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는 10월 20일 ‘고통을 수확하다: 한국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착취와 강제노동’ 보고서를 발표하고 ‘소비자도 이주노동자도 행복한 인권밥상’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고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현실을 적나라 하게 보여주고 권리보장을 요구하는 캠페인인 입니다.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사실 한국에서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 했습니다. 이주민들의 인권 보장을 외쳤던 다수의 캠페인에서도 ‘한국인 일자리 뺏지 마라’ 혹은 ‘이주노동자는 범죄자’와 같은 맹목적인 혐오발언이나 잘못된 인식에 근거한 비난과 먼저 싸워야 하는 것이 현실인지라 이번 캠페인에서도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농촌 이주노동자의 현실에 분개하면서도 ‘우리 캠페인에 누가 관심을 가질까’라는 의문과 ‘어떻게 해야 이주민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느끼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준비 하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연대단체 문전성시! 역시 먹는게 만사로구나아~
그렇게 8월부터 속칭 ‘우리편’ 찾기를 시작했습니다. 첫 문을 두드린 곳은 당연히 국내의 이주인권 단체. 작지만 오랜 기간 국내의 이주노동자와 함께 활동해온 단체들이 흔쾌히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우리편으로 찾은 곳이 바로 생협 이었습니다. 농촌과 도시 소비자의 상생을 통해 건강한 농업과 먹거리를 고민하는 ‘한살림’과 ‘아이쿱’은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것 못지 않게 먹거리의 생산과정도 건강하고 윤리적이어야 한다며 캠페인에 동참해주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 캄보디아 노동권 협회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국제식품노련(IUF)이라는 국제적인 노동조합, 음식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과정이 공정한 임금과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먹거리정의(food justice)운동을 펼치는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도 적극적으로 참여의지를 밝혀주었습니다. 여기에 ‘눈물의 밥상’ 시리즈로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했던 한겨레21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캠페인을 알려주는 메신저가 되었습니다. 역시 먹는 문제가 사람 사는데 기본 중에 기본이라는 것을 공동 캠페인 단체들의 긴 리스트가 다시 한번 말해주는 듯 합니다.
뜨거운 참여가 몰린 네팔지부
국제앰네스티는 보고서가 발표되면 많은 나라에서 함께 캠페인을 합니다. 한국의 인권문제에 국제적 압력이 모아진다는 의미죠.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지역은 바로 네팔입니다. 이번 보고서의 사례자 중 한 명이 네팔 출신 노동자였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팔 미디어에서 집중조명을 받았습니다. “A Nepali worker exploited in South Korea(네팔출신 이주노동자 한국에서 착취 당하다)”라는 강렬한 제목이 신문지상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고 합니다. 이에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탄원에 참여하는 인파로 거리가 붐비고 있습니다. 아마 한국사람이 외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면 여론이 들끓는 것과 비슷하겠죠?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의 문제는 이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지 못한 곳에서 걸려온 전화들: 생각보다 우리 편이 많다!
캠페인을 진행하느라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몰려오는 중반쯤 캠페이너에게 다시 한번 힘을 불어넣어준 것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온 전화들이었습니다. ‘인권밥상’ 캠페인을 접한. 광주의 한 목사님은 교회의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캠페인을 해보고 싶다는 연락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한국지부는 목사님과 함께 11/16 광주에서 ‘인권밥상’ 탄원캠페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 소재 또 다른 교회에서는 이번 주 농촌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며 주보에 들어갈 이미지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연락은 동물보호단체에서도 왔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조류독감관련 여러 축산농가의 현황과 정부정책들을 살펴보던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문제를 접했다며 외국인근로자들의 인권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방역이나 동물복지에 대한 개선이 잘 될 리 없다며 캠페인 참여의사를 보내주셨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 중에 동물자유연대 회원님이 있다면 기대하세요. 곧 회원님들에게 액션 요청이 갈 테니까요!
동물보호단체보다 더 의외의 곳은 바로 전국 각지의 경찰서 정보과였습니다. 모두 12/18 세계이주민의 날에 뭘 할건지, 이주노동자 인권개선을 위해 어떤 점이 개선되면 좋겠는지 물어보더군요. 하나같이 11/19일 오전 10시까지 답변을 달라는 메모와 함께 말입니다. 저도 물어봤습니다. 왜 같은 질문을 전국에서 물어보시냐고 되물었더니 (요약하자면)숙제 중이라고 하더군요. 경찰청에서 몇몇 지역 경찰서로 각종 기념일에 관련 단체가 요청하는 정부정책 개선사항을 취합하면 총리실에 제출하겠다며 과제를 던져주었다고 하더군요. 경찰이라고 하면 미등록 이주노동자 체포하는 사람들로만 생각했던 저에게 이들 역시 우리 캠페인의 대상, 혹은 ‘우리편’으로 만들어야 할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년에도 할게 많네요?;;)
여러분, 캠페인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한국에서도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우리 나라 노동의 문제로 이해하고 캠페인에 참여해주시면 됩니다. 지금 혹시 탄원 안 하신 분 있다면,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여기를 클릭해서 한국의 쿨한 반응을 핫♨ 하게 만들어주세요. (이미 서명을 하셨다면 아직 하지 않은 지인들에게도 권유하는 센스를!) 우리의 힘과 관심이 모이면 작은 변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요^0^
소비자도 이주노동자도 행복한 인권밥상 캠페인에 탄원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