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심사평
수상작
2023 비수급 빈곤 리포트
비수급 빈곤층은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만 화두에 오르지만, 복지사각지대는 확대 일로에 있고 제도적 지원은 더디기만 한 현실이다. 서울신문의 보도는 비수급 빈곤의 사례와 현실을 장기간의 충실한 취재를 통해 드러내고 제도적 한계에 대한 대안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제언 역시 담아냈다. 또한 보도 이후 정부와 국회의 실질적 대응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언론의 사회적 사명이 무엇인지를 잘 드러낸 보도였다.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이버 불링’
이 보도는 게임업계의 ‘페미니즘’ 검증과 관련된 최근 한국 사회의 일련의 사건들을 다각도로 살펴보면서 ‘디지털 마녀사냥’의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내고 있다. 특히 게임업계의 여성 노동자의 피해경험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문 확보, ‘넥슨 사태’의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게임 유저-회사-노동자, 그리고 정부’ 간 연결고리를 밝혀내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잘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 이슈가 손쉽게 왜곡돼 소비되고, 여성혐오가 재생산되는 이유를 구조적 맥락에서 접근한 이 보도는 이후 ‘넥슨 사태’의 여론을 반전시키고 피해 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견인하는 정부와 관련 업계의 움직임을 이끌어낸 점 역시 돋보인다.
퀴어 문화 축제 방해 잔혹사
15년째 진행된 퀴어문화축제는 참가자들의 평화로운 축제로 진행되었지만, 2014년 제6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시작으로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는 종교단체 등의 조직적인 반대로 폭행을 당하는 사람까지 생겨나면서 극심한 반대와 방해가 이루어진 현주소를 짚어내면서,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했던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얼마나 극심한 방해가 지속되었는지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혐오의 거센 물결 속에서도 평등을 향한 걸음을 거스를 수 없다는 믿음과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두 초임교사의 죽음
이 기사는 묻혀 있던 두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세상에 알렸다. 교사가 세상을 등진 배경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있었고, 학교의 무책임한 방관과 은폐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으로 심각성이 드러난 교권 침해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 그래서 실태를 엄정히 따지고 시급히 해법을 마련해야 할 사회적 문제임을 환기시켰다. 이 보도는 교사 순직 인정과 관련 법률의 개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씽, 사라진 당신을 찾아서
치매 가족과 함께 사는 것, 또는 치매 질환자가 되는 것은 초고령화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언제든 닥칠 수 있는 미래다. 이 보도는 독자로 하여금 닥쳐오지 않은 미래를 생생히 살아내게 하고, 그 미래 앞에서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일을 촘촘히 전한다. 치매 노인의 동선 데이터를 분석해 풀어낸 실종자의 배회 패턴, 판결문을 검색하고 분석해 얻어낸 실종자의 사망 경로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언론이 해내고 마는, 탐사보도의 전범이다. 치매 노인의 배회를 두고 벌인 사회 실험과 나이 변환 기술을 이용한 ‘온라인 실종 전단지’, 치매 당사자의 관점에서 구성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독자의 참여와 환기를 효과적으로 유도한다. 이 기획 기사를 읽은 이라면 앞으로 ‘실종 노인’ 경보 문자를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질병산재 황유미들의 733년
지난 5년간 111명의 노동자들이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정하는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다 사망했고, 역학조사를 수행하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의 내부 처리 기한인 180일을 넘긴 사례가 574건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산재 피해 노동자를 보다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마련에 이바지했다. 일을 하다 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더 고통받는 현실을 잘 지적했다.
살고 있으나 없는 아이들
유엔 아동권리 협약은 ‘아동은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 그 자신이 존재의 주체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부모의 신분이나 법적 지위와 별개로, 건강하게 양육되고 학습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국의 미등록 이주가정 아이들은 존재조차 부정당한 채 ‘투명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보도는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꿈과 희망을 상실한 채 그늘 속에서 신음하는 미등록 이주 가정 아동 청소년들의 현실을 고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탄로 날까 노출을 꺼리는 부모를 설득, 아슬아슬한 일상을 살아가는 10여 명 아동의 케이스를 심층 취재했다. 언론으로서의 사명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외국인 거주 이주민 210만 명 시대, 이 보도는 미등록 이주가정 아동에 대한 권리 인정과 기본권 보장이 더는 외면해서도 미뤄져서도 안된다는 엄중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연속 보도
재난을 한때의 이슈로 소비하거나 피해자를 대상화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끈질긴 추적 보도와 피해자의 시선으로 국가의 무책임과 고통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뉴스타파의 태도는, 재난 보도에서 언론의 소명과 역할을 오랫동안 곰곰이 헤아려본 기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힘을 보여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아쉽게도 수상작에 오르지 못했지만 출품작 모두 한국사회의 인권침해 현장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한 수작으로 평가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인권 향상을 위해 좋은 콘텐츠를 제작해주신 언론인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