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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가뭄이 나의 생존과 직결되는 이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는 인권에 대한 관심과 사회를 보는 비판적인 시각을 기르는 <인권입문과정>을 매년 마련하고 있습니다. 10월 16일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6주 과정으로 진행되는 올해 <인권입문과정>의 이야기를 수강생들의 후기 릴레이를 통해 들어봅니다.
© Amnesty International

© Amnesty International

지난 주 인권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문명진 강사님의 수업을 마치고, 이번주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의 ‘기후변화와 인권’이라는 강의가 있었습니다. ‘기후변화’라는 다소 색다른 주제를 통해 인권을 바라보는 시간이었어요.

올 여름 한국의 날씨는 무척이나 더웠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예상치 못한 폭우 역시 참 많이 내렸던 계절이었죠. 사실 해를 거듭할수록 날씨의 변화 폭이 커진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아마 다들 짐작하셨겠지요.

“그런데 비단, 기후변화라는 것이 그저 날씨가 바뀌는 차원에서 끝나는 문제일까요?”

강의 도입부분에서 하승수님이 던진 이 질문에서, 저는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환경 문제에 많은 관심이 있었지만, 환경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살갗에 와 닿는 문제가 아니기에 ‘다 같이 우리 지구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말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즉, 윤리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환경을 위해 내가 함께해야 하는 직접적인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것이죠. 저는 이번 강의에서 오래도록 찾지 못했던 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감했습니다.

오늘 내가 먹은 것들을 떠올려 봅시다. 또는 오늘 먹으려고 했던 음식들을 생각해보세요. 쌀, 밀을 포함한 곡물이 얼마만큼 포함되어 있나요? 아마 한국인의 식사 특성상 매 끼니마다 한 가지의 곡류는 꼭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곡물을 생산해내는 지역이 백 퍼센트 우리 한국이 아니라는 것이죠. 우리가 먹는 곡물 중 60%는 해외에서 수입된 것들입니다. 주로 러시아나 미국 같은 곡창지대에서 가져온 것들이죠. 그런데 만약 이런 거대한 곡창지대가 ‘기후변화’ 때문에 가뭄이 든다면요? 그럼 곡물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곡물 값이 상승하겠죠. 실제로 지난 2010년 러시아에 큰 가뭄이 들어 세계 밀 값이 폭등했던 사례가 있죠. 지금 ‘기후변화’는 우리의 끼니를 위협하고 있는, 먹을 권리를 위협하고 있는, 즉 생존권과 직결된 인권 문제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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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황폐화된 러시아 밀밭 © REUTERS/Eduard Korniyenko

조금 아리송한 분들을 위해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해볼까요? 환경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10년~20년 이내에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관련정책이 설립되지 않으면 사실상 ‘좋지 못한 변화’를 막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나이에서 10년을 더해보세요. 그 때에도 여전히 한국에 거주한다면, 치솟은 밀 값 때문에 불만을 털어놓고 있을지도 모르죠. 만약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10년 후를 맞이한다면? 말 그대로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상황이 한국에서도 빈번하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요인은 온실가스 때문인데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매연이나, 축산업 가축들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가스가 다 그런 온실가스에 포함됩니다. 한국은 이런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세계 7위의 국가이고요. 과연 한국이 기후변화에 책임 없는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한국이 책임을 지지 않아서 생기는 불이익이 단지 다른 나라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을까요?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사실 인권이나 환경과 같은 문제들은 정신 없이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들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닐 겁니다. 오늘 저녁에 무슨 음식을 해야 할지 고민되는 워킹맘,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것이 걱정되는 직장인, 내년이면 백수가 되는 건 아닌지 눈 앞이 캄캄한 대학생. 우리의 눈 앞에는 불안하고 고민되는 당장의 것들이 ‘이미’ 많잖아요. 그렇지만 사실 당신이 고민하고 있는 그 문제들을 조금만 비틀어서 바라본다면, 굉장히 색다른 방식으로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모두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죠. 그저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오늘이, 내일이, 1년 뒤가, 10년 뒤가 더 즐거워진다면, 인권이나 환경문제에 참여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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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nesty International

저는 이번 <인권입문과정>이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변화’의 주제가 곧 저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번 강의에서 느꼈던 것처럼 말이죠. 많은 분들께서 함께 그 시작점에 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인권수업이 끝난 목요일 저녁을 예상치 못한 근사함으로 마무리할지도 모르니까요^_^

 

글: 주영주 후원회원

*인권입문과정의 남은 과정은 개별강좌로도 수강하실 수 있습니다. 안내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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