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 KBS <뉴스9> ‘육군 28사단 윤일병 폭행 사망 사건’ 관련 연속 단독 보도 정인석·김민철·박석호·이정민·윤진·황현택·김지숙 기자
▷ KBS <추적60분> ‘메이드 인 캄보디아’ 국경넘은 봉제산업, 시험대에 서다 이지운 PD
▷ 대전MBC <삼일절 특집 다큐멘터리> 아버지의 일기장 최영규 PD, 곽인숙 작가, 정문영 촬영기자
▷ 경향신문 <‘헌법 위의 차벽’ 연속 보도> 박홍두 기자
▷ 시사IN <노란봉투-우리가 만드는 기적 4만7천원> 천관율·장일호·김은지·송지혜·전혜원 기자
▷ <특별상> JTBC 보도국 | 세월호 특별취재팀
▌수상작 하이라이트
▌언론상 시상식
▌심사평
외국 언론의 한국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는 그저 지나치기만은 어렵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모독발언’ 이후 벌어진 일본 기자 등 언론인들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수사와 기소는 언론자유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카카오톡 등에 대한 ‘사이버 검열’은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는 비난을 불러왔다. 게다가 검찰은 위헌 결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차벽봉쇄’를 일삼아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언론은 인권침해의 현장을 고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비록 세월호 참사 보도과정에서 ‘기레기’라는 비난을 샀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기본권 침해를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힘써왔다. ‘성역’으로 치부돼 왔던 병영내의 폭행이나 의문사, 성폭행 등 군 인권 문제를 사회문제로 공론화시켜 개선책을 끄집어낸 노력은 어느 때보다도 높이 살만하다. 군내의 인권침해는 우리사회의 고질이었다. 폐쇄사회라는 특성 때문에 은폐돼왔던 병영내의 폭행을 근절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것도 언론의 힘이었다.
10%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은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간신히 일자리를 얻더라도 비정규직이라는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 중에서도 ‘간접고용’은 더욱 그렇다. 가장 나쁜 일자리로 꼽히는 간접고용의 실태는 새로운 노동인권 문제로 떠올랐다. 더구나 파업노동자들에 대한 천문학적 규모의 ‘손배금 폭탄’은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간다. 여기에 이주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은 어제 오늘의 상황이 아니다. 낮은 임금을 찾아 동남아로 옮아간 한국기업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국제문제로까지 비화했다. 언론의 관심이 이들에게로 옮아간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제17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에 응모한 37편의 작품에는 이러한 우리사회의 인권실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장애인이나 여성, 유아 등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과 비정규직이나 간접고용, 노숙자와 이주노동자들의 팍팍한 삶에 대한 고발은 우리나라가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끊이지 않는 ‘슈퍼갑’ 들의 을에 대한 성추행도 고질처럼 우리를 괴롭힌다.
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예심을 거쳐 17편의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어느 해 보다도 완성도가 높고 제작진의 노고가 담긴 수작이 많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따라서 이중에서 5편의 수상작을 가려내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KBS는 모두 11편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본선에도 4편이나 올랐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음을 밝혀둔다. 특히 세월호 참사 100여일 동안 팽목항을 지키며 현장을 보도한 JTBC 세월호 특별취재팀을 특별상으로 선정했다.
‘윤일병 폭행 사망사건’은 끈질긴 추적과 이어진 단독보도로 이어진 개가였다. 그 동안 은폐되거나 축소 조작돼왔던 폭행과 가혹행위, 성폭행 등 병영의 악습과 폐단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셈이다. 다큐멘터리 등 기획물이 아닌 보도프로그램에서 연속적으로 병영의 인권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사위원회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한 연속보도로 평가하고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수상작에 선정했다.
사회적 파장은 엄청났다. 육군 참모총장 등 군 간부들이 사퇴하거나 보직해임 됐고 국방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윤일병의 억울함도 바로잡혀 가해사병들이 살인죄로 다시 기소됐다. 또한 감춰져 왔던 군내의 성폭행, 폭행사건 등이 줄줄이 터져 나오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군 인권보장을 위한 대안이 마련되고 있다. ‘군인복무기본법’이 제정되고 군사법제도 개혁안도 힘을 얻었다. 민관군 병병문화혁신위원회가 구성돼 병영개혁안을 마련 중이다.
‘메이드 인 캄보디아: 국경넘은 봉제산업, 시험대에 서다’는 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심층 취재한 점이 돋보였다. 캄보디아 공수부대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들의 배후에는 낮은 임금을 찾아 동남아로 떠난 한국기업이 있었다. 유혈참극이 벌어진 직후 캄보디아 프놈펜을 찾아 현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취재했다. 과거 한국의 70년대 ‘공순이’를 연상시키는 무자비한 탄압이었다. ‘당신의 티셔츠에는 캄보디아 노동자의 피가 묻어 있다’는 경구가 말해주듯 방송을 통해 한국기업의 뒤틀린 기업윤리를 고발했다.
‘아버지의 일기장’은 지역방송사의 어려운 제작여건 하에서도 일본 중국 등 현지를 찾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심층 취재한 다큐멘터리였다. 용기 있는 일본인이 공개한 아버지의 일기장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의 인권유린 실체를 재조명했다. 일본정부의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 등 역사왜곡에 맞서 아버지의 부끄러운 과거를 공개하고 피해자들을 찾아 사죄한 다나카 노부유키의 고백은 새로운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수작으로 평가됐다. 아버지 무토의 일기는 독립기념관에 대표유물로 전시됐다.
‘헌법 위의 차벽 연속보도’는 세월호 참사 이후 추모집회 등을 강제 진압하는 경찰의 불법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들, 예를 들어 통행을 가로막는 차벽과 강제연행 및 불심검문, 불법채증 등 강압적 행태의 위헌성과 불법성을 법률적 논리를 통해 차분하게 밝혀냈다. 이를 계기로 차벽과 채증카메라가 치워졌다. 집회현장에서 불심검문과 미신고집회 해산명령도 사라지는 개선책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노란 봉투-우리가 만드는 기적 4만7천원’은 비인도적 조치인 손배가압류로 고통을 겪고 있는 노동자와 가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사회적 캠페인이었다.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112일 동안 벌인 이 캠페인을 통해 손배가압류라는 ‘생존권 위협’이 치졸하고 비윤리적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한 사람이 4만7천원씩 모은 14억6,874만1,745원은 329가구의 ‘밥’이 되었다. 가수 이효리의 참여로 끓어 오른 ‘노란 봉투 열풍’은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우리사회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심사위원회는 특별상 후보로 사회적 관심을 끌어온 여러 편의 영화들과 세월호 참사 현장인 팽목항을 100여일동안 지켜온JTBC 보도국 세월호 특별취재팀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결론은 JTBC에게 돌아갔다. 한국언론은 무분별한 취재경쟁으로 ‘기레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팽목항을 지키며 쪽잠을 마다 않고 유가족, 실종자 가족과 동고동락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해준 현장 취재기자들의 언론인으로서의 직업정신은 높이 살만했다. 메인뉴스 시간에 생방송으로 연결하여 참사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 취재팀의 열정과 노고는 충분한 수상감이 된다고 판단했다.
특별상은 뉴스보도나 고발방식이 아닌 방식을 통해 사회적 의제를 추출하고 해결방안과 공감을 얻어내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나 단체 또는 다양한 형태로 대중과 소통한 작품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역대 수상자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와 뉴스타파 등이 있으며, 작품으로는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영화 ‘두개의 문’, 드라마 ‘고맙습니다’, EBS ‘지식채널e’ 등이 있다.
심사위원회는 아쉽게도 수상작에 오르지 못한 수많은 작품들도 모두 한국사회의 인권침해 현장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한 수작들로 평가했다. 앞으로 한국이 인권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인권감수성을 가지고 사회현안을 살펴보는 언론인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축사
수잔나 플러드 국제앰네스티 국제사무국 미디어국장 Susanna Flood Director of Media – Amnesty International

제 17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수상자와 심사위원 ⓒ Amnesty International Korea
▌심사위원
김주언 언론광장 감사(심사위원장)
강희중 KBS기획제작국 PD
김 당 오마이뉴스 편집주간
남영진 전 기자협회장
이강현 KBS 드라마국 PD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