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간에도 내전과 국가간 갈등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2011년 내전으로 인해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던 시리아는 최근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침입으로 인해 전 국민 중 3백만명이 난민이 된 상황입니다. 세계인권선언 14조에는 “모든 인간이 박해를 피해 피난처를 구하고 누릴 권리”가 명시되어 있지만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삶은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난민선을 타고 가다가 바다 한 가운데서 죽기도 하고, 간신히 도착한 국가에서 강제송환을 당하기도 합니다.
여기, 고향 시리아를 떠나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들을 소개합니다. 전쟁과 협박, 살해의 위협을 피해 불가리아로 온 시리아 난민들은 이곳에 정착하여 새로운 삶을 꾸려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진 것 없고 불안한 생활 속에서도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들의 희망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국제앰네스티매거진 ‘WI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All photos © Vesselina Nikolaeva

표지설명: 2시간마다 소나는 창틀위로 올라서서 멀리 소피아 시내를 가만히 내다보곤 합니다. 평소 낯선 사람에게도 활달하게 대하는 외향적인 소나의 평소 행동과는 매우 다른 순간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사람에 대한 겁니다”
시리아 난민들의 사진을 찍은 불가리아 포토그래퍼 베셀리나는 다음과 같이 기획 의도를 설명했습니다.
“저는 시리아 난민들이 가져온 중요한 물건들의 사진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보여줄만한 ‘물건’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몸만 간신히 도망쳐 나왔거나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것도 중간에 밀수업자에게 팔아 버렸기 때문입니다. 보여줄 물건은 없지만 그들의 얼굴이 있습니다. 목소리도요. 사진 속 주인공들은 우리가 ‘난민’이라고 부르는 이들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들은 ‘사람’입니다.

무함마드는 10분만에 작은 장난감 비행기를 만들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만약 여기가 시리아라면 당신은 폭탄이 날아오는 바로 그 즉시 죽겠지만 불가리아에서는 이런게 느리게 일어나요. 매일 천천히 죽어갑니다”

아나스는 이 작은 방을 소피아 난민센터에 있는 다섯명의 남자들과 함께 나눠 쓰고 있습니다. “마음이 있는 곳에 방이 있어요” 아나스는 시리아에 있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서유럽에서 공부를 이어갈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 사진들은 올해 7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개최된 앰네스티의 ‘국제인권행동캠프’ 기간동안 ‘이주민에 관한 사진과 이야기’ 라는 제목으로 전시된 작품들입니다. 사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민자’와 ‘난민’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전시의 목적이 있습니다.
앰네스티 액티비즘 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패트릭 도미닉은 “이 전시는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어떠한 뒤얽힌 운명이 그들에게 이런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 주게 되었을까 생각했어요. 그들이 이야기를 할 때 가졌던 느낌에 대해 저도 상상해 보려 했습니다.” 라고 말했고, 또다른 캠프 참가자인 자밀라는 “이 사진들이 건네는 이야기를 통해 난민들도 우리와 같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국제인권행동캠프는 ‘앰네스티 S.O.S 유럽 캠페인’의 일부로서 불가리아 헬싱키 위원회가 함께 하고, 전 세계 30개국에서 온 80명의 앰네스티 활동가들이 참여한 행사입니다. 최근 EU(유럽연합) 외곽의 엄격한 국경통제와 정교한 감시 시스템은 난민들의 안전한 유럽행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가난과 국가분쟁에서 벗어나 불가리아에 오려고 하는 난민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이 캠프를 마련했습니다. 캠프 마지막에는 활동가, 난민, 지역주민들이 함께 소피아 중심가에서 ‘국경의 벽’ 상징을 만들고, 그동안 피난처를 찾다가 죽거나 인권침해를 당한 수천명의 사람들을 위한 기념물로 상징의 형태를 바꾸면서 막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