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 오마이뉴스 – 나는 왜 배신자가 되었나 강민수∙박소희 기자
- KBS 광복 70년 특집 – 끌려간 소녀들, 버마전선에서 사라지다 노윤정∙한규석 기자
- 한겨레21 – ‘눈물의 밥상’ 및 ‘인권밥상’ 기획보도 이문영 기자
- SBS 8시뉴스 – 윤일병 사망사건 주범, 군교도소 내 가혹행위 김종원 기자
- 청주CBS – 청주 지게차 사망 사고 산업재해 은폐 의혹 박현호∙장나래 기자
- 프레시안 –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 서어리 기자
- 한겨레 – 북한이탈주민 김련희의 이야기 허재현 기자
- <특별상> MBC 무한도전 – 배달의 무도 ‘하시마섬의 비밀’ 김태호∙조욱형∙박창훈∙강성아 PD, 이언주∙신정희∙김란주∙이유정∙이지예∙이지연∙이영주∙최병대 작가
▌수상작 하이라이트
▌축사

김환균 전국언론노조위원장 ⓒAmnesty International Korea
축사를 부탁받았을 때 별 생각없이 그러겠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앰네스티에 대해서 제가 큰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앞서 소개받은 바와 같이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이전에 수상해서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승자 시인의 시 중에 원숙하다는 것은 참외가 익을 대로 익어서 이제는 썩을 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구절이 있는데요. 제가 2000년 이 상을 받을 때는 한창 팔팔했고, 심사위원을 맡아주셨던 선배님들에 비하면 그분들은 맏형님 같고 저는 막내동생같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그분들중에는 심사위원을 맡고 계신 분들이 계신데, 제가 수상자가 아닌 축사자로서 이 자리에 서니 이제는 정말 썩을 일 밖에 남지않은 참외가 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현역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 번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받을 수 있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어줍지 않게 옛날이야기를 좀 했습니다만, PD초년병 시절부터 항상 피를 끓게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팔팔 끓게 한다기 보다 가슴 깊은 곳에서 격렬하면서도 또 굉장히 조용하게, 끓게 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인권문제였습니다. 아마 그 시대를 살아온 모든 사람들, 모든 기자, PD들이 다 그랬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앰네스티가 일년에 한 번씩 주는 이 상은 기자들 그리고 PD들 모든 현업에 있는 언론인들에게 가장 큰 자랑이고 자부심이었습니다. 그때 받았던 상패가 지금 저희 집 아주 잘 보이는 곳에 놓여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앰네스티 언론상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출품작이 줄어들고 있어 언론인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57편이나 출품됐다고 해서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습니다. 언론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웠고,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인권문제가 많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조계사 앞에서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끌어내려는 쪽과 부처님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서든 우리에게 온 사람을 내줄 수 없다는 쪽 양측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11월 14일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고 계신 백남기 농민은 여전히 차도가 없는 상황이고요. 그런데 11월 14일 일어난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유럽의 파리에서는 IS에 의한 참혹한 테러가 일어났고 그날 대한민국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로 테러가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테러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자민국에 대해 일어난 테러이기에 더 충격적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앰네스티 언론상이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하고, 또 언론인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더 날카롭게 발휘되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인권이라는 것이 헌법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감시하지 않으면 곧 무력해지고 나약해지는 것이 바로 인권이고 민주주의입니다. 언론이 인권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여전히 선봉에 있다고 생각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맨 처음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은 바로 언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상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잘 한 것에 대한 평가이고, 앞으로 잘해주십사 하는 당부의 의미도 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상 받으신 분들 축하하면서 앞으로 인권문제에 대해서 더 부릅뜬 눈으로 지켜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 드립니다.
▌심사평
한국 언론의 자유는 현재 위기 상황이다. KBS, MBC 등 공영 방송의 이사진과 경영진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채워지는가 하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의견을 담은 언론인들의 연대서명조차 ‘정치행위’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과 노동개혁에 대한 국민의 반대가 고조되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대 인파가 모인 대규모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집회현장에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경찰버스를 동원한 차벽이 설치되어 시민들의 자유로운 통행과 이동, 집회 참가 등이 제한 받았다. 뿐만 아니라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물대포 살포가 이뤄져 한 농민이 중태에 빠지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세월호’ 진상 규명을 비롯해 군대 내 가혹 행위, 간첩 조작 의혹 등 정치, 사회적 인권 문제가 대두됐으며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저임금에 시달리는 경제적 약자들의 연이은 자살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경제 여건을 반영하는 뉴스가 널리 회자됐다. 여기에 대학과 고교를 불문하고 벌어진 학교 내 성폭력과 난민에 관한 이슈도 쏟아졌다.
언론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침해 현장을 고발하고, 이를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간 성역으로 치부됐던 군대 내 인권 침해 현실을 사회문제로 공론화시켜 은폐됐던 병영 내 폭행을 근절시키기 위한 시발점을 마련한 것도 언론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제18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에는 모두 57편이 응모했다. TV와 라디오를 비롯해 신문과 주간지 등 인쇄매체는 물론 통신사와 온라인매체까지 다양한 매체가 참여했다. 올해 출품작이 크게 늘어난 것은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의 역사가 20여년 가까이 되면서 자리를 잡은 이유도 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 인권 상황이 후퇴하는 경향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반증한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신문업계의 위기와 케이블 및 종합편성채널의 성장 등 최근 언론계 상황을 반영하듯 인쇄매체의 출품 건은 줄고 방송과 케이블, 온라인매체들의 응모가 늘어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론상 심사위원회는 방송과 신문, 학계를 아우른 11명의 심사위원으로 구성됐다. 다수의 출품작에 의미 있는 보도물이 많아 일주일 간의 예심을 거쳐 상위 22편을 선별해 지난 11월 12일 본심을 진행했다. 본심에 오른 작품을 살펴보면 국내 인권 실태를 다룬 것부터 시리아 난민, 조선국적의 재일동포, 남한 억류 북한 주민 등 국제적 관심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망라한다. 새로운 발굴보도도 많았지만, 기획력 있는 심층 보도를 내세운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시의성과 보도밀도, 사회적 방향을 고려한 끝에 치열한 경합을 거쳐 모두 7편의 수상작을 선정했고, MBC ‘무한도전’팀의 ‘배달의 무도-하시마섬의 비밀’편을 특별상으로 결정했다.
‘오마이뉴스 – 나는 왜 배신자가 되었나’는 지난해 국민적 분노를 샀던 윤일병 폭행 사망사건의 최초 제보자를 비롯해 포스코와 삼성 등 대기업 내부고발자들을 심도 있게 취재해 내부고발의 전말을 드러냈다. 우리 사회 공익을 위해 용감하게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고발자가 당하는 억압과 핍박, 따돌림과 해고, 복직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예심은 물론 본심에서도 최고점을 기록했다. 9차례의 기획시리즈가 보도되는 동안 정부가 부패신고자 상금을 2배로 인상하고, 내부고발자 누설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내부고발자 관련 대책’을 내놓기도 했으며, 내부고발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KBS – 끌려간 소녀들, 버마전선에서 사라지다’는 태국에서부터 미얀마, 중국 윈난성까지 버마 전선 3개국을 취재하며 조선인 위안부의 명부와 그들이 낳은 아동 포로 명부를 최초로 발굴해 보도했다. 2차 대전 당시 격전지였던 미얀마에서 포로로 잡히면서 국제사회에 조선인 위안부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을 토대로 연합군 포로 심문 기록과 일본군 군속 명부에서 위안부 관련 서류로 추정되는 명단, 제 3국인 태국 군부 공문서에서 발견된 총 492명의 조선인 위안부 명부 등을 밝혀냈다. 일본군에 의한 조선인 위안부 집단 학살설 등 그간 제기됐던 위안부 문제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추적 보도한 점도 높이 평가됐다.
‘한겨레21 – 눈물의 밥상 및 인권밥상’은 그 동안 외면해온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20여차례에 걸쳐 끈기 있게 보도한 기획물이다. 우리의 밥상을 차리는데 농축산업, 어업 이주노동자들의 비참한 노동이 없다면, ‘신토불이 식재료로 차린 안전한 밥상’도 존재할 수 없다는 현실을 보도해 충격을 줬다. 농축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를 이끌어 내며 인권이 보장된 밥상을 차리기 위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SBS 8시뉴스 – 윤일병 사망사건 주범, 군교도소 내 가혹행위’는 지난해 육군 28사단에서 벌어진 윤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주범 이모 병장이 국군교도소에 수감돼서도 다른 수감자 3명에게 가혹행위를 하다 적발된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윤일병 폭행 사망 사건은 온 국민을 분노케 만들었고 이를 계기로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요구가 높아진 바 있다. 하지만 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던 군 당국이 실제로는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직권조사를 하지 않은 점을 고발함으로써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청주CBS – 청주 지게차 사망 사고 산업재해 은폐 의혹’은 충북 청주의 한 화장품 공장에서 30대 직원이 지게차에 치였지만 회사 측이 산업재해를 숨기기 위해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을 다뤘다. 단순 사고로 묻힐 뻔한 사건을 청주CBS가 재조명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많은 매체들의 보도가 이어졌고, 고용노동부가 전국의 지게차 보유 사업장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안전관리에 나서는 등 산업재해 관련 은폐 비리를 개선하는데 기여했다. JTBC역시 청주 지게차 사고 CCTV영상을 단독 입수해 보도함으로써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냈지만, 최초 보도를 한 청주CBS 취재팀에 수상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프레시안 –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는 자유를 찾아 남한에 온 탈북자들이 과거 ‘합동심문센터’나 ‘북한이탈주민 보호센터’에 감금되어 수많은 인권 침해를 당한 사례를 고발했다. 1970년대 바다를 헤엄쳐 건너온 김관섭 씨부터 2000년대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유우성 씨까지 대한민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인권을 어떻게 유린했으며, 남북 대치상황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10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간첩조작사건의 피해자들을 소개하며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국가적 폭력을 고발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겨레 – 북한이탈주민 김련희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자의에 의해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하는 것으로 판단됐던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 애초에 탈북 계획이 없던 김련희 씨가 탈북 브로커의 유사인신매매로 인해 남한에 입국한 뒤, 북한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게 된 사연을 전하면서, 본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 강제로 남한국적을 부여하는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를 고발했다. 한겨레 보도 이후 CNN, BBC 등 다수의 해외 언론에서 다뤄지면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점이 인정받았다.
심사위원회는 특별상으로 MBC ‘무한도전’팀이 제작한 ‘배달의 무도-하시마섬의 비밀’편을 선정했다. 최근 강제 징용을 인정하지 않고 하시마섬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 일본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접근해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이후 온라인 모금을 통해 다카시마 공양탑으로 가는 길이 재정비되는 등 변화를 이끌어냈다. 예능 프로그램이면서 일제강점기 역사의 일부분이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는 과제임을 보여주면서 광복 70주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심사위원회는 아쉽게 수상작이 되지 못한 많은 출품작들도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 함양과 인권 저변 확대에 기여한 수작들로 평가했다. 아울러 보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는 언론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언론인 여러분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수상소감
대한민국 인권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는데 내부고발이라는 문제로 귀한 상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좀 더 잘 하라는 의미로 알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왜 배신자가 되었나’가 기획의 제목이었는데, 마음 한 편이 불편했던 점이 내부고발자를 배신자라고 썼기 때문인데요. 왕따나 따돌림, 부당의혹까지 당하면서 조직과 동료를 배신하고 내부고발을 진행해주신 분들께 실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금 내부고발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께 괘념치 말라고 꼭 말씀 드리고 싶고,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왼쪽부터)KBS 한규석, 노윤정 기자와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Amnesty International Korea
언론매체의 발자국이 가장 적은 곳으로 가자는 의미에서 버마전선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도 잘 안되는 오지에서도 전쟁과 여성이라는 위안부 문제를 위해 활동하시는 많은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그분들 도움으로 방송까지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이름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앰네스티 언론상까지 받게 돼서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는 방송이 될 것 같습니다.

수상소감을 발표중인 한겨레21 이문영 기자 ⓒAmnesty International Korea
‘눈물의 밥상’, ‘인권밥상’이라고 이름붙인 이 기획보도는 사실 저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해 8개 단체가 뜻과 노력을 모은 결과물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조금의 반향이라도 얻어낸 것이 있다면, 기사보다는 빛나지 않는 곳에서 길을 닦아오신 분들의 노고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인권실태를 다룬 기획보도이긴 하지만, 이 기사는 사실 우리 일상이 어떻게 구성되었나를 들여다보는 보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삶이 평등하고 대칭적인 것이 아니어서 우리 일상을 구성하고 있는 밥상이라는 것도 우리나라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 위에 차려져 있는, 그곳에 빚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언론이 들여다보지 않는 일상의 구조를 외면하지 않는 언론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SBS 김종원 기자 ⓒAmnesty International Korea
처음에 수상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과연 그럴만한 일을 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축사나 심사평을 들어보니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이 얼마나 더 좋은 상인지 절실히 느껴졌습니다. 지난해 윤일병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군에서 많은 대책을 발표하고 병영문화를 선진화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1년이 지난 시점에 똑같이 군에서 똑같은 가해자에 의해 똑같이 엽기적인 사건들이 발생하도록 방치한 상황을 보고 많이 분노했습니다. 군이라는 폐쇄된 곳이 인권이 보장받는 곳으로 바뀌기가 얼마나 힘든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가장 낮은 곳의 인권이 가장 보편적인 인권이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가장 낮은 곳의 인권이 신장되기가 그만큼 더 힘들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취재였습니다.

(왼쪽부터)청주CBS 장나래, 박현호 기자와 김당 오마이뉴스 편집주간 ⓒAmnesty International Korea
인권유린 현장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는 제보를 받고 처음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그 이후에 유족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 만으로도 큰 선물이었는데, 상까지 받게 되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취재과정에서 정말 부끄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이 시간 어딘가에 있는 산업현장에서 상처받고, 다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사건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또 마음이 아팠습니다. 좀 전 축사에서 언론노조위원장님께서 수상 이후에 빚을 진 느낌을 받으셨다고 했는데, 저 또한 이 자리에서 앰네스티에 굉장히 큰 빚을 진 느낌이 듭니다. 저희 보도 이후에 대표가 구속되는 등 여러가지 파장이 있었지만, 실제로 시스템은 아직까지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그 빚을 갚기 위해 계속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습니다.

프레시안 서어리 기자 ⓒAmnesty International Korea
상이 정말 무겁네요. 제 어깨도 무거워 지는 것을 느낍니다. 사실 선배 압력에 못이겨 겨우 지원서를 냈는데 이 자리까지 오게 되어서 아직도 어안이 벙벙합니다. 기획연재를 하면서 악플을 많이 받았습니다. ‘인권지키자고 하는 일이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몽둥이로 때려 잡아서라도 간첩을 잡아야 하는거 아니냐’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인권이야말로 최고의, 최선의 가치라고 믿고 배웠는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지금의 여러 보도들을 보면 알 수 있죠. 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런 시국에서도 인권 수호를 위해서 꿋꿋하게 애써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 분들께 존경을 표하고 싶다. 일단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 기획연재를 도와주신 장경옥 변호사를 비롯한 민들레법률사무소 변호사님들이 그렇고, 그 외 여러 많은 인권관련 활동가님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연차가 아직 높지 않아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을 것 같은데 이러나 저러나 기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벅차 오르는 감동 그리고 수상의 영광을 생명 그리고 인권의 가치를 지향하는 프레시안 직원조합원, 그리고 소비자 조합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북한이탈주민 김련희 씨와 한겨레 허재현 기자 ⓒAmnesty International Korea
세계인권선언 13조 2항에 보면 모든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나라를 떠날 수 있고 고국으로 돌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분명히 써있습니다. 저희는 그 세계인권선언에 입각해서 보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보도는 김련희 씨와 같이 용기있는 분들 덕분에 가능한 것입니다. 남한에 살고 있지만 조선인민공화국 공민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여전히 감춰져 있는 인권탄압 속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도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역시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고, 그분들의 억울한 목소리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것을 응원해주는 국제앰네스티와 제 보도를 응원해주는 한겨레 토요판팀에 감사드립니다.

MBC 무한도전팀 박창훈 PD ⓒAmnesty International Korea
‘하시마섬의 비밀’편은 처음에는 해외에 있는 동포들에게 따뜻한 집밥을 배달하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것이었는데, 일본 우토로 마을에 고향음식을 전달하다가 하시마섬의 슬픈 강제징용의 이야기를 듣게 되어서 긴급하게 촬영한 것이 이렇게 관심을 많이 받게 되었습니다. 기대이상이었고, 생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처음에는 주말 버라이어티에서 무거운 주제가 아닐까 부담이었는데, 방송이 되고 보니 시청자들이 뜨겁게 호응해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인권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예능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사위원
이강현 KBS 드라마국 제작위원(심사위원장)
강희중 KBS PD
김 당 오마이뉴스 편집위원
김주언 언론광장 감사
김수종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김지영 전 경향신문 편집인
김충식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사무처장
남영진 전 기자협회장, 경민대 교수
박석태 전 MBC 논설위원
박창식 한겨레 전략기획실장

제18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수상자들과 심사위원 ⓒAmnesty International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