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블로그

무너진 삶을 다독이는 치유공동체, Room To Heal

국제앰네스티는 올해 고문중단캠페인을 진행하며 전 세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고문의 실상을 알리고,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5년간 전 세계 국가의 1/3이 넘는 141개국에서 잔인한 고문이 자행되었고, 사실을 은폐하고 부인하기에 급급한 정부들의 태도로 인해 고문 생존자들은 극심한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꼭 고문이 아니더라도, 국가가 휘두르는 크고 작은 폭력에 우리 모두 예외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들을 위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작은 정원에 모여 서로의 삶을 다독이고 있는 고문 생존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국제앰네스티매거진 ‘WI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로사(가명)은 발목 주변에 커피색으로 물든 둥근 상처자국을 보여주기 위해 바지를 올렸습니다. 그녀가 동아프리카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할 때 생긴 상처들입니다.

“어떻게 그 일들을 잊을 수 있겠어요? 저는 제 몸을 볼 때마다 제게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려요.”

로사는 지금, 어떤 사람들과 함께 나뭇잎이 무성한 런던의 한 정원에서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녀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고, 그 전에는 만난 적도 없었던 사람들이었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었습니다.  이들 모두 고문 생존자라는 것 그리고 ‘치유를 위한 공간’이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기에 왔다는 점이죠.

로사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입니다. 가족들과 납치되어 강간 당하고, 성매매와 마약 밀수를 강요당했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그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습니다. 만약 시키는대로 하지 않았다면 아마 살해 당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결박 당한 채로 죽은 다른 소녀들의 시체를 보도록 강요당했으니까요.

© Room To Heal

© Room To Heal

운이 좋은 사람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로사는 운이 좋은 사람 중  하나입니다. 고문 혹은 고문과 비슷한 폭력을 당한 난민과 망명신청자들에게 심리지원을 하는 치유 공동체인  ‘치유를 위한 공간(Room To Heal)’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고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든 것이 갈기갈기 뜯겨나간 상태에요. 그들은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황폐해졌죠.” 라고 ‘치유를 위한 공간’의 설립자이자 심리치료자인 마크 피쉬는 말했습니다.

마크는 국제앰네스티의 설립 멤버인  헬렌 뱀버 곁에서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헬렌 뱀버는 나중에 헬렌뱀버재단으로 이름이 바뀐 ‘고문 희생자 치료를 위한 의료재단(고문으로부터 자유를 Freedom From Torture로도 알려져 있음)’을 설립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공동체의 힘

마크는 헬렌에 대해 ‘말하기 힘든 것을 말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드는’ 능력자라고 표현합니다. 1945년 독일의 베르겐벨슨 강제수용소에서 구호활동 자원봉사를 하던 스무살 때부터 그녀의 일은 늘 ‘회색 유령’ 같은 것이었습니다. 헬렌은 전 세계에서 온 고문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일에 매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2007년, 우간다에서 갈등해소 업무를 하던 헬렌은 마크에게 ‘치유를 위한 공간’을 세우는데 영감을 주게 되었습니다.

‘치유를 위한 공간’은 사람들이 함께 요리하고, 노래하고, 자연을 탐험하고, 꽃과 야채를 키우는 공동체의 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파괴적인 타인의 존재에서 오는 것이 고문이거든요. 고문을 치유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무너진 타인과의 유대관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입니다”라고 마크는 설명합니다.

 

좋은 울음과 좋은 웃음

로사는 이곳에서 그녀가 겪은 일들을 이해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뮤지션이라는 이유로 고문당한 아미르, 기자였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혔던 아먼드, 가정부 노예로 수년동안 잡혀 있었던 레일라가 그들이죠.

가드닝 프로젝트는 특히 성공적입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사람들은 대도시 한 켠에 자리잡은, 나뭇잎이 무성한 작은 공간에 모여 수다를 떨고, 음식을 나눠 먹고, 식물을 심습니다. 마크는 이를 ‘치료 공동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우간다에서 온 오켈로는 “수요일에 우리는 치료하러 와서 정말 ‘좋은 울음’을 터뜨리곤 해요.  그리고 금요일에는 정원에 가서 정말 크게 웃죠.”라고 말합니다.

 

소속감

어느 금요일 모임에서, 43살의 모함마드는 4년 동안 그의 가족을 보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가 도망칠 때 2살이었던 그의 막내딸은 더이상 그를 알아보지 못할 것입니다. 서아프리카 교사이자 열혈 축구팬이었던 모함마드는 2010년, 학생들과 함께 영국에서 2주동안 축구 교환방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돌아왔을 때, 정부는 그를 구타했고, 납치해서 거의 죽이려고 했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어떤 장소에 끌려갔어요. 그들은 내가 영국에 간 것이 정치적인 동기가 아니었냐고 자백하라고 했지만 나는 그저 그것은 학교 방문이었고,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었다는 것 밖에 말할게 없었어요. 정말 심하게 고문을 당했고, 그들은 저를 거의 죽도록 때렸습니다.”

모함마드는 결국 다음 선거에 참여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고 길가에 버려졌습니다. 그 후 병원에서 5년을 보내다가, 그는 간신히 옷만 걸치고 영국으로 도망쳤다고 합니다.

로사의 경우처럼, 모함마드 역시 그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변호사 덕분에 치유를 위한 공간에 올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치료’라는 것은 그에게 발생한 일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법률 자문을 받으며 그는 그의 삶을 받아 들이는 것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함메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지만 치유를 위한 공간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얼굴에 웃음을 띕니다. “그곳은 제가 편안함을 느끼는 유일한 공간이에요. 주변에 이런 분들이 있어서 이제 저는 더이상 혼자가 아니에요. 저는 소속감을 갖게 됐어요”

금요일 오후, 이슬비가 내리는 런던의 어느 정원에서 모함메드와 로사는 작지만 긴밀한 공동체의 한 일원이었습니다. 난로가 켜졌고, 파스타가 끓고 있는 큰 냄비가 있는 주방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난로 주변으로 모이자 아이들은 주위를 뛰어다닙니다.

즐겁고 편안한 친구들의 모임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적어도 이 잠깐의 순간만큼은요.

*인터뷰에 나오는 모든 고문생존자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ACT NOW : 고문피해자를 위한 탄원편지 보내기

 

참고 정보

한국: 내가 쓰는 핸드폰과 전기자동차가 인권을 침해하지 않게 하라!
온라인액션 참여하기
세상의 부당함에 맞서 싸웁니다
후원하기

앰네스티의 다양한 자료를 통해 인권을 쉽게 이해하고 인권활동에 함께해요.

당신의 관심은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힘입니다.
이름과 이메일 남기고 앰네스티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