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인권입문과정 7강 [북한 인권의 대안적 접근]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서보혁 교수님께서 강연해주셨습니다. 강의는 인권과 타 보편적 가치와 북한의 인권현실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살펴보는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오늘날 체제, 이념과 국가를 넘어서 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인권이라는 개념이 있다. 북한 인권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인권문제이자 다른 문제들과 연관되어 있다. ‘인권은 전 세계에 보편적인데 무슨 북한인권만을 개선해야 돼?’ ‘좋은 마음을 가지고 순수하게 하면 되지 뭘 그렇게 고려할게 많으냐’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맞는 말이지만 복잡기도 한 것이 북한인권이다.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은 이렇게 시작한다.
“인류 가족 모든 구성원의 고유한 존엄성과 평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평화의 기초가 됨을 인정하며……”
북한 인권을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지혜를 모아야 하는 지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 번째, 북한인권은 어떻든 간에 ‘인권’ 문제이다. 인류가 체제와 이념과 각 국가의 정체성을 넘어서 오늘날 인권이란 말을 공유하는 측면이 있다. 두 번째, ‘북한’ 인권 문제이다. 다른 어떤 문제, 추상적인 인권 문제이지 않고, 특정한 북한 인권문제이다. 북한과 북한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자 하는 우리들은 인권이라는 측면과 북한이라는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인권’ 문제.
1. 인권의 보편적 가치
인권은 보편적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인권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편적이라는 것은 알면서도, 지나치게 다른 나라를 생각하지 않는다. 전쟁과 분단을 겪으면서 모든 가치관이 미국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인권관 또한 영향을 받았다. 인권은 개인적 차원과 집단적 차원이 있는데, 미국식 인권관은 개인주의적이다. 미국의 인권관은 시민∙정치적 권리를 인권의 핵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먹고 살고, 교육받고, 인간적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권리,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는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는 여력이 있어야 보탬이 될 뿐이다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권은 개인적 차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한 예로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 국경을 넘는 일련의 사태 등에서 식량권, 생존권에 대해 말하고, 이런 권리를 얻기 위해서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말하고 있다. 거주 이전의 자유는 자유권이고, 식량권은 사회권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사회권) 거주이전의 자유(=자유권)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권의 총체성이다. 한 개인, 집단, 민족의 인권은 서로 관계(상호연관성)가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진전되어야 한다. 일부 북한인권관련 단체들은 북한인권의 특정한 면에 대해서만 문제제기하고 상호연관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상호연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2. 인권과 타 보편가치
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 관리는 여러 개가 있다. 인권, 평화, 환경 – 지속가능성, 평등(반 차별), 인도주의……
인권은 중요하지만 인권만을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주장은 ‘인권근본주의’에 불과하다. 북한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인권문제를 다룰 때, 다른 보편적 가치들과의 상호의존성과 불가분성도 고려해야 한다.
유엔 헌장의 전문에는 조직의 지향과 목적을 아래와 같이 나타낸다.
“전쟁의 참화로부터, 인류의 그 다음 세대를 지키고, 인권을 보호하고, 정의와 국제법을 준수한다.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진보를 지향하는 것이 유엔 창제 목표”다.
·우리 일생 중에 두 번이나 말할 수 없는 슬픔을 인류에 가져온 전쟁의 불행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고,
·기본적 인권, 인간의 존엄 및 가치, 남녀 및 대소 각국의 평등권에 대한 신념을 재확인하며,
·정의와 조약 및 기타 국제법의 연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의무에 대한 존중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을 확립하며,
·더 많은 자유 속에서 사회적 진보와 생활수준의 향상을 촉진할 것을 결의하였다.
– 유엔 헌장 전문 중 –
평화, 인권, 그리고 개발 이 3가지가 유엔의 창립 취지라는 것이다. 인권과 기타 보편적 가치들이 상호의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비엔나 세계 인권대회에서 채택된 인권선언에서는 다음 두 가지에 대한 내용이 있다. 첫째, ‘모든’ 인권. 인권의 총체적 불가분성을 말해준다. 모든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유엔의 기본적 목표다. 둘째로, 인권의 보편성을 준수하는 노력이 평화롭고 우애로운 국제관계에 필요한 국제 안정과 공리에 기여한다고 되어 있다. 이렇듯 북한인권을 이야기 할 때는 인권의 보편성, 상호의존성뿐만 아니라 충돌하는 여러 가지 가치 사이에서 보편적인 가치를 이야기 해야 한다.
기본권의 범위는 각 국가마다 다르지만, 핵심은 ‘사회의 생존권’과 ‘자유권의 생명권’이다. 사회권과 자유권 조약에는 공통적으로 인권을 보호하고 신장하기 위한 모든 언급들이 국제연합의 목적과 원칙에 반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인권이 평화나 인도주의 등의 기타 보편가치들이 함께 진행되어야 하며, 평화롭고 협력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녕이라는 목적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권 근본주의’ 등 잘못된 인권적 접근으로 국제평화를 위협하거나, 특정한 국가나 지역의 이익을 훼손하는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북한’ 인권문제
1.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정책
<유럽연합(EU)>
먼저 유럽연합은 국가간 교류에서 인권에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유럽연합의 초청을 받아 브뤼셀에서 유럽과 북한의 국교 정상화를 위해 설득했다. 이후에 유럽연합은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비핵화, 빈곤 퇴치, 식량지원, 인권개선, 국제 규범 준수 등을 포괄적인 틀에서 북한인권을 가지고 정치대화를 진행했다. 유럽의 스웨덴 등 일부 국가는 기술협력을 별도로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이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상정하고 채택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이후 북한과 교류가 끊어졌다. 북한이 인권결의안을 정치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럽연합은 북한과 수교를 하고, 약간의 신뢰관계는 형성이 되어 있다.
* 기술협력
북한인권에 관련해서 활용이 안되고 있는 분야다. 그 나라의 인권이 문제가 많아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모를 때 돕는 것이 유엔 인권 고등 판무관 사무소(유엔인권 최고대표사무소 ONHCR)이다. 이 곳에서는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인권 개선을 위한 공무원에 대한 연수, 인권친화적인 제도를 위한 컨설팅 등이 인권 분야에서의 기술 협력이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의 기술협력을 받은 역사가 없다. 기술협력 제안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원칙적으로는 동의하나, 정치적 의도가 들어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북한인권 결의안에 포함된 기술협력이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정치적 공격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미국과 일본은 유럽과 다르게 북한과 미수교 상태이고, 적대적 관계이다. 인권문제에 대한 대화 보다는 압박과 제제 위주이며, 관심사는 자유권에 치중되어 있다. 특히 일본은 납치자 문제에 크게 관심이 있다.
<중국>
북한과 동맹관계이기 때문에 주로 외교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지원과 대화의 주제도 인권보다는 정치적 대화위주이다. 중국에서는 대북 식량지원을 다량하고 있지만, 그 목적이 인권적 접근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특히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협력하여 강제송환하고 있다.
각 행위자들 사이에 입장의 차이가 있고 세 가지의 형태 중에 참고할 만한 것은 유럽연합의 스타일이다. 그러나 우리 언론들은 대부분이 미국과 일본의 정보를 보도한다.
2. 북한의 인권에 대한 반응
북한의 조선말 대사전에 인권은 ‘사람이 사람으로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 곧 사람의 자주적 권리’라고 정의돼 있다. 북한에서 강조하는 ‘자주적 권리’는 모순점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주체사상에서 인간은 자주적인 존재로 자주적인 태도로 살아갈 것을 중시하는 데, 북한에서 자주적인 권리는 오직 지도자만이 가질 수 있다. 실제 북한의 인권은 계급적 시야를 가지고 있어, 북한은 ‘사회주의 인권은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적대분자들과 인민의 리익을 침해하는 불순분자들에게까지 자유와 권리를 주는 초계급적 인권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이는 ‘집단적 사회주의’ 인권의 시각으로, 인권을 빙자하여 침략하려는 사람들에게 맞설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북한의 인권론은 국권론적이고 이슈 위계적 측면이 있다. 국권론은 국가의 자주권을 떠난 인권이란 있을 수 없다는 관점으로 한 나라의 자주권이 보장되거나 수호되지 않으면 인권을 지킬 수 없다는 주장이다. 북한에서는 국가의 자주권을 국민의 보편적 인권 보다 우선한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미국의 핵 위협, 냉전 붕괴, 경제문제, 탈북자 등에 대한 위기의식이 매우 높다. 인권문제가 정권안보, 국가안보와 직결되어 있다고 인식하고, 국가안보를 인권문제보다 우선하고 있다.
3. 기존 북한 인권접근에 대한 성찰
북한인권 문제에 접근하고 북한 인권 운동을 하는 많은 활동이 있는데, 일부에서는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한다.
<선택주의>
인권의 총체성, 불가분성을 무시하고, 관심 있는 특정 인권문제를 부각시키고, 관심 없는 분야는 배제시키는 접근이다. 도식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반북보수진영은 북한의 자유권, 정치범수용소 등에 치중하고, 기독교 단체는 종교의 자유에 집중해서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서 접근하는 단체들은 식량, 생존권문제에 우선적으로 접근하고 북한의 반발을 염두해 자유권은 덜 다루는 입장의 차이가 있다. 둘 다 선택주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근본주의>
인권 근본주의는 인권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이 희생해도 괜찮다는 관점이다.
<상대주의>
상대주의는 북한에서 내세우는 주장으로 “우리는 인권문제가 없고 알아서 할 것”이라는 태도다. 나라, 국가, 민족마다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여 인권 문제를 이해하고, 스스로 개선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사실 이 상대주의는 문화인류학에서 나온 것으로 각지의 문명, 역사, 생활풍습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특수성과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대주의’를 내세우는 북한은 인권의 보편성을 부정하고, 인권을 정치적 문제와 결부하면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할 때 그것을 반론하는 논리로 사용한다.
<도구주의>
인권을 다른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할 때 대량살상무기와 후세인이 인권을 침해하고 독재를 하고 있다고 주장 했는데, 이런 것이 바로 도구주의적 시각이다. 후세인이 인권침해를 안 했다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 인권이 부시 정권의 이라크 침략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말이다. 이런 선례가 많기 대문에 북한인권에 접근하는 태도에 대해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차별 / 배제>
북한을 열등하고, 내재적으로 인권을 침해할 수 밖에 없는 체제로 보고 있으며, 북한에 대해 우월한 태도를 가지고 인권문제에 접근하는 입장이다. 북한인권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부작용이 따른다.
마치며, 코리아 인권.
북한인권은 북한내의 인권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북한 영토 내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인권문제는 분단체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북한은 분단을 인권탄압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인권 개선에 활용될 역량을 분단유지에 사용하고 있다. 북한이 붕괴되면, 또는 정권만 바뀌면 잘될 거라는 생각은 북한 인권 문제의 역사∙구조적인 면을 애써 외면하고, 도덕적 의무를 은폐하려는 논리이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일원이면서 분단되어 있는 반쪽 국가의 일원으로, 양 측면에서 복잡하게 요구되는 역할을 조화롭게 실행해야 한다.
코리아 인권에서 국제사회는 협력자 또는 조력자이고, 주 행위자는 남북한이다. 국제인권 원리, 규약 규범 등을 가지고,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평화롭고 협력적인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을 분리하지 않고 한반도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국가보안법 존치와, 공무원노조 등을 제한할 때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이유로 든다. 사형제도 존속은 고정간첩 등을 사형시킬 수 있다는 논리가 기반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남북한의 인권문제는 한반도 전체차원에서 인권 접근을 할 때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지만 유엔 회원국이고, 인권규약에 서명했으며,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북한도 체면을 위해서든, 개선을 위해서든 장애인 인권법, 형사법, 형사 소송법 등의 법도 바꾸고, 조항도 많이 바꾸고 있다. 탈북자 처벌과 정치범 처벌도 미비하지만 개선되는 면이 있다.
비판과 모니터링뿐 만 아니라, 신뢰 관계를 많이 발전시켜야 북한 인권을 개선시킬 수 있으며 북한에 요구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북한과의 대화 채널조차 없는 상태에서 청와대에서 기자회견, 유엔에서 결의안을 발표하는 것은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 주체인 북한 정부를 자극하는 행위일 뿐이며, 자기만족형 접근일 수밖에 없다. 남북한 간의 신뢰는 목적이자 과정이다. 공공의 이익이 되는 것을 진행하기 위해 신뢰 관계를 형성이 필요하지만, 현재 관계 형성조차 안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북한인권이 남북관계의 전제조건인 것처럼 선후 관계의 프레임을 만들고 있지만, 남북관계와 북한인권 개선은 함께 진행해야 한다. 당장 시급한 이산가족 문제가 있고, 20년 내로 이들이 다 사라진다고 하는데, 이조차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두 정부가 상대의 인권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생각한다.
남북한의 인권 개선은 아시아 인권 대화 체제 구축과 인권 친화적 통일 방안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무력 분쟁이 많이 일어나는 아프리카 대륙도 이미 냉전시대에 아프리카 인권기구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지만 아시아는 영토와 역사문제와 냉전의 영향으로 아직 아시아 인권기구가 없다. 남북한이 인권개선을 위해 서로 협력한다면 아시아 인권 체제를 만드는데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남북협력을 통해 보편적 인권을 전 한반도에 적용하는 것이 새로운 통일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이 당연하지만 시대적 맥락은 무력통일을 주장하던 45년 전이 아니다. 한국전쟁 이후 인류가 만들어 놓은 문명의 성과인 보편적 인권을 한반도에 구현해가는 그 과정이 우리의 미래지향적인 세계상이자 새로운 통일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인권문제는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 조화롭게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