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리뷰

모두가 함께 만든 세계이주민의 날, 그날이 오기까지

12월 18일은 세계이주민의 날이자 올해 ‘소비자도 이주노동자도 행복한 인권밥상(이하 인권밥상)’ 캠페인을 마무리 하는 날이었습니다. 지난 10월 20일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시작된 캠페인을 어떻게 마무리 할까 머리를 싸매고 동료들과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고민 끝에 나온 답은 세계이주민의 날, 인권밥상 캠페인에 함께했던 8개 단체가 이주노동자 인권보장을 약속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고 있는 생협(아이쿱, 한살림), 농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 단체(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이주인권 운동단체(국제식품연맹, 이주공동행동, 이주인권연대, 외국인이주ž노동운동협의회), 그리고 캠페인에 처음부터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기자회견에서라도 마음을 모아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가 섞여있는 복잡한 조합에서 과연 공동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다운 삶에 대한 이해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인권밥상에 둘러앉은 이유

인권밥상 캠페인을 통해 모은 탄원엽서들 ©국제앰네스티

인권밥상 캠페인을 통해 모은 탄원엽서들 ©국제앰네스티

인권밥상 캠페인에서 지적하고 있는 핵심은 바로 농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노동과 착취문제였습니다. 젊은 사람들을 찾기 힘든 농촌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일손을 구하는 생산자(농부)에게 정부는 값싸고 인권침해에 저항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도록 하는 ‘고용허가제’를 그 대안으로 내놨죠. 이주노동자의 노동착취를 기반으로 한 농업으로는 ‘도시와 농촌의 상생’,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문제인식이 바로 생산자 단체 및 소비자 단체가 이 캠페인에 함께한 이유였습니다.

 

사람다운 삶에 대한 가치 공유를 선언문으로 만들기까지

사람다운 삶을 모두가 누려야 한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나 녹록치 않은 농촌의 현실에서 ‘사람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변해야 하는 농부들은 선언문에 함께하는데 사실 큰(?)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부담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농부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최저임금 보장, 초과수당, 휴게, 휴일 등의 당장에 들어가야 할 ‘돈’보다 더 걱정스러운 ‘이주노동자 없이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농촌’의 현실 이었습니다. 이주노동자 없이는 농촌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만큼 노동력의 상당부분을 그들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잘못되었고, 누군가를 착취하는 구조로는 건강한 농업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촉구하고, 보장하는데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주노동자 권리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

세계이주민의 날 한 목소리 낸 이주노동자, 생산자, 소비자

농촌에서 일한 경험을 밝히고 있는 스레이 나비(왼쪽 세번째)©국제앰네스티

농촌에서 일한 경험을 밝히고 있는 스레이 나비(왼쪽 세번째) ©국제앰네스티

12월 18일 드디어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이날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해 준 스레이 나비(캄보디아)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한 달에 하루나 이틀을 겨우 쉬었고, 한 달 노동시간은 308시간에 달했어요. 휴일 없이 하루 평균 11시간씩 일한 셈입니다. 과로 때문에 자주 몸이 아팠지만 사장은 항상 아파도 참으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몸이 아파서 병원을 찾았을 땐 2만 원이 넘는 왕복 택시비와 병원비, 약값도 모두 내 부담이었습니다. 이렇게 일하고 받은 돈은 92만원이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아이쿱생협 이은정 소비자활동연합회 활동팀장은 “아이쿱생협 생산자회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지지하는 선언을 했고, 이를 통해 인권과 노동권을 지키는 윤리적 소비와 생산 실천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말했습니다.

한살림연합의 김성희 기획실장도 “한살림 생산지들 가운데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드물기는 하지만 늘어날 가능성이 많아 실태조사를 거친 뒤 이주노동자도 한살림연합의 가치에 합당한 처우를 보장받도록 제도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향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모여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권리를 촉구하는 소비자이주노동자생산자 선언’을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며 외쳤습니다. (아래 박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이들 권리의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정부는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강제노동과 노동착취를 고착시키는 현행 법과 제도를 개선하라!” 

 

공동선언문을 들고 있는 기자회견 참석자들 ©국제앰네스티

공동선언문을 들고 있는 기자회견 참석자들 ©국제앰네스티

 

선언을 넘어

이날 공동선언은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그 동안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장님이 나서서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적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선언은 문서입니다. 선언의 내용이 종이 위의 글씨로 남지 않도록, 내년에도 각각의 분야에서 활약할 연대 단체들의 활동을 기대해 주세요!

2014 세계이주민의 날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권리를 촉구하는 소비자이주노동자생산자 선언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은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 생산자는 소비자 없이 농산물을 기르는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수고가 아니면 삶을 영위할 수 없다.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 소비자ž이주노동자ž생산자는 12월 18일 세계이주민의 날을 맞아 여기에 또 하나의 끈을 이으려 한다. 그 동안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농산물을 생산하는 이주노동자들이다.

한국농업과 농촌이 설 자리가 위태로워 지고 있다. 농업과 농촌은 정부정책에서 소외되고 있고 중국 및 뉴질랜드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연달아 타결되었다. 쌀시장 전면개방도 추진되고 있다. 농민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논을 갈아 엎고 생존을 위해 그 자리에 조금 더 이윤이 남는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농장의 규모를 넓히고 기계를 들여왔다.

젊은 사람들을 찾기 힘든 농촌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일손을 구하는 생산자에게 정부는 값싸고 인권침해에 저항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도록 하는 고용허가제를 그 대안으로 내놨다. 이제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농축산업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으레 농업이란 힘들고 고된 것,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받는 예측하기 힘든 산업이라는 인식이 농업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마저도 당연시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묵인아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다수는 과도한 노동시간과 임금축소, 차별, 열악한 숙소와 생활조건을 견디고 있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조건에서 일을 하도록 강요 받았으며, 강압 수단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추방위협과 폭력이었다.이주노동자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한 고용허가제는 노동착취제도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노동착취를 기반으로 한 농업 역시 ‘도시와 농촌의 상생’,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없다.

여기 모인 소비자, 이주노동자, 생산자는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이 언어와 환경이 다른 국가에서 인권침해를 겪기 쉽다는 점을 인지하고, 어떠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도 강제적 또는 의무적 노동을 하도록 요구 받지 않아야 하는 것이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한다는 점을 확인하며, 한국 사회에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충분히 인식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따라서 정부가 보호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노동시간과 휴식, 휴게 시간을 보장받는 것이 모든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권리이며,
근로기준법에 따른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이에 따라 일하는 것이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권리이며,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적절한 숙소에서 사는 것이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권리이며,
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우리는
농축산업 부분 생산자들의 현실을 정부가 이해하고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정부에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강제노동과 노동착취를 고착시키는 현행 법과 제도의 개선을 아래와 같이 촉구한다.

첫째, 근로기준법 63조를 폐지하여 농축산업 부분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노동시간, 휴게휴일에 대한 규정이 적용되고,초과근로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
둘째,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주의 동의 없이도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근로기준법 9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절한 숙소에 대한 규정을 구체화하고 엄격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국제식품연맹, 아이쿱생협, 외국인이주ž노동협의회, 이주공동행동, 이주인권연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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