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불필요한 짐: 네팔의 성차별과 자궁탈출증

임신해도 일을 쉴 수가 없습니다.
출산 직후에도 일해야 합니다.
식사는 시부모와 남편, 아이들이 밥을 먹고 나서 합니다.
아파도 남편 허락 없이는 병원에 갈 수 없습니다.
자녀계획은 남편이나 시댁식구들이 정합니다.
성관계는 남편이 원할 때 해야만 합니다.

 

라즈쿠마리 데비(Rajkumari Devi, 24세)는 자궁탈출증을 앓고 있다. ⓒAmnesty International

라즈쿠마리 데비(Rajkumari Devi, 24세)는 자궁탈출증을 앓고 있다. ⓒAmnesty International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짊어져야 하는 무거운 짐

네팔의 여성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제도적이고 만연한 성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차별은 여성들이 성과 재생산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캠페인자료] 불필요한 짐 없애기: 네팔의 성차별과 자궁탈출증

*성과 재생산 권리(Sexual and Reproductive Rights)

  •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
  •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한 정보와 교육, 서비스를 요청하고 받을 권리
  • 임신 여부와 임신의 시기를 선택할 권리
  • 결혼 여부와 결혼 시기, 파트너를 선택할 권리
  • 성폭행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성과 재생산 권리는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인권입니다.

“첫 딸을 출산한 지 6일 만에 곡식을 나르러 농장에 갔어요. 수수 더미를 나르는데 (질에서) 뭔가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 케사 칼라 말라(Kesar Kala Malla, 4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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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무거운 짐을 옮겨야한다. 라메찹(Ramechhap) 지역 여성들ⓒAmnesty International

이러한 성차별은 네팔 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자궁이 질 아래로 흘러나오는 자궁탈출증(Uterine Prolapse)이라는 고통스러운 짐을 지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임 연령이 지난 여성에게 주로 발병하지만, 네팔에서는 주로 30세 미만의 젊은 여성에게 나타난다. 네팔 여성 중 10%가 앓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45%에 이른다. 성 불평등 지수가 높은 지역이나 카스트, 민족에 속한 여성에게 주로 발병한다.


자궁탈출증의 여러 원인과 성과 재생산 권리 박탈

자궁탈출증은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데 네팔 여성들은 이러한 위험 요소 중 일부 혹은 모든 요인에 노출되어 있다.

청소년기 임신
네팔에서 보호자의 동의 하에 법적으로 혼인이 가능한 최소 연령이 18세임에도, 자궁탈출증을 앓고 있는 여성 대부분이 평균적으로 15세에 결혼했다. 이러한 조혼 관습으로 인해 청소년기에 임신하게 되는 여성들은 신체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야 하기 때문에 지연분만 또는 난산의 위험이 있으며 골반 근육이 손상되어 자궁탈출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관계에 대한 자율성 박탈(부부 강간)
네팔의 많은 여성들은 남편이 아내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강요”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네팔에서 부부 강간은 범죄이지만, 이를 신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부부 강간으로 여성들은 출산 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더욱 심한 고통과 불편함을 느끼게 되며,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다.

잦은 임신 및 성과 재생산 건강에 대한 자율성 부족
자궁탈출증은 한번 발생하고 나면 임신할 때마다 더욱 증상이 심해지고, 출산할 때마다 골반근육과 질근육이 늘어나며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이 피임을 원하지만 남편과 시댁 식구들 때문에 피임을 선택할 수 없다. 또 아들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아들을 낳을 때 까지 아이를 낳도록 압력을 받는 경우도 많다.

임신 중 또는 출산 후의 심한 육체노동 및 충분한 휴식 부족
대부분의 여성들은 경제적 제약 혹은 남편과 시댁의 강요로 임신 중 혹은 출산 직후에도 일상적으로 무거운 짐을 들거나 과도한 육체노동을 해야 한다. 이는 골반근육에 무리를 주어 자궁탈출증 발생 위험을 높인다.

숙련된 조산사의 도움 부족
대다수 여성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조산사의 도움 없이 집에서 출산하고 있다. 이는 배를 누르거나 자궁경부가 충분히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힘을 주게 하는 등의 안전하지 못한 분만 방법으로 이어져 골반근육을 약화시켜 자궁탈출증을 유발할 수 있다.

충분한 정보 부족
자궁탈출증을 앓고 있는 여성 대부분은 아이를 낳으면 누구나 같은 증상을 겪고, 자신들이 느끼는 통증과 불편함이 일반적이라고 여기며 수년을 참고 견디다가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자궁탈출증은 충분히 예방 가능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많은 여성들의 건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네팔의 만연하고 제도적인 성차별은 여성들이 어떠한 위협과 강압, 차별 없이 결혼과 임신의 여부와 시기를 선택하고,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한 정보와 서비스를 요청하고 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네팔 정부의 불충분한 대응

2008년, 네팔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자궁탈출증 사례에 대한 네팔 대법원의 의미있는 판결을 얻어낼 수 있었다.

자궁탈출증 문제에 대해 네팔 정부의 대책은 뚜렷한 성과가 없었고, 재생산적 건강에 대한 권리가 침해되었다. 따라서 관계부처 간 협력을 통해 자궁탈출증을 앓고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무료 상담, 치료, 의료서비스 및 의료시설을 제공해야 한다. 또 무엇보다 자궁탈출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네팔 정부는 여성의 자궁탈출증 예방이나 인식 제고를 위해 거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산모 건강과 관련된 정책을 일부 시행하고는 있지만 이는 자궁탈출증 발병과 관련된 위험요소 모두를 다루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그 근본에 있는 성차별 해소에는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네팔에는 60만 명이 넘는 여성이 자궁탈출증을 앓고 있지만, 다수는 이 고통에 대하여 터놓고 이야기하거나 어디에 도움을 구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침묵 속에 살아갑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변화를 위해 싸우고 있는 네팔 여성들을 지지합니다.

“처음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중에 [NGO가 운영하는] 교육과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이런 모임을 통해 내 경험과 고통을 다른 여성들과 나눌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뒤로는 내 병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게 되었죠.”

Chaupadi

랄 쉴라 비슈와카르마(Lal Sheela Bishwakarma, 23세)는 첫째 아들을 외양간에서 출산했다. 네팔 일부지역에서는 차우파디(Chaupadi)라는 관습에 따라 월경과 출산시기 여성을 불결하게 여겨 집에서 멀리 떨어진 오두막에 지내게 한다. ⓒAmnesty International

16세에 결혼한 라하는 올해 50세가 되었고,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그녀는 오랫동안 병에 대해 숨기고 있었다. 라하가 NGO 활동가에게 자궁탈출증에 대해 결국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미 할머니가 된 후였다.

국제앰네스티는 네팔의 지역 단체들과 함께 네팔 여성들의 성과 재생산 권리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팔 정부가 자궁탈출증을 인권 문제로 인식하고, 자궁탈출증의 원인이 되는 여성 차별을 종식하기 위한 예방 정책을 긴급하게 실행하도록 함께 요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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