 이슈라고 했다.

12월 18일인 이주노동자의 날, 네팔의 주요 신문중 하나인 카트만두 포스트에 실린 노마 강 무이코 앰네스티 조사관의 칼럼이다. 네팔에서 이주노동자의 날은 중요하게 다뤄진다. 또 노마가 칼럼을 썼다는 건 앰네스티 보고서 등으로 인해 네팔에서 이주노동자 문제에 앰네스티가 꽤 영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카트만두 포스트 홈페이지에서 PDF파일을 다운 받아 캡쳐했다. ⓒkathmandu post

작년 12월에 나온 이주노동자 보고서를 선물로 주셨다. 한국에서 여러 번 만났었고 한국에 대한 보고서도 낸 적이 있는 노마 강 무이코가 쓴 보고서라 더 반가웠다. 이 보고서는 네팔지부의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캠페인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보고서에 담긴 사례들로 인해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피해 사례들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됐고 보고서에 담긴 이주노동자 관련 법 조항들과 요구사항들을 잘 홍보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실제로 네팔 정부에서도 이 보고서를 참고해서 이주노동자 인권보호 장치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쉽게 출력할 수 있는 보고서지만 네팔 지부에 방문해서 인쇄된 보고서를 직접 받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네팔 여행 틈틈이 이 보고서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네팔지부 사무국의 오피스 매니저인 쉬라다 타파씨와 여러가지 얘기를 나눴다. 맛있는 네팔식 요리도 같이 먹고 네팔 이주노동자 보고서(왼편)도 선물로 받았다.

네팔의 다른 인권이슈에 대해서도 물었다. 네팔은 정치적 이유로 내전이 있었고 그 전쟁이 끝난 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았다. 왕정이 끝나고 민주적인 연합 정부가 들어서서 아직도 헌법이 만들어지지 않은 신생국가라 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내전 기간에 수많은 인권침해가 벌어졌고 그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이슈라고 한다. 한국의 과거사 위원회 같은 기구가 만들어져서 절차적 준비는 끝났지만 실제로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인권침해를 많이 저질렀던 책임자들이 오히려 그런 위원회에 속해 있어서 라고 하는데 그래서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올해 있었던 세계 인권선언일에 그에 관한 토론회가 있었는데 질문도 많고 분위기도 뜨거웠다고 한다.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소식을 꺼내자 샤라다는 내게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냈다. 나는 인권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고 과거사라든가 최근 보수적인 정권하에서 인권이 후퇴된 것이 심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말했다. 샤라다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여성 정치인이 대통령이 된 것은 다른 국가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이라는 느낌을 말해줬다. 이 밖에도 집회나 표현의 자유,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강제 퇴거 등의 얘기를 나눴다.

마침 식사시간이라 같이 식사를 나눌 수 있었다. 네팔의 가장 기본적인 요리인 야채커리(타카리)와 로티(얇게 구운 빵)를 맛있게 나눠먹었다. 그리고 사무국 직원분들을 한명한명 소개해 주셨다. 네팔지부에서 20년동안 일하신 프랄라드, 재정담당을 맡은 안자나, 인터넷이나 홍보를 담당하는 레크나트, 그리고 회원관리를 맡는 인드라를 차례로 소개받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회원관리를 담당한 분과 얘기를 나누다가 혹시나 싶어서 외국인인 저도 회원가입을 할 수 있냐고 물었는데 가능하다고 하셨다. 네팔에 머무는 동안 혹시라도 앰네스티 네팔지부에서 하는 캠페인에 참여할 기회가 있을 때 네팔지부 회원자격으로 참여하면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가입 신청서를 가입하고 즉석에서 가입했다. 가입비로 25루피, 2년간의 멤버쉽으로 200루피를 냈고 회원증과 수첩, 볼펜, 브로셔, 뱃지 등 가입 선물도 받았다. 네팔지부에 가입한 외국인은 내가 처음이라고 재밌어 하셨다.

 

즉석에서 앰네스티 네팔지부 회원으로 가입했다. 가입비는 25루피(한화 320원) 2년간의 멤버쉽 유지비는 200루피(2500원)이다. 네팔지부의 첫 외국인 회원이라 무언가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네팔에 체류하는 동안 네팔지부회원으로서 활동할 수도 있고 한국에서도 네팔지부의 소식을 받으며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거란 생각에 가입했다.

네팔지부의 캠페인 소식이나 뉴스는 네팔 현지어뿐이 아니라 영문으로도 바로바로 홈페이지에 올라간다. 또한 네팔에는 유스회원을 중심으로 한 그룹활동도 활발하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관심과 의지만 있으면 네팔의 활동에 쉽게 연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주노동자 이슈와 같은 건 한국의 네팔인 공동체나 이주노동자 활동가들과 더불어 네팔지부와 네팔 사람들과 직접 연결하면서 활동을 하면 많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지속적으로 이주노동자 이슈에 대해서 함께 소식을 모으고 공부하며 한국과 네팔 양쪽으로 대화하며 활동을 하는 그룹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네팔지부 회원가입 선물들. 회원증과 함께 앰네스티 다이어리, 뱃지, 볼펜, 브로셔 등을 받았다. 브로셔는 네팔어로 돼 있어 읽을 수는 없었다.

앰네스티는 국제단체이다. 따라서 해외여행을 할 때 약간의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앰네스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여행 중에 짬을 내서 앰네스티의 사무국이나 활동가들을 찾아 본다면 그 나라의 인권상황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는 동기가 되지 않을까. 또 그 사회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돼 여행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때로는 그 나라의 활동가들에게도 외국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가 작은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너무 많이 방문해서 직원 분들의 시간을 뺏는 건 예의가 아닐지 모른다. 찾아가보자.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사무국을 나설 때 마침 퇴근시간이 돼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안자나, 인디라, 쉬라다, 나, 레크나트, 그리고 프랄라드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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