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Global Training for Trainers – SRR’(성과 재생산 권리를 중심으로 트레이너를 위한 글로벌 트레이닝 워크숍, 이하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26개국*에서 온 국제앰네스티 직원과 활동가 53명이 모여, 성과 재생산 권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였는데요, 전 세계에서 모인 앰네스티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궁금하시죠? 한국지부 참가자 박서연 간사님과 안정아 간사님의 워크숍 활동기를 소개합니다.
*조지아, 파키스탄, 콩고공화국, 아르헨티나, 칠레, 부르키나파소, 덴마크, 프랑스, 핀란드,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케냐, 레바논, 멕시코, 모로코, 네팔, 페루, 필리핀, 폴란드, 남아프리카, 한국, 스웨덴, 스위스, 튀니지, 영국, 미국
첫째 날 오리엔테이션은 런던 클러큰웰(Clerkenwell) 지역에 있는 세인트 제임스 교회 지하에서 진행 되었습니다. 대부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라 어색해 하고 있을 때, 진행자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가장 북쪽에서 오신분 손들어 볼까요?”
저 쪽에서 “스웨덴!” 이라고 첫 마디를 떼자, 곧 이어 “핀란드!” , “아이슬란드!!” 가 이어졌습니다. 모두들 두리번 거리며 소리치는 쪽을 쳐다보기 바빴고, 고개를 돌리다 마주친 사람들과는 눈인사를 하며 얼굴을 익혔습니다. 뒤이어 가장 남쪽, 가장 서쪽, 가장 동쪽은 어디인지 이어졌고, 각각 남아프리카, 페루 그리고 한국이 그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가장 동쪽에서 오신 분?” 의 주인공은 한국지부에서 차지했습니다 © Amnesty International
워크숍에 함께 하려 했지만, 변화를 위한 힘을 얻고 ‘인권’에 대해 논의한다는 이유로 출국을 금지 당해 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겐 기차만 타면 쉽게 올 수 있는 곳이지만,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다른 나라를 가는 것 자체가 까다롭고, 복잡한 도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이야기 그리고 또 이야기
진행자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아마도 “Let’s talk”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워크숍의 대부분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주제와 방법이 주어지면, 옆 사람과 이야기하고, 그 다음엔 모둠으로 이야기 하고, 마지막으로 전체가 다같이 이야기하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정리한 내용은 큰 종이에 써서 회의장 곳곳에 붙였고, 언제든지 읽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앉아서 누워서 일어서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Amnesty International

© Amnesty International
앰네스티 사람들과 함께 말춤을 추다
한국에서 미리 받았던 워크숍 일정 안내문에는 ‘셋째 날 저녁은 ‘문화의 밤’ 행사가 진행되오니 각 국의 전통 의상과 음식, 음악, 다과 등을 준비해 주세요’ 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저도 알아요, 이런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그러나 하루하루 산적한 업무를 처리하기도 바쁘다 보니 무엇을 소개할지 제대로 고민할 새도 없이, 어느새 출국일이 다가와 있었습니다. ㅠㅠ 결국 우리는 떠나기 하루 전날 밤, 한국지부 자료실을 뒤지며 액션패키지와 인권교육패키지, 기념품으로 제작했던 포스트잇과 펜 등을 챙겼습니다. ‘우린 준비를 못한게 아니야…여기 적혀 있는 한국어를 소개하려고 하는거야..’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요.=_=

케나(좌)와 파키스탄(우)의 전통의상. 스웨덴의 대표 캐릭터인 무민모양 과자 (맛도 ‘무민’했답니다 ㅎㅎ) © Amnesty International
셋째 날 저녁, 드디어 문화의 밤 행사가 ‘피터베넨슨 하우스’에서 시작됐습니다.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가져온 것은…맛도 좋고 부피도 작은 과자였습니다. 칠레산 와인 한 잔에 프랑스 치즈를 집어 먹으니 저 역시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슬슬 분위기가 무르익자 각국의 대표 음악을 배경으로 춤을 추고 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정말이에요..)’ 생전 춰 본적도 없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다 같이 말춤을 췄습니다. 외국 사람들 앞에서 생전 춘적 없는 말춤을 추고 있자니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근원적 물음이 생기기도 했지만 모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아..싸이가 정말 큰 일을 했구나’를 새삼 느끼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핀란드 전통 음악에 맞춰 앞 사람 어깨에 손을 얹고 발로 하는 간단한 율동을 따라 추기도 했는데, 이 줄이 점점 길어지는 즐거운 해프닝이 생기기도 했지요. (아래 오른쪽 사진)

아이슬란드를 어떻게 소개할지 고민하는 유스활동가(좌)운동회 때 춘 단체율동을 연상케 한 핀란드 전통 무용(우) © Amnesty International

피터베넨슨 하우스의 밤 © Amnesty International
국제사무국의 상징 ‘피터베넨슨 하우스’
국제앰네스티 설립자 ‘피터 베넨슨(Peter Benenson, 1921-2005)’의 이름을 딴 국제사무국 건물 ‘피터베넨슨 하우스’에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만든 작품들이 곳곳에 있어서 마치 갤러리에 온 듯 했습니다. 또한 지금 국제앰네스티가 어떤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게시판이 홍보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국제사무국 업무공간을 살짝 들여다보기도 했어요.

갤러리를 연상케 한 피터베넨슨하우스 내부 © Amnesty International

앰네스티 캠페인과 활동이 빼곡히 적힌 벽면 © Amnesty International

국제사무국 직원들의 업무 공간 © Amnesty International
현재 피터베넨슨 하우스 외벽에는 한국지부에서 진행했던 캠페인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런던에서 만나서인지 더 반갑고 뿌듯하더라고요. (이 사진을 찍은 전前 이사님이 굉장히 뿌듯해 하셨다는 후문이..)

외벽에 걸려 있는 한국지부 캠페인 사진! © Amnesty International
이 외에도 ‘다양성 빙고’, ‘젠더 활동’, ‘한걸음 앞으로’, ‘사이코 드라마’ 등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3박 4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앰네스티 활동가로서의 내공을 튼튼히 하고 네트워킹을 다지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박서연 간사의 후속편을 읽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