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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로 연대하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번쯤을 들어보았을 노랫말이다. 이 곡을 들으면 비장한 표정으로 노래에 맞춰 주먹 쥔 팔을 위 아래로 흔드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여러 민중 가요 중에서도 집회 현장에서 빠지지 않고 불려지는 이 노래의 제목은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제 5공화국 시대를 포함하는 80~90년대에 주로 불리워지며 ‘시위를 부추긴다’,  ‘정권에 반한다’ 라는 이유로 한 때는 ‘반 체제 노동가요’ 라며 금지곡이 되었다. 많이 들어보긴 했어도, 이 곡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와 전라남도 일대에서는 10.26 사건으로 대통령 박정희가 사망한 이후 권력을 잡은 신군부(新軍部)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며 광주 시민과 전남대, 조선대 등의 대학생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는 민중항쟁이 시작되었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하였고, 언론은 광주가 폭도들에 의해 점거되었다는 보도만 되풀이했다. 그리고 공수부대가 투입되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실탄 사용을 포함 폭력적인 진압으로 많은 목숨이 희생되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바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정에서 숨진 윤상원, 박기순 (열사)의 영혼 결혼식에서  처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금남로에서 있었던 200여대의 차량시위 모습이다  ⓒ5.18기념재단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http://youtu.be/00qWJQJM8LM

독재 권력 타도를 외치며 함께 하던 동지들이 감금과 고문으로 목숨을 잃어가던 그리고 그들의 빈 자리를 깃발이 대신하였던 당시의 상황이 노래 가사를 통해 전해진다.

 

2010년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공식지정곡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된 해였다. 당시 보훈처는 기념식에서 흥겨운 경기민요 ‘방아타령’ 을 순서에 넣었다가 황급히 민중가요로 대체하였고,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한 5.18 기념위원회는 따로 기념식을 열었다. 논란은 올해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작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정식 순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리고 올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여부를 둘러싸고 보훈처에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보훈처의 발표예정일인 15일이 지났어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16일 저녁 보훈처는 5.18광주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 또한 정식 순서에 넣는다고 해도 제창이 아닌 연주 또는 합창의 형태로 포함된다고 한다는 말이 있어 광주시를 포함한 몇 개 시와 시민단체들이 ‘합창이 아닌 제창을 원한다며,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 곡은 민주화 운동의 의미가 담겨있기에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한국에서만 불려지지 않았다. 80년대 후반은 홍콩과 대만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들이 노동과 빈곤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민권운동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당시 우리나라 정부처럼 도서나 음반에 대한 검열이 엄격한 나라들에는 입에서 입으로 노래가 전해졌다. 한국에서 보내온 민중 집회 영상을 보고 난 뒤에 뜻을 모른 체 노래를 따라 부르다 통역을 통해 노래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듣고 눈물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한겨레 기사(1989년 06월 21일자) : 80년대 운동가요 고전 ‘임을 위한 행진곡’ 동남아서 ‘민중의 노래’로 애창

이번 캄보디아 벙깍 호수지역의 강제퇴거 문제와 관련되어 방한한 활동가 보브 소피 씨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알고 있었다. 강제퇴거에 항의하는 의미로 정부의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하며 벙깍 주민들이 집회를 열 때마다 경찰과 군인들은 이들을 향해 물리적인 진압으로 맞선다고 한다. 하지만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기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비 폭력 시위를 이어 나간다고 이야기했다. 이 노래는 흥분한 주민들만 아니라 경찰들의 마음까지도 진정시키는 효과는 물론 집회를 무산시키고자 출동한 경찰과 군인들로부터 공감형성을 할 수 있게되어 물리적인 충돌이 포함된 폭력시위보다 큰 효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캄보디아 강제퇴거에 저항하는 시위 현장에서 불려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 

국적과 문화를 비롯해 다른 부분들이 많지만 노래로 하나가 된 많은 사람들, 연대의 힘은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다시는 이런 아픔이 담겨있는 노래가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많은 이들을 기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값지게 얻은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 분들의 희생을 더욱 의미있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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