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상

제26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제26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심사평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1997년부터 인권 보호에 기여한 언론인과 매체를 선정하여 그 공적을 기리고 언론의 책무를 강조하는 언론상을 선정하여 수여해 왔다. 26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시상식은 2024년 3월 26일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다. 이번 언론상 참여작품들은 우리 사회의 차별과 빈곤, 혐오에 대응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해 온 저널리즘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에 변화가 필요한 영역들을 직하고, 세심한 현실 추적과 대한 사회적 감시 역할을 수행하는 저널리즘의 책무성을 보여주는 다수의 언론 보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총 66편의 보도가 출품되었고,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36편의 기사들을 대상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젠더 문제, 빈곤, 노동 인권, 장애인과 이주민, 아동 차별 등 우리 사회의 차별 문제가 여전히 중요한 보도 대상이 되고 있었다. 특히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제도적 전환을 요구하는 기사들이 많았으며 실질적 성과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예심, 본심 그리고 최종심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심사가 진행되었으며, 심사 기준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국제앰네스티의 인권 현안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보는 시의성, 인권 이슈 제시 방법의 참신성, 보도 자체의 완성도 및 관련된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한 바를 확인하는 반향이라는 4가지 기준을 사용하였다. 심사위원 간 제기된 다양한 견해를 수렴하여 총 8편의 수상작이 결정되었다. 이번 수상작이 다룬 주제들은 빈곤, 여성, 성소수자, 아동인권과 장애/질병 문제, 노동자의 권리와 산재 등 반드시 우리 언론이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해결해야 하는 주제였다. 무엇보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사회적 재난을 우리 사회에서 숙고해야 하는 이유를 당사자의 목소리를 기록하면서 환기하고 있다. 이번 수상작들이 의미있는 점은 보도를 통해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었으며 특히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저널리즘의 사회적 책무를 다한 보도라고 평가된다. 단순 중계식 보도를 넘어, 장기적 기획을 통해 충실한 취재에 기반한 대안을 제시 하고 있었다. 보도 내용의 시각화 차원에서도 다층적인 방법론이 고려되어 점차로 다변화되는 언론 수용자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었다. 여러 면에서 충실하고 뛰어난 작품들이 출품되었기에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않은 작품들도 다수였다. 작품상의 수가 제한 보다 많은 보도를 소개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이 있다. 또한, 머스타드임팩트에서 출품한 소년범을 소재로 한 작품 등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새로운 매체들이 새로운 의제를 적극적으로 설정하는 시도들에 의미가 있었다. 또한 팔레스타인 현실을 드러내고 이에 연대하는 내용, 국제적 전쟁 국면에서의 인권 문제를 다루는 글로벌 맥락의 인권 보도 역시 다수 출품되었다. 아직도 한국 사회는 다양성과 포용성 측면에서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정치 영역에서 앞장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혐오에 맞서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의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여러 제도적 진전을 이루어 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연대의 의미를 담아 특별상으로 선정하였다.

수상작

서울신문
2023 비수급 빈곤 리포트

비수급 빈곤층은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만 화두에 오르지만, 복지사각지대는 확대 일로에 있고 제도적 지원은 더디기만 한 현실이다. 서울신문의 보도는 비수급 빈곤의 사례와 현실을 장기간의 충실한 취재를 통해 드러내고 제도적 한계에 대한 대안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제언 역시 담아냈다. 또한 보도 이후 정부와 국회의 실질적 대응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언론의 사회적 사명이 무엇인지를 잘 드러낸 보도였다.

경향신문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이버 불링’

이 보도는 게임업계의 ‘페미니즘’ 검증과 관련된 최근 한국 사회의 일련의 사건들을 다각도로 살펴보면서 ‘디지털 마녀사냥’의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내고 있다. 특히 게임업계의 여성 노동자의 피해경험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문 확보, ‘넥슨 사태’의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게임 유저-회사-노동자, 그리고 정부’ 간 연결고리를 밝혀내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잘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 이슈가 손쉽게 왜곡돼 소비되고, 여성혐오가 재생산되는 이유를 구조적 맥락에서 접근한 이 보도는 이후 ‘넥슨 사태’의 여론을 반전시키고 피해 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견인하는 정부와 관련 업계의 움직임을 이끌어낸 점 역시 돋보인다.

뉴스앤조이
퀴어 문화 축제 방해 잔혹사

15년째 진행된 퀴어문화축제는 참가자들의 평화로운 축제로 진행되었지만, 2014년 제6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시작으로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는 종교단체 등의 조직적인 반대로 폭행을 당하는 사람까지 생겨나면서 극심한 반대와 방해가 이루어진 현주소를 짚어내면서,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했던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얼마나 극심한 방해가 지속되었는지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혐오의 거센 물결 속에서도 평등을 향한 걸음을 거스를 수 없다는 믿음과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MBC
두 초임교사의 죽음

이 기사는 묻혀 있던 두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세상에 알렸다. 교사가 세상을 등진 배경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있었고, 학교의 무책임한 방관과 은폐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으로 심각성이 드러난 교권 침해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 그래서 실태를 엄정히 따지고 시급히 해법을 마련해야 할 사회적 문제임을 환기시켰다. 이 보도는 교사 순직 인정과 관련 법률의 개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일보
미씽, 사라진 당신을 찾아서

치매 가족과 함께 사는 것, 또는 치매 질환자가 되는 것은 초고령화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언제든 닥칠 수 있는 미래다. 이 보도는 독자로 하여금 닥쳐오지 않은 미래를 생생히 살아내게 하고, 그 미래 앞에서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일을 촘촘히 전한다. 치매 노인의 동선 데이터를 분석해 풀어낸 실종자의 배회 패턴, 판결문을 검색하고 분석해 얻어낸 실종자의 사망 경로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언론이 해내고 마는, 탐사보도의 전범이다. 치매 노인의 배회를 두고 벌인 사회 실험과 나이 변환 기술을 이용한 ‘온라인 실종 전단지’, 치매 당사자의 관점에서 구성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독자의 참여와 환기를 효과적으로 유도한다. 이 기획 기사를 읽은 이라면 앞으로 ‘실종 노인’ 경보 문자를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한겨레
질병산재 황유미들의 733년

지난 5년간 111명의 노동자들이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정하는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다 사망했고, 역학조사를 수행하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의 내부 처리 기한인 180일을 넘긴 사례가 574건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산재 피해 노동자를 보다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마련에 이바지했다. 일을 하다 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더 고통받는 현실을 잘 지적했다.

KBS강릉방송국
살고 있으나 없는 아이들

유엔 아동권리 협약은 ‘아동은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 그 자신이 존재의 주체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부모의 신분이나 법적 지위와 별개로, 건강하게 양육되고 학습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국의 미등록 이주가정 아이들은 존재조차 부정당한 채 ‘투명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보도는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꿈과 희망을 상실한 채 그늘 속에서 신음하는 미등록 이주 가정 아동 청소년들의 현실을 고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탄로 날까 노출을 꺼리는 부모를 설득, 아슬아슬한 일상을 살아가는 10여 명 아동의 케이스를 심층 취재했다. 언론으로서의 사명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외국인 거주 이주민 210만 명 시대, 이 보도는 미등록 이주가정 아동에 대한 권리 인정과 기본권 보장이 더는 외면해서도 미뤄져서도 안된다는 엄중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뉴스타파
이태원 참사 연속 보도

재난을 한때의 이슈로 소비하거나 피해자를 대상화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끈질긴 추적 보도와 피해자의 시선으로 국가의 무책임과 고통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뉴스타파의 태도는, 재난 보도에서 언론의 소명과 역할을 오랫동안 곰곰이 헤아려본 기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힘을 보여준다.

특별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2001년 이동권 투쟁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출근길 투쟁 및 각종 활동을 통해 장애인 권리 운동을 실천했고 수많은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가 공존을 위해 어떤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며 시민과의 연대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를 제안하고 실천해 왔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저항을 전면화한 전장연의 활동에 지지와 연대의 뜻을 표한다.

아쉽게도 수상작에 오르지 못했지만 출품작 모두 한국사회의 인권침해 현장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한 수작으로 평가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인권 향상을 위해 좋은 콘텐츠를 제작해주신 언론인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2024. 3. 14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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