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국제앰네스티에 보내주신 특별 후원금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7월에 시작된 이스라엘의 ‘경계 보호 작전’으로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수천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일이 있었잖아요. 희생자 대부분이 민간인 여성들과 어린이들이어서 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팔레스타인의 안타까운 현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작게라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지인 세 명과 논의를 했죠. 처음엔 단순하게 우리끼리 이 상황을 알리는 티셔츠를 만들어 입으려고 했는데, 이왕이면 티셔츠를 판매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수익금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해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티셔츠를 만들었고, 판매 수익금 전액을 앰네스티에 기부하게 됐어요. 티셔츠를 많이 팔지 못해서 얼마 안되는 돈인데, 여기서 이야기하자니 좀 부끄럽네요^^; ”
국제앰네스티와의 첫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었나요?
국제앰네스티에서 매년 발표하는 각 나라의 인권 실태 보고서를 보면서 비교적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운 조직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특히 우리나라 인권상황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비판을 한 적도 있고요. 그런 활동들이 주는 신뢰감이 제가 후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인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후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시는 편인가요?
예전에는 특정 단체를 통해 아동 후원을 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지인을 통해 알게된 필리핀의 한 아동에게 직접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후원하던 단체장이 후원금을 유용한 일이 있었거든요. 그 사건을 계기로 후원을 중단하게 되었죠. 그리고 직접 후원하는 것이 해당 아동에게도 더 실효성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경험이 있으셨다면 불신감이랄까, 시민사회단체를 후원하시는 데에 부정적인 마음이 생기지 않으셨나요?
그건 그 단체의 문제니까요. 다른 단체까지 가늠하는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미 제 손을 떠난 시점에서는 후원금 사용에 대해 더 관여할 필요도 없고요. 불편한 사실을 알게 됐다면, 그냥 후원을 그만두면 될 뿐이죠.
후원이 곧 일상이 되신 것 같아요
후원이라는 행위가 거창하다고 여겨지면 오히려 못하겠죠. 후원이라는 게 마치 꼭 ‘전 재산을 기부’해야 하는 거창한 거라면 많은 사람들이 부담스럽고 위축감을 느낄 겁니다. 후원에 대한 초기 진입 장벽이 낮아야 후원자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해요.
중요한 지적이네요. 혹시 후원해 오시면서 보람을 느꼈던 적이 있으신가요?
음…솔직히 말하면, 그런 적은 없었어요.
사실 돌이켜보면 제가 사회적으로 무언가 바랐던 것이 이뤄진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당장 무언가가 바뀌기를 기대하고 후원을 한다면 보람보다는 실망감이 클 거에요. 저는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후원을 한다기 보다는 그냥 제가 필요를 느낄 때마다 해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후원을 통해 뭔가를 바라는 건, 마치 거래의 느낌이 나잖아요? 전 그게 싫어요.
그런데 실제로 후원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들은 한국에서 극소수에 불과하고 많은 사람이 후원에 소극적이거나 또는 막연한 반감도 가지고 있습니다. 기부문화에 적극적이었던 청년세대가 기성세대가 되면서 바뀌는 것도 사실이고요. 말 그대로 ‘보수적’이 되는 것이죠.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사회가 보수적으로 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인 것 같아요. 저도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입니다. 돈이 있으면 정말 편리하니까요. 부르주아로 편입되고 싶어요.(웃음) 욕구에는 솔직해야죠. 제가 돈을 밝힌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에서 ‘집’과 ‘차’를 포기할 수 있으면 정말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어요. 고가의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인생을 바치지 않는 거죠. 우리나라엔 하우스푸어와 카 푸어가 너무 많아요. 저는 집과 차를 위해 그 정도의 수고와 비용을 쓰는 게 합리적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뭐, 그걸 살 돈도 없긴 하지만요.
어쨌거나 애당초 집은 살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내 집’이 아니라 ‘내 은행 집’일 뿐이죠. 차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내 은행 집’이 우리 집이 되어갈 무렵엔 내 자식이 ‘내 집’으로 담보를 받아 또 집을 살 겁니다. 다 은행 집이죠. 그런데 자기 집이라고 착각하고 사는 겁니다.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집’이나 ‘차’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 가운데 하나가 ‘나눔’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신성호님의 생각과 소신을 주변 분들도 지지해 주시나요?
제 짝은 저랑 생각이 똑같습니다. 지지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부모님들도 그렇게 보수적인편은 아니져서 제 생각을 존중, 아니 솔직히 말하면 거의 포기하신 것 같아요. 사실 어떤 의미에서 저는 불효자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효자가 어떻게 진보적일 수 있겠어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